허드슨 강에 한류가 흐른다 2010
뉴욕 업스테이트 북 쪽 피어몬 강가에 서서 허드슨 강 줄기를 바라본다.
짙어가는 가을 날 갈대밭 수풀 사이로 이는 소슬 바람과 푸르른 하늘과 붉게 물들어가는 베어마운틴을 배경으로 강물은 흐르고 있다.
아스라히 저 편 신기루처럼 바라 보이는 맨하탄 섬이 고층 마천루 회색 숲들이 스카이 라인을 이루어 현대 건축미를 발한다.
100년 전 뉴요커들은 배를 타고 이 강을 건너고 다녔는데 타판지 브릿지가 구름 위에 실린 듯 보인다.
개인용 경비행기가 소음을 내며 날아가며 그 아래 돛단배가 강물 위로 실려간다.
하얀 갈매기 떼들이 강변에서 먼 산을 보는 듯 무리지어 있으며 오리들이 강 가에 두둥실 떠서 노닐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 문명에 무관한 강가의 풍경이다.
문화란, 강물처럼 흘러 흘러서 이어져 가는 것. 한류의 물꼬가 트여서 지구 저 편에서 흐르고 있지 않는가……
27년 째 한국 학교에서 한국 문화 역사를 가르쳐 온 지금의 나와 지난 날의 나를 반추하여 보았다.
문화의 공식인 언어+음식으로 일상의 생활에서 녹아내려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의 끈이 되어 다민족인 미국은 각 나라마다
고유 문화 방식이 있으며 정체성 있는 사람만이 주류 사회에서 인정을 받게 된다.
이민 1세의 슬픔의 한은 2세들 에게는 한없이 푸르고 깊은 한으로 한강의 기적으로 허디슨 강에 한류가 흘러온다….
한류란 한국의 대중 문화 열풍으로 드라마 대중가요 패션이 문화 예술로 한류 문화 산업으로 국가 이미지로 주어졌다.
문화 관광부가 정한 한국 문화 통합 이미지(한복,한글,김치,불고기,석굴암,불국사,태권도.고려인삼,탈춤,종묘 제레악,설악산,세계적인 예술인)
문화 선직국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선비문화로 시.서.화.다. 사물놀이와 한국집 정원도 한국문화 컨텐츠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그림으로 그리게 하여 가르치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전쟁시대이다. CQ, 문화지능지수 다민족 문화를 아는 사람이 지구촌 일일 문화권을 넘나들 수 있다.
폭 넓은 사고력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꿈 꿀 수가 있다.
뉴욕은 다양한 다민족의 문화를 보고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도시이기에 우리 아이들은 어느 나라 아이들 보다도
다민족 문화를 보고 듣고 접하여 체험으로 한국의 전통 고유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한다.
세계는 지금 웰빙 문화로 오가닉 푸드, 인스턴트 커피문화 보다는 차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디지털 세대이지만 자신들의 정신적인 건강을 위하여 자연을 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뉴욕 대학 A.C.U(동양문화학생회)에서 뉴욕 농수산 협회의 후원으로 두 차례 한국 음식과 전통 차를 선보일 기회를 갖고 한국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동 북부 교사 협의회와 여러 한국 학교에서 차 문화, 역사, 차 시연을 강의 하기도 하였다.
여러 단체에서 한국 전통 문화에 예전보다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한류의 열풍이 서서히 불어 오는 것 같다.
버겐 커뮤니티 칼리지의 여름 학기 틴에이져 아트 페스티발에서 한국 매듭을 처음으로 강의할 기회를 가졌다.
남녀 구분 없이 많은 고등학생들이 한국 매듭을 맺어보고 흥미로워 하며 내년에도 매듭 강의 요청을 받았다.
미국에서도 처음 선을 보인 매듭에 미술 교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린티 하우스를 운영 하면서 회원들에게 한국 문화 교실을 열게 되었다. 시, 서, 화, 다 회원들이 서예와 동양화 전시를 하면서
부모님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녀들이 한국의 문화를 배우게 되었다. 문학반에서는
시화전을 내년 봄에 준비 하기 위해서 매 주 수요일 마다 차와 함께 시를 낭독하며 공부를 한다.
첼시 갤러리에서 열린 AWAA(동양여성작가)의 전시회에 차 시연을 퍼포밍 아트로 하였다.
그림을 배경으로 돗자리에 앉아 한복을 입고 은은한 대금소리, 백자와 목기 다관에 담긴 다과, 녹차의 향이 어우러진
한국 전통 종합 예술을 한 눈에 보고 듣고 마시며 느낄 수 있는 차 시연을 시도 해 보았다. 많은 관람객들과 함께 나눈 뜻 깊은 자리였다.
이렇게 다민족의 뉴요커들은 고유하며 다양한 각 나라의 문화를 포용하고 수용하여 여러 분야에서 미 합중국만의 어메리칸 드림을 실현한다.
문화를 배우고 나누며 홀로 아닌 더불어 손잡고 나아가기 위해서 한국의 것을 알아야 타민족의 문화도 받아 들이며 이해하게 되어
폭 넓은 사고로 자랑스러운 코리안 어메리칸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산을 나와야 산이 보인다듯이…..
지난 시간을 뒤돌아 보니 나를 찾는 긴 과정의 여정에서 한국 학교를 통해 한국 문화로 정체성 있는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배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허드슨 강에 한류가 흐른다 2010
뉴욕 업스테이트 북 쪽 피어몬 강가에 서서 허드슨 강 줄기를 바라본다.
짙어가는 가을 날 갈대밭 수풀 사이로 이는 소슬 바람과 푸르른 하늘과 붉게 물들어가는 베어마운틴을 배경으로 강물은 흐르고 있다.
아스라히 저 편 신기루처럼 바라 보이는 맨하탄 섬이 고층 마천루 회색 숲들이 스카이 라인을 이루어 현대 건축미를 발한다.
100년 전 뉴요커들은 배를 타고 이 강을 건너고 다녔는데 타판지 브릿지가 구름 위에 실린 듯 보인다.
개인용 경비행기가 소음을 내며 날아가며 그 아래 돛단배가 강물 위로 실려간다.
하얀 갈매기 떼들이 강변에서 먼 산을 보는 듯 무리지어 있으며 오리들이 강 가에 두둥실 떠서 노닐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 문명에 무관한 강가의 풍경이다.
문화란, 강물처럼 흘러 흘러서 이어져 가는 것. 한류의 물꼬가 트여서 지구 저 편에서 흐르고 있지 않는가……
27년 째 한국 학교에서 한국 문화 역사를 가르쳐 온 지금의 나와 지난 날의 나를 반추하여 보았다.
문화의 공식인 언어+음식으로 일상의 생활에서 녹아내려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의 끈이 되어 다민족인 미국은 각 나라마다
고유 문화 방식이 있으며 정체성 있는 사람만이 주류 사회에서 인정을 받게 된다.
이민 1세의 슬픔의 한은 2세들 에게는 한없이 푸르고 깊은 한으로 한강의 기적으로 허디슨 강에 한류가 흘러온다….
한류란 한국의 대중 문화 열풍으로 드라마 대중가요 패션이 문화 예술로 한류 문화 산업으로 국가 이미지로 주어졌다.
문화 관광부가 정한 한국 문화 통합 이미지(한복,한글,김치,불고기,석굴암,불국사,태권도.고려인삼,탈춤,종묘 제레악,설악산,세계적인 예술인)
문화 선직국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되었다.선비문화로 시.서.화.다. 사물놀이와 한국집 정원도 한국문화 컨텐츠에
들어가 학생들에게 그림으로 그리게 하여 가르치고 있다.
21세기는 문화전쟁시대이다. CQ, 문화지능지수 다민족 문화를 아는 사람이 지구촌 일일 문화권을 넘나들 수 있다.
폭 넓은 사고력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꿈 꿀 수가 있다.
뉴욕은 다양한 다민족의 문화를 보고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도시이기에 우리 아이들은 어느 나라 아이들 보다도
다민족 문화를 보고 듣고 접하여 체험으로 한국의 전통 고유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한다.
세계는 지금 웰빙 문화로 오가닉 푸드, 인스턴트 커피문화 보다는 차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디지털 세대이지만 자신들의 정신적인 건강을 위하여 자연을 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뉴욕 대학 A.C.U(동양문화학생회)에서 뉴욕 농수산 협회의 후원으로 두 차례 한국 음식과 전통 차를 선보일 기회를 갖고 한국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동 북부 교사 협의회와 여러 한국 학교에서 차 문화, 역사, 차 시연을 강의 하기도 하였다.
여러 단체에서 한국 전통 문화에 예전보다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한류의 열풍이 서서히 불어 오는 것 같다.
버겐 커뮤니티 칼리지의 여름 학기 틴에이져 아트 페스티발에서 한국 매듭을 처음으로 강의할 기회를 가졌다.
남녀 구분 없이 많은 고등학생들이 한국 매듭을 맺어보고 흥미로워 하며 내년에도 매듭 강의 요청을 받았다.
미국에서도 처음 선을 보인 매듭에 미술 교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린티 하우스를 운영 하면서 회원들에게 한국 문화 교실을 열게 되었다. 시, 서, 화, 다 회원들이 서예와 동양화 전시를 하면서
부모님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녀들이 한국의 문화를 배우게 되었다. 문학반에서는
시화전을 내년 봄에 준비 하기 위해서 매 주 수요일 마다 차와 함께 시를 낭독하며 공부를 한다.
첼시 갤러리에서 열린 AWAA(동양여성작가)의 전시회에 차 시연을 퍼포밍 아트로 하였다.
그림을 배경으로 돗자리에 앉아 한복을 입고 은은한 대금소리, 백자와 목기 다관에 담긴 다과, 녹차의 향이 어우러진
한국 전통 종합 예술을 한 눈에 보고 듣고 마시며 느낄 수 있는 차 시연을 시도 해 보았다. 많은 관람객들과 함께 나눈 뜻 깊은 자리였다.
이렇게 다민족의 뉴요커들은 고유하며 다양한 각 나라의 문화를 포용하고 수용하여 여러 분야에서 미 합중국만의 어메리칸 드림을 실현한다.
문화를 배우고 나누며 홀로 아닌 더불어 손잡고 나아가기 위해서 한국의 것을 알아야 타민족의 문화도 받아 들이며 이해하게 되어
폭 넓은 사고로 자랑스러운 코리안 어메리칸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산을 나와야 산이 보인다듯이…..
지난 시간을 뒤돌아 보니 나를 찾는 긴 과정의 여정에서 한국 학교를 통해 한국 문화로 정체성 있는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배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천상의 도시 시애틀 2010
재미한국학교협의회의 제 28회 학술대회가 시애틀 하이야트호텔에서 있었다. 오래전 이곳 루터런 대학교 기숙사에서 열렸던 14회 대회에 참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연륜만치 세월의 강흐름 속에 한국의 문화예술도 흘러왔을 것이란 생각에 젖어 보았다.
강사들도 세대 교차가 이루어지고 한국학교 졸업생이 교사가 되어 대회에 참석한 경우도 눈에 띄었다.디지탈세대답게 시청각재료를 파워포인트로 보여주는 강의방법도 일반화 되었다.한국학교에서 문화와 예술을 27년동안 가르쳐왔지만 국력과 함께 문화의식도 몰라보게 성장한 세계속의 한국미를 재발견한다는 생각으로 배운다는 자세로 강의을 들으면서 미국에
사는 한인 예술가들도 대회에 참석하여 전시회를 열며 함께 하는 전시기획을 구상도 떠올랐다. 이민사가 깊어져듯이 한국의 역사와 전통이 한국인 정체성이 배어난 작가의 작품으로 한국학교 교사들과 함께 나누며 공감하는 종합 예술 한마당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보았다.
학술대회기간 3일 내내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었다.
벨뷰 박물관이 커뮤니티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매년 여는 페스티발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4위로 선정 되었듯이 자연경관과 교육환경이 좋으며 취업이 잘되는 곳이듯이 모든 행사의 입장료가 무료였다. 박물관에 가서 여러 장르의 작품들도 감상을 하였다.
에어콘 찬공기에서 나와 걸으며 콧가에 스치는 신선한 향기 공기는 구름 한점 없는투명한 파란 깊은강 처럼 하늘과 설산에서 실어온 바람줄기와 맑은 햇살 아래 피어난 꽃들의 화려한 색상은 거리의 축제에 나온 이들과 아트 페어로 찬란한 여름의 빛을 뿜었다.
인공 실내에서 피곤하였던 심신은 천연의 공기에 어느덧 풀리며 오감이 충족되는 충만감으로 가득찼다.
호텔의 벽면에는 순수 미술 대작들로 설치 되었으며 선물가게 옆에 디지탈 갤러리가 흥미로았다.24시간 숙박하는 이들에게 열려있는 갤러리 창문으로 영상매체로 작가들 이미지를 보여주며 밖에 둔 테이블 위에 관심이 가는 작품을 기록하는 종이가 있었다.
판매 유통과정으로 직원 없이도 이루어지는 시장성 호텔 퍼블릭 아트 마켓팅이 흥미로았다.
서부쪽 예술작품이 회화보다 도자기와 유리공예가 많은 것은 지형과 기후에서 주는 영향인 것 같다. 현대미술에 장르의 구분이 없어졌지만 벨뷰박물관과 아트 페어 이미 오래전 인디언들은 생활 속에서 리빙아트를 해온 것 이다.
천연 자원 자연이 주는 흙, 모래. 나무. 가죽. 깃털. 풀로 의식주를 해결 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어진 예술품들이 박물관에 진열이 되었다.
뉴욕에서 볼 수 없는 전시를 관람 하면서 시애틀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삼면이 바다인 항구 도시 조선업 항공산업 공업도시에서 최첨단 IT 산업 도시로 주어졌지만 수억년의 자연의 향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물과 숲의 천상의 도시.
산의 제왕 남성처럼 다가온 일년 내내 눈으로 덮힌 레이니어 설산의 정기와 올림피아 산줄기 산맥이 여성의 부드러운 선 정상에서 피어난 이름 모를 풀꽃과 노니는 사슴들을 보면서 다정다감한 모성애로 느껴져 왔다.
시애틀 시내로 들어오기 위해서 페리호를 탔을때 지는 석양의 붉은 빛이 콜롬비아강 수면위에 비추며 설산에서 실어온 바람과 강바람이 온몸을 휘감으며 강줄기가 뱃길에 일어난 하얀 물줄기는 실타래를 엮어서 만든 설치 작품으로 보여 주었다.
천상의 도시 시애틀의 산과 강 자연의 대 협주곡이 울려펴지며 마음을 전률 시켰다.
하늘도 보이지 않는 숲속가를 거닐며 몇세기를 거쳐온 숲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디언 추장의 말이 귓가를 울렸다..
우리는 땅의 한 부분 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 이다
이 땅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가 이 땅의 일부 일 뿐….
우주적인 세계관 인디언들의 자연관에서 그들의 예술품들 시공을 초월한 아름다운 시어들을 읽을수 있었던 시애틀에서의 잠못이루는 나날들이었다.
Critic by Keun Soo, Lee 2011
한가위 둥근 달을 올려다보며 찻상 앞에 차인 홀로 앉아 있다. 찻잔에 따라진 연녹색 찻물 속에는 숨겼던 그리움이 떠 있는듯하고 무심코 잔을 비우는 고요한 몸가짐에선 무위(無爲)의 기다림을 보는 듯하다.
“등불이 되어서
등불 같은 꽃이 되어서
바다를 바라보며 기다린다.
내 삶의 반은 그리움이다.
새들이 낮게 나는 바닷소리 들으며
누군가 기다리는 시간은
이 작은 사랑은
외롭지만
슬픈 기쁨이다.
한 마리 새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남아 있는 시간
그리운 잎새 되어 남아 있는 저녁은
기다림으로 타오르는 놀빛 아래
작게 불을 켠 행복이다.“
<이성선, 작은 사랑>
시인이 노래한 이 작은 행복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있을까. 짝을 찾아 새가 우는 것처럼 무엇인가 그리워질 때 시인은 시를 쓰고 화가는 그림을 그린다. “그림은 말없는 시요. 시는 말하는 재능을 가진 그림”이란 옛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림이야말로 화폭에 표현된 시요 그리움을 원천으로 하는 오래된 자생의 예술일 것이다.
뉴욕에 머무는 동안 맨해튼 첼시거리에 있는 첼시웨스트갤러리(Chelsea West Gallery)에서 ‘Hommage a SooKuen(박수근에의 그리움)'이란 제명이 붙여진 전시회를 볼 기회가 있었다. 팸플릿에 쓰여 있는 천세련 화가의 말을 번역해 보았다. “내 작품에는 가죽, 페인트, 모래, 조개껍질, 녹차 잎 등 혼합재료가 사용된다. 가죽표면에 포토에칭기법으로 조선여인시리즈를 그려낼 때도 나는 여인들로부터 발산되는 모성적인 그리움을 버터처럼 부드럽게 표현하고 싶었다. 내가 마시는 차는 그리움을 표현하기에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재료들이다. 이런 재료들로 만들어지는 원(circle)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끊임없이 회전하면서 영원처럼 계속될 뿐이다. 가죽 표면에 찍혀지는 수많은 점들과 이 점들을 연결하는 선으로서 공간과 시간을 표현하고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인체 속의 소우주는 추상적인 색채로서 나타낸다. 대우주를 구성하는 수십억 개 별들 사이를 항해하는 우주선처럼 벽면에 입체적으로 설치된 원들의 행렬을 통해 그리움을 찾는 나의 유영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오프닝 리셉션에선 화가가 직접 보여주는 한국 차 시연행사도 곁들여졌다. 찻잎을 재료로 그리움을 표현하고자 한 작품들은 무엇보다 차를 좋아하는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장구의 양쪽 끝에서 떼어낸 가죽 판이 캔버스가 되고 우려내고 남은 차 잎을 판 위에 얹어 가죽표면에 찻물을 배어들게 함으로써 자연스런 형상을 만들어내고 마른 차 잎 위에 오일물감을 덧입히면서 화면에 입체적인 굴곡이 생겨나게 하는 기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법보다도 나를 더 끌리게 한 것은 화면을 구성하는 달과 찻잔의 환상적 배열, 그리고 잔에서 향기가 피어오르는 듯한 리얼리티가 전설적인 그리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비를 털어 다실에 걸어둘 작품 하나를 샀다.
대학캠퍼스를 품고 있는 고황산이 서쪽 창문을 통해 온전한 자태를 들어내 주는 경영대학 7층 연구실은 차실로서는 이상적인 곳이다. 첩첩수목 들어찬 깊은 산 속에서 명천 괴석을 벗 삼아 사는 스님들 경지에야 미치지 못하겠지만 도심 한복판에서 산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나는 이 방에 퇴수재(退水齋)란 이름을 붙여놓았다. 다 쓰고 난 물을 버리는 서재란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예닐곱 평 남짓한 방의 한가운데를 기다란 소나무 탁자가 차지하고 탁자위에는 차 통 몇 개와 차 그릇들이 적당히 놓여 있다. 차 찌꺼기와 찻물을 버리는 데 쓰는 퇴수기(退水器)도 그중에 들어있고 한구석에 놓인 작은 옹기물동이 하나도 구색을 맞추어준다. 한 쪽 벽에 그 그림이 걸렸다. 기다림 가운데 시인이 느꼈던 작은 행복이 화가에 의해 그리움으로 살아난 그림을 감상하며 독서로 피곤해진 심신을 쉬게 하는데 차(茶)만한 것은 또 없을 것이다. 밝은 창과 정결한 책상이 옆에 있으면 더욱 좋고 바람이 고르게 불면서 가는 비가 외창(外窓)을 가볍게 두드리는 날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소동파는 “좋은 차가 아름다운 여인과 같다(佳茗似佳人, 가명사가인)” 했고 “미인은 좋은 차와 함께 한다(美人伴茗,미인반명)”는 말도 있다. 차상 맞은편 자리에 빈잔 하나를 더 내어놓는다. 혼자 앉아 번갈아 비우는 두개의 찻잔, 한잔은 나의 것이지만 또 한잔은 기다리는 사람의 몫이다. 기다리는 사람이 언제 당도하든 그리운 대상을 간직한 찻잔은 행복하다. 기다림이 있는 동안 희망은 언제나 그의 편이기 때문일 것이다.
맨하탄에 신선이 살고 있다. 2011
맨하탄 라파엣 스트릿 8층 건물에 ‘실비아 앤 포김 갤러리’란 곳이 있다.
인공 폭포수와 연꽃이 피는 큰 water contaner 와 수풀을 연상케 하는 화초와 큰 나무들이 있다. 옥상에서 보이는 오래된 빌딩들의 물통과 대조적인 현대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보인다.
파란 깃털의 23년 된 앵무새가 걸어 다니며 핑크 깃털 앵무새가 쉴새 없이 소리를 낸다. 높은 지붕위 선루프 위로 흘러가는 구름이 보이는 하늘이 맞닿은 이곳에 있노라면 이곳이 지상인가 천상인가 하는 착각이 든다.
이곳에 하얀 백발에 꼿꼿한 자세와 자상한 모습과 미소를 머금은 94세 신선 김포 선생님이 살고 계신다. 미국에 오신지 55년 된 그사이에 공장이 빽빽했던 빌딩 주변은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하게 변화 되었듯 그동안의 세월동안 변모된 미국과 한국의 산 역사의 증인인 그의 작업실에는 아직도 그리지 않은 여러가지 캔버스가 빽빽이 쌓여 있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물감들, 아직 마르지 않은 캔버스와 바닥에 떨어진 물감들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져 작품처럼 깔려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건강진단을 하셨다는 김포선생님의 신체나이는 76세로 성인병도 없다고 한다. “지난 시간을 회상해 보면, 그 당시에는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되돌아 보면 힘든 일이 아니었고, 나쁘다고 생각했던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말씀에서 오랜시간의 연륜과 생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가 그의 건강과 젊음의 유지비결이 아닐까 싶다.
아직도 가죽 점퍼에 청바지, 선글라스를 끼고 백발의 머리를 날리며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젊은 시절 뉴요커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계신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자식도 없지만 50세 넘어 만난 지금의 부인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예술로 맺어진 두분은 아직도 외출시에는 서로 팔짱을 끼며 정다운 연인의 모습으로 살고 계신다.
20세기 대가들 마티스 ,피카소, 노장들의 작품활동, 후기 성찰의 열매, 단순화와 밝은 색감에서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고자 하는 상상의 나래를 명화로 남겨져 있듯이 선생님의 작품 ‘발리의 추억’ 또한 여행 때의 추억을 꽃, 산, 나무, 사람, 새가 은유적인 단순화된 기호로 표현되었다. 모든것을 초월한 승화된 의식의 묘사로 정결함과 감정의 고조로 이미지를 순화시킨 시각적 너머의 존재하는 사유의 세계를 묘사 하셨다.
초기때의 작품, 정밀 묘사에서 긴 여정을 지나 마치 아동화처럼 솔직 담백하며 경쾌함과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빈 여백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텅빈 충만함은 작가 자신이 이제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다 주고 가는 그런 마음과 초월적인 개념이 보여진다.
꽃들이 만발한 정원과 조각 작품들이 어우러진 무릉도원 호숫가에 꽃들이 떨어져 종이 배처럼 실려간다. 회색 빌딩숲 라파엣 스트릿과 초록 숲속에 있는 주말 집을 오가며 받은 자연의 정기로 현대의 신선, 진정한 자유인으로 사는 선생님은 모든 작가들이 바라는 예술과 사랑 그리고 건강을 갖고, 삶을 즐기며 관조하며 사색한 것을 그리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신 선생님의 드라마틱하고 멋진 삶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맨하탄에 신선이 살고 있다…
There is Nothing to Throw Away 2010
Since an classes have resumed, I prepared the supplies for that week and brought them to school. I teach art class not for my enjoyment but for the parents. I try and figure out various ways to use dis carded materials and bring them to life.
One particular parent who has three kids did her homework assignments with a great deal of care. She used non-soluble water paint for glass and drew beautiful flowers on an old cup. She also took an old jean jacket and pasted a Power Ranger cutout to make it look almost new. She used old accessories and glued them together to make new hairpins. When her husband saw her artwork, he was very impressed and asked her to work harder on the pieces of art. He told her he would introduce her to a gift shop owner who can sell her art· work. Even though her youngest child was not even old enough to walk, her enthusiasm and dedication were astounding. She is very artistic and demonstrates flair and an aptitude for writing Chinese characters. Once the kids are put to sleep it becomes her personal time. When people do something they enjoy, it's good for their mental health and since they use their hands to create tangible things, it gives them joy. Many people claim that they are too busy but I believe that they just don't make the time.
One of the parents asked me this question, "You don't throw any thing away, do you?"
I replied, "No, I don't throw anything away."
For example, hair that is cut from my two daughters is gathered and saved. Short hairpieces are used for embroidery, and the long hairpieces are braided and kept for later use. Some time ago I saw a Victorian brooch at an antique store and I tried to make it. Napoleon's hair was sold at an auction and it reminded me of the fact that a per son can die and pass away but his hair remains after his death. Clothes that are too small arc sorted according to the same fabric, and patchwork quilts, cushions, and buttons are made with these fabrics. Egg cartons are soaked in water, mixed in a mixer and then recreated into "handmade paper." Dried flowers are cut and laid flat inside books and eventually made into bookmarks by pasting the flowers to old cards. There are so many things that can be recycled.
If you carefully examine the things around you, everything has life. At the beach, sand can be bottled, seashells can be placed on a
dish and with the light shining on it, you can almost hear the ocean.
From the mountain you can take unknown plants and glue them to paper and you can design your own stationery. Theater tickets can be saved, pasted and framed into a collage. Every time I look at these items, it takes me back to that time in the past and I can almost feel all of those emotions again.
In our everyday lives, we can create unique items from our surroundings inexpensively and handmade with care. Cards are used all year round so it is good to have all the supplies handy such as paper, envelopes, buttons, pins, pieces of fabric, and wrapping paper, and by pasting these materials together, you can make something quite unique. For children’s birthday parties, you can have a craft party by drawing on plain T-shirts and cloth bags. All these activities can be an educational experience and you can do these things together while telling stories to each other. If a child gave his mother something he created with his own hands, what a wonderful gift it would be; it is a gift that cannot be bought.
Hundred People, Hundred Colors 2010
Anyone is able to gauge one's growth with the association of col ors. We are probably able to associate a color with the past, present , and the future. For example, we may remember that girls prefer red and pink, and boys prefer green and blue . When I was studying art, I was attracted to the color violet. When I went shopping or drew something, I was often fascinated by the power and mystery of mixed colors, the basis of which is the color violet.
There are hundred colors we can see and hundred colors we can not see. When we were young, we experienced the beauty and won der of the rainbow after a rainfall; thinking back, we probably regret not taking pictures of all the fantastic colors. We vividly remember the colors of the twilight and sunset, experiences we cannot express in words. Children draw rainbows when they are not even related to the content of the picture. Admiration of the rainbow is carved out in their hearts over space and time, regardless of their ethnic back
ground.
When I was studying the foundation of colors and drawing colors in a color system, I learned that ten colors consisted of the basic colors red, yellow and blue; I fully understood the concept of colors. I was interested in the simultaneous association between images of people and colors. When dividing seven colors-red, orange, yellow, green, blue, indigo, and violet- I can now see three kinds of natural colors. Until I can distinguish one color from the contrast of two col ors...my eyesight can not be broadened. Though we have a warm feeling towards our favorite color, someone else may not necessarily feel the same way.
I respect the look and feel of every color. Sometimes it means seeing the dramatic effect of opposite colors creating a contrast, and similar colors creating harmonious lines to form stability. There are hundred people and hundred colors, like the relationship of human beings.
By looking at pictures with images and recognizing the connect ing points, singling out each color mixed with various other colors, one can realize the harmony of many colors expressing the most exquisite beauty.
When studying Maestro's endless, deep passionate work, I can sense and appreciate the exclusive beauty of all the colors. The most beautiful colors are the ones that we love. Even no color like water can be made into and become all the colors. My favorite color can be found in my self-portrait because it provides many meanings.
The Meaning of 45 Minutes 2010
The hours of a given day are equal for everyone. People’s lifestyles are different depending on how they use their time. Already summer is gone and two-thirds of the year has passed away. Burning sunlight and humidity are slowly fading away. Blooming, disappearing, coming, going, meeting and parting-these are the repeating cycles of everyday life. We live towards death.
In the cycle of life, there is a principle of absolute constancy or no change. We come to accept the concept of time and the nature of circumstances. One moment contains all of our past, present and the future. If we miss it, we lose everything.
Artists are like observers who live to capture each moment. By expressing the world of the internal mind, what they bring together becomes perfection; it involves the process of realizing and breaking down every moment. The image that has been derived from contemplating nature is shown. They describe with passion a chosen circumstance at a given time. The precess of becoming the owner of a free mind requires the succession of asceticism. To become creative artists, it requires patience , philosophy, and meditation. They accept life as it is and learn to have a tolerant mind . This engenders happiness in any circumstance. The wisdom to accept reality cannot be gained out of material attachment and possession .
I can be considered a surrealist traveling through history in a time machine that crosses time and space. The way can be found by the procession of ceaseless struggle with time and myself. During twenty years of my teaching career, I became accustomed to conducting 45 minutes of lecture and getting 10 minutes of rest. This is the greatest, most effective training period for learning. Since the power of concentration is concentrated in one hour, a famous lecture can be delivered in that same amount of time.
Having an occupation means defined working hours, but housewives need to make an effort to use time effectively by themselves . We should understand that housework is not sacrificing for the family but a calling from heaven. Therefore we should try to improve our selves. They say jobless people are busier. It is because they become a slave of time and not a master of time. They are not able to cut, connect or manipulate time.
When everything on earth is exhausted from the heat of a steam ing, hot, summer day, I try to find my time of tranquility. I consider the importance of having 45 minutes and order my priorities accordingly.
Without knowing why everybody is busy with something in life, I make time for myself to stop before doing something. We should try to appreciate with our eyes what Mother Nature has given to us, for example the blooming flowers blowing in the August wind.
Through meditation and silent conversation with nature, I can contemplate on the meaning of time over and over again, expecting to see a shooting star at midnight in a summer dream with the chil dren next to me, having a heart-to-heart talk while the entire phenomenon is occurring between heaven and earth.
Children may want to have a July day with their parents. This requires the coexistence of art and life. The best summer present can be contained in the art of living forever, captured in the memory of a beautiful summer day.
재미한국학교협의회의 제 28회 학술대회가 시애틀 하이야트호텔에서 있었다. 오래전 이곳 루터런 대학교 기숙사에서 열렸던 14회 대회에 참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연륜만치 세월의 강흐름 속에 한국의 문화예술도 흘러왔을 것이란 생각에 젖어 보았다.
강사들도 세대 교차가 이루어지고 한국학교 졸업생이 교사가 되어 대회에 참석한 경우도 눈에 띄었다.디지탈세대답게 시청각재료를 파워포인트로 보여주는 강의방법도 일반화 되었다.한국학교에서 문화와 예술을 27년동안 가르쳐왔지만 국력과 함께 문화의식도 몰라보게 성장한 세계속의 한국미를 재발견한다는 생각으로 배운다는 자세로 강의을 들으면서 미국에
사는 한인 예술가들도 대회에 참석하여 전시회를 열며 함께 하는 전시기획을 구상도 떠올랐다. 이민사가 깊어져듯이 한국의 역사와 전통이 한국인 정체성이 배어난 작가의 작품으로 한국학교 교사들과 함께 나누며 공감하는 종합 예술 한마당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보았다.
학술대회기간 3일 내내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었다.
벨뷰 박물관이 커뮤니티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매년 여는 페스티발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4위로 선정 되었듯이 자연경관과 교육환경이 좋으며 취업이 잘되는 곳이듯이 모든 행사의 입장료가 무료였다. 박물관에 가서 여러 장르의 작품들도 감상을 하였다.
에어콘 찬공기에서 나와 걸으며 콧가에 스치는 신선한 향기 공기는 구름 한점 없는투명한 파란 깊은강 처럼 하늘과 설산에서 실어온 바람줄기와 맑은 햇살 아래 피어난 꽃들의 화려한 색상은 거리의 축제에 나온 이들과 아트 페어로 찬란한 여름의 빛을 뿜었다.
인공 실내에서 피곤하였던 심신은 천연의 공기에 어느덧 풀리며 오감이 충족되는 충만감으로 가득찼다.
호텔의 벽면에는 순수 미술 대작들로 설치 되었으며 선물가게 옆에 디지탈 갤러리가 흥미로았다.24시간 숙박하는 이들에게 열려있는 갤러리 창문으로 영상매체로 작가들 이미지를 보여주며 밖에 둔 테이블 위에 관심이 가는 작품을 기록하는 종이가 있었다.
판매 유통과정으로 직원 없이도 이루어지는 시장성 호텔 퍼블릭 아트 마켓팅이 흥미로았다.
서부쪽 예술작품이 회화보다 도자기와 유리공예가 많은 것은 지형과 기후에서 주는 영향인 것 같다. 현대미술에 장르의 구분이 없어졌지만 벨뷰박물관과 아트 페어 이미 오래전 인디언들은 생활 속에서 리빙아트를 해온 것 이다.
천연 자원 자연이 주는 흙, 모래. 나무. 가죽. 깃털. 풀로 의식주를 해결 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어진 예술품들이 박물관에 진열이 되었다.
뉴욕에서 볼 수 없는 전시를 관람 하면서 시애틀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삼면이 바다인 항구 도시 조선업 항공산업 공업도시에서 최첨단 IT 산업 도시로 주어졌지만 수억년의 자연의 향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물과 숲의 천상의 도시.
산의 제왕 남성처럼 다가온 일년 내내 눈으로 덮힌 레이니어 설산의 정기와 올림피아 산줄기 산맥이 여성의 부드러운 선 정상에서 피어난 이름 모를 풀꽃과 노니는 사슴들을 보면서 다정다감한 모성애로 느껴져 왔다.
시애틀 시내로 들어오기 위해서 페리호를 탔을때 지는 석양의 붉은 빛이 콜롬비아강 수면위에 비추며 설산에서 실어온 바람과 강바람이 온몸을 휘감으며 강줄기가 뱃길에 일어난 하얀 물줄기는 실타래를 엮어서 만든 설치 작품으로 보여 주었다.
천상의 도시 시애틀의 산과 강 자연의 대 협주곡이 울려펴지며 마음을 전률 시켰다.
하늘도 보이지 않는 숲속가를 거닐며 몇세기를 거쳐온 숲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디언 추장의 말이 귓가를 울렸다..
우리는 땅의 한 부분 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 이다
이 땅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가 이 땅의 일부 일 뿐….
우주적인 세계관 인디언들의 자연관에서 그들의 예술품들 시공을 초월한 아름다운 시어들을 읽을수 있었던 시애틀에서의 잠못이루는 나날들이었다.
Critic by Keun Soo, Lee 2011
한가위 둥근 달을 올려다보며 찻상 앞에 차인 홀로 앉아 있다. 찻잔에 따라진 연녹색 찻물 속에는 숨겼던 그리움이 떠 있는듯하고 무심코 잔을 비우는 고요한 몸가짐에선 무위(無爲)의 기다림을 보는 듯하다.
“등불이 되어서
등불 같은 꽃이 되어서
바다를 바라보며 기다린다.
내 삶의 반은 그리움이다.
새들이 낮게 나는 바닷소리 들으며
누군가 기다리는 시간은
이 작은 사랑은
외롭지만
슬픈 기쁨이다.
한 마리 새를 기다리는 마음으로
남아 있는 시간
그리운 잎새 되어 남아 있는 저녁은
기다림으로 타오르는 놀빛 아래
작게 불을 켠 행복이다.“
<이성선, 작은 사랑>
시인이 노래한 이 작은 행복을 달리 표현할 방법이 있을까. 짝을 찾아 새가 우는 것처럼 무엇인가 그리워질 때 시인은 시를 쓰고 화가는 그림을 그린다. “그림은 말없는 시요. 시는 말하는 재능을 가진 그림”이란 옛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림이야말로 화폭에 표현된 시요 그리움을 원천으로 하는 오래된 자생의 예술일 것이다.
뉴욕에 머무는 동안 맨해튼 첼시거리에 있는 첼시웨스트갤러리(Chelsea West Gallery)에서 ‘Hommage a SooKuen(박수근에의 그리움)'이란 제명이 붙여진 전시회를 볼 기회가 있었다. 팸플릿에 쓰여 있는 천세련 화가의 말을 번역해 보았다. “내 작품에는 가죽, 페인트, 모래, 조개껍질, 녹차 잎 등 혼합재료가 사용된다. 가죽표면에 포토에칭기법으로 조선여인시리즈를 그려낼 때도 나는 여인들로부터 발산되는 모성적인 그리움을 버터처럼 부드럽게 표현하고 싶었다. 내가 마시는 차는 그리움을 표현하기에 더 이상 좋을 수 없는 재료들이다. 이런 재료들로 만들어지는 원(circle)은 시작도 없고 끝도 없다. 끊임없이 회전하면서 영원처럼 계속될 뿐이다. 가죽 표면에 찍혀지는 수많은 점들과 이 점들을 연결하는 선으로서 공간과 시간을 표현하고 만질 수도 볼 수도 없는 인체 속의 소우주는 추상적인 색채로서 나타낸다. 대우주를 구성하는 수십억 개 별들 사이를 항해하는 우주선처럼 벽면에 입체적으로 설치된 원들의 행렬을 통해 그리움을 찾는 나의 유영은 한동안 계속될 것이다.”
오프닝 리셉션에선 화가가 직접 보여주는 한국 차 시연행사도 곁들여졌다. 찻잎을 재료로 그리움을 표현하고자 한 작품들은 무엇보다 차를 좋아하는 나에게 흥미롭게 다가왔다. 장구의 양쪽 끝에서 떼어낸 가죽 판이 캔버스가 되고 우려내고 남은 차 잎을 판 위에 얹어 가죽표면에 찻물을 배어들게 함으로써 자연스런 형상을 만들어내고 마른 차 잎 위에 오일물감을 덧입히면서 화면에 입체적인 굴곡이 생겨나게 하는 기법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기법보다도 나를 더 끌리게 한 것은 화면을 구성하는 달과 찻잔의 환상적 배열, 그리고 잔에서 향기가 피어오르는 듯한 리얼리티가 전설적인 그리움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었다. 나는 여비를 털어 다실에 걸어둘 작품 하나를 샀다.
대학캠퍼스를 품고 있는 고황산이 서쪽 창문을 통해 온전한 자태를 들어내 주는 경영대학 7층 연구실은 차실로서는 이상적인 곳이다. 첩첩수목 들어찬 깊은 산 속에서 명천 괴석을 벗 삼아 사는 스님들 경지에야 미치지 못하겠지만 도심 한복판에서 산을 보며 차를 마실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즐거움인가. 나는 이 방에 퇴수재(退水齋)란 이름을 붙여놓았다. 다 쓰고 난 물을 버리는 서재란 뜻이다. 이름에 걸맞게 예닐곱 평 남짓한 방의 한가운데를 기다란 소나무 탁자가 차지하고 탁자위에는 차 통 몇 개와 차 그릇들이 적당히 놓여 있다. 차 찌꺼기와 찻물을 버리는 데 쓰는 퇴수기(退水器)도 그중에 들어있고 한구석에 놓인 작은 옹기물동이 하나도 구색을 맞추어준다. 한 쪽 벽에 그 그림이 걸렸다. 기다림 가운데 시인이 느꼈던 작은 행복이 화가에 의해 그리움으로 살아난 그림을 감상하며 독서로 피곤해진 심신을 쉬게 하는데 차(茶)만한 것은 또 없을 것이다. 밝은 창과 정결한 책상이 옆에 있으면 더욱 좋고 바람이 고르게 불면서 가는 비가 외창(外窓)을 가볍게 두드리는 날이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소동파는 “좋은 차가 아름다운 여인과 같다(佳茗似佳人, 가명사가인)” 했고 “미인은 좋은 차와 함께 한다(美人伴茗,미인반명)”는 말도 있다. 차상 맞은편 자리에 빈잔 하나를 더 내어놓는다. 혼자 앉아 번갈아 비우는 두개의 찻잔, 한잔은 나의 것이지만 또 한잔은 기다리는 사람의 몫이다. 기다리는 사람이 언제 당도하든 그리운 대상을 간직한 찻잔은 행복하다. 기다림이 있는 동안 희망은 언제나 그의 편이기 때문일 것이다.
맨하탄에 신선이 살고 있다. 2011
맨하탄 라파엣 스트릿 8층 건물에 ‘실비아 앤 포김 갤러리’란 곳이 있다.
인공 폭포수와 연꽃이 피는 큰 water contaner 와 수풀을 연상케 하는 화초와 큰 나무들이 있다. 옥상에서 보이는 오래된 빌딩들의 물통과 대조적인 현대 건축물들이 어우러져 보인다.
파란 깃털의 23년 된 앵무새가 걸어 다니며 핑크 깃털 앵무새가 쉴새 없이 소리를 낸다. 높은 지붕위 선루프 위로 흘러가는 구름이 보이는 하늘이 맞닿은 이곳에 있노라면 이곳이 지상인가 천상인가 하는 착각이 든다.
이곳에 하얀 백발에 꼿꼿한 자세와 자상한 모습과 미소를 머금은 94세 신선 김포 선생님이 살고 계신다. 미국에 오신지 55년 된 그사이에 공장이 빽빽했던 빌딩 주변은 고급 레스토랑이 즐비하게 변화 되었듯 그동안의 세월동안 변모된 미국과 한국의 산 역사의 증인인 그의 작업실에는 아직도 그리지 않은 여러가지 캔버스가 빽빽이 쌓여 있다.
테이블 위에 놓여진 물감들, 아직 마르지 않은 캔버스와 바닥에 떨어진 물감들이 형형색색으로 물들어져 작품처럼 깔려 있다.
최근 한국을 방문해 건강진단을 하셨다는 김포선생님의 신체나이는 76세로 성인병도 없다고 한다. “지난 시간을 회상해 보면, 그 당시에는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되돌아 보면 힘든 일이 아니었고, 나쁘다고 생각했던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다.”는 말씀에서 오랜시간의 연륜과 생의 편안함이 느껴진다. 이런 긍정적인 마인드가 그의 건강과 젊음의 유지비결이 아닐까 싶다.
아직도 가죽 점퍼에 청바지, 선글라스를 끼고 백발의 머리를 날리며 스포츠카를 운전하는 선생님의 모습은 젊은 시절 뉴요커의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계신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고 자식도 없지만 50세 넘어 만난 지금의 부인과 새로운 삶을 시작하셨다고 한다. 예술로 맺어진 두분은 아직도 외출시에는 서로 팔짱을 끼며 정다운 연인의 모습으로 살고 계신다.
20세기 대가들 마티스 ,피카소, 노장들의 작품활동, 후기 성찰의 열매, 단순화와 밝은 색감에서 진정한 자유인으로 살고자 하는 상상의 나래를 명화로 남겨져 있듯이 선생님의 작품 ‘발리의 추억’ 또한 여행 때의 추억을 꽃, 산, 나무, 사람, 새가 은유적인 단순화된 기호로 표현되었다. 모든것을 초월한 승화된 의식의 묘사로 정결함과 감정의 고조로 이미지를 순화시킨 시각적 너머의 존재하는 사유의 세계를 묘사 하셨다.
초기때의 작품, 정밀 묘사에서 긴 여정을 지나 마치 아동화처럼 솔직 담백하며 경쾌함과 미소를 자아내게 하는 빈 여백에서 오는 여유로움과 텅빈 충만함은 작가 자신이 이제 모든 것을 다 내려놓은, 다 주고 가는 그런 마음과 초월적인 개념이 보여진다.
꽃들이 만발한 정원과 조각 작품들이 어우러진 무릉도원 호숫가에 꽃들이 떨어져 종이 배처럼 실려간다. 회색 빌딩숲 라파엣 스트릿과 초록 숲속에 있는 주말 집을 오가며 받은 자연의 정기로 현대의 신선, 진정한 자유인으로 사는 선생님은 모든 작가들이 바라는 예술과 사랑 그리고 건강을 갖고, 삶을 즐기며 관조하며 사색한 것을 그리고 있다.
흔히들 말하는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신 선생님의 드라마틱하고 멋진 삶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맨하탄에 신선이 살고 있다…
There is Nothing to Throw Away 2010
Since an classes have resumed, I prepared the supplies for that week and brought them to school. I teach art class not for my enjoyment but for the parents. I try and figure out various ways to use dis carded materials and bring them to life.
One particular parent who has three kids did her homework assignments with a great deal of care. She used non-soluble water paint for glass and drew beautiful flowers on an old cup. She also took an old jean jacket and pasted a Power Ranger cutout to make it look almost new. She used old accessories and glued them together to make new hairpins. When her husband saw her artwork, he was very impressed and asked her to work harder on the pieces of art. He told her he would introduce her to a gift shop owner who can sell her art· work. Even though her youngest child was not even old enough to walk, her enthusiasm and dedication were astounding. She is very artistic and demonstrates flair and an aptitude for writing Chinese characters. Once the kids are put to sleep it becomes her personal time. When people do something they enjoy, it's good for their mental health and since they use their hands to create tangible things, it gives them joy. Many people claim that they are too busy but I believe that they just don't make the time.
One of the parents asked me this question, "You don't throw any thing away, do you?"
I replied, "No, I don't throw anything away."
For example, hair that is cut from my two daughters is gathered and saved. Short hairpieces are used for embroidery, and the long hairpieces are braided and kept for later use. Some time ago I saw a Victorian brooch at an antique store and I tried to make it. Napoleon's hair was sold at an auction and it reminded me of the fact that a per son can die and pass away but his hair remains after his death. Clothes that are too small arc sorted according to the same fabric, and patchwork quilts, cushions, and buttons are made with these fabrics. Egg cartons are soaked in water, mixed in a mixer and then recreated into "handmade paper." Dried flowers are cut and laid flat inside books and eventually made into bookmarks by pasting the flowers to old cards. There are so many things that can be recycled.
If you carefully examine the things around you, everything has life. At the beach, sand can be bottled, seashells can be placed on a
dish and with the light shining on it, you can almost hear the ocean.
From the mountain you can take unknown plants and glue them to paper and you can design your own stationery. Theater tickets can be saved, pasted and framed into a collage. Every time I look at these items, it takes me back to that time in the past and I can almost feel all of those emotions again.
In our everyday lives, we can create unique items from our surroundings inexpensively and handmade with care. Cards are used all year round so it is good to have all the supplies handy such as paper, envelopes, buttons, pins, pieces of fabric, and wrapping paper, and by pasting these materials together, you can make something quite unique. For children’s birthday parties, you can have a craft party by drawing on plain T-shirts and cloth bags. All these activities can be an educational experience and you can do these things together while telling stories to each other. If a child gave his mother something he created with his own hands, what a wonderful gift it would be; it is a gift that cannot be bought.
Hundred People, Hundred Colors 2010
Anyone is able to gauge one's growth with the association of col ors. We are probably able to associate a color with the past, present , and the future. For example, we may remember that girls prefer red and pink, and boys prefer green and blue . When I was studying art, I was attracted to the color violet. When I went shopping or drew something, I was often fascinated by the power and mystery of mixed colors, the basis of which is the color violet.
There are hundred colors we can see and hundred colors we can not see. When we were young, we experienced the beauty and won der of the rainbow after a rainfall; thinking back, we probably regret not taking pictures of all the fantastic colors. We vividly remember the colors of the twilight and sunset, experiences we cannot express in words. Children draw rainbows when they are not even related to the content of the picture. Admiration of the rainbow is carved out in their hearts over space and time, regardless of their ethnic back
ground.
When I was studying the foundation of colors and drawing colors in a color system, I learned that ten colors consisted of the basic colors red, yellow and blue; I fully understood the concept of colors. I was interested in the simultaneous association between images of people and colors. When dividing seven colors-red, orange, yellow, green, blue, indigo, and violet- I can now see three kinds of natural colors. Until I can distinguish one color from the contrast of two col ors...my eyesight can not be broadened. Though we have a warm feeling towards our favorite color, someone else may not necessarily feel the same way.
I respect the look and feel of every color. Sometimes it means seeing the dramatic effect of opposite colors creating a contrast, and similar colors creating harmonious lines to form stability. There are hundred people and hundred colors, like the relationship of human beings.
By looking at pictures with images and recognizing the connect ing points, singling out each color mixed with various other colors, one can realize the harmony of many colors expressing the most exquisite beauty.
When studying Maestro's endless, deep passionate work, I can sense and appreciate the exclusive beauty of all the colors. The most beautiful colors are the ones that we love. Even no color like water can be made into and become all the colors. My favorite color can be found in my self-portrait because it provides many meanings.
The Meaning of 45 Minutes 2010
The hours of a given day are equal for everyone. People’s lifestyles are different depending on how they use their time. Already summer is gone and two-thirds of the year has passed away. Burning sunlight and humidity are slowly fading away. Blooming, disappearing, coming, going, meeting and parting-these are the repeating cycles of everyday life. We live towards death.
In the cycle of life, there is a principle of absolute constancy or no change. We come to accept the concept of time and the nature of circumstances. One moment contains all of our past, present and the future. If we miss it, we lose everything.
Artists are like observers who live to capture each moment. By expressing the world of the internal mind, what they bring together becomes perfection; it involves the process of realizing and breaking down every moment. The image that has been derived from contemplating nature is shown. They describe with passion a chosen circumstance at a given time. The precess of becoming the owner of a free mind requires the succession of asceticism. To become creative artists, it requires patience , philosophy, and meditation. They accept life as it is and learn to have a tolerant mind . This engenders happiness in any circumstance. The wisdom to accept reality cannot be gained out of material attachment and possession .
I can be considered a surrealist traveling through history in a time machine that crosses time and space. The way can be found by the procession of ceaseless struggle with time and myself. During twenty years of my teaching career, I became accustomed to conducting 45 minutes of lecture and getting 10 minutes of rest. This is the greatest, most effective training period for learning. Since the power of concentration is concentrated in one hour, a famous lecture can be delivered in that same amount of time.
Having an occupation means defined working hours, but housewives need to make an effort to use time effectively by themselves . We should understand that housework is not sacrificing for the family but a calling from heaven. Therefore we should try to improve our selves. They say jobless people are busier. It is because they become a slave of time and not a master of time. They are not able to cut, connect or manipulate time.
When everything on earth is exhausted from the heat of a steam ing, hot, summer day, I try to find my time of tranquility. I consider the importance of having 45 minutes and order my priorities accordingly.
Without knowing why everybody is busy with something in life, I make time for myself to stop before doing something. We should try to appreciate with our eyes what Mother Nature has given to us, for example the blooming flowers blowing in the August wind.
Through meditation and silent conversation with nature, I can contemplate on the meaning of time over and over again, expecting to see a shooting star at midnight in a summer dream with the chil dren next to me, having a heart-to-heart talk while the entire phenomenon is occurring between heaven and earth.
Children may want to have a July day with their parents. This requires the coexistence of art and life. The best summer present can be contained in the art of living forever, captured in the memory of a beautiful summer day.
Sculpture Exhibition in the Open Air at Midnight 2010
A long, long summer vacation has started. The parents’ homework is to make plans for their kids so that their summers will be fruitful and productive. In order to supplement their studies on the major subjects, parents have to read up on information about summer camp, traveling,etc., which makes them very nervous.
The genuine meaning of a vacation is a training period for an education on human nature at home and in the society. Having an active school life at the beginning of a new semester in September depends on how kids spent their long holiday.
Visiting museums in NY and NJ requires on hour of driving but it goes a long way in building good character in children and instilling beautiful memories for them and the rest of the family.
After preparing a simple lunch for a picnic, you can catch a glimpse of some sculptures standing in several places in the midst of vast nature along the Hudson River Valley driveway in NY and while passing the Woodbury outlet and unoccupied county road in Rt.32.
After taking a look at the visitor 's map, you can make a pilgrim age to discover fine art. With the thick, green fields and unidentified wild flowers in the background, you can be a pilgrim on a mission to discover objects of fine art under the vast blue sky. By looking at nature and art in harmony, you will feel and attain a level of highest perfection.
In the work "The Wall That Went for a Walk" by Andy Goldworthy, the stonewall touching the lake in the open air and other abstract sculptures represent the images of the artist.
The works by a British artist that express the wonders of nature is worth showing to the children. When our eyes meet the works done on falling leaves, ice, snow, wood,water, and stones, we realize that they contain marvelous secrets accumulated over hundreds and millions of years on the earth. We realize that sculptures can capture this wonder.
It is also a good idea to show the work on waiting for UFOs by the Korean artist Pak Nam-Jun. It can be a wonderful opportunity to have a conversation with the children about what the work means, informing them that he is a famous Korean artist.
How about taking a walk with your children? You can stimulate how they think and plan their future so they will have a sense of where they are headed more than their parents did. The use of variety and abstract art in sculpture applies the scientific technology of the twentieth century in modem art history.
On the way back from such a trip, you can choose some books that are related to works that are exhibited in museums, spend a summer day being surrounded by nature, etc. and the whole family can appreciate fine arts all the more.
On a day when the stars are shining in the night sky in some country setting, you can expect to have luck by watching a shooting star, and talk about a beautiful summer dream, hoping to catch a glimpse of a real phenomenon between heaven and earth, just like a story.
Children can have a July day when art and life coexist. Then the memory of the most wonderful and beautiful summer vacation can remain in the heart forever as living art.
Importance of Participating in One's Community 2010
In every town in America, a school and Parent Teacher's Association (P.T.A) exist. If you are a parent of a child attending school, then it is your duty and right to join the P.T.A.
Every Wednesday at lunch time, a P.T.A member is chosen as the "class mother" to help with the pizza menu. By distributing pizza in a class of twenty kids or so, the mother can become familiar with her child's classmates and be able to see her child through a more objective point of view. This leads to a more active participation of the mother in the child's school activities that allows her to understand what is going on in school as well as to understand her child better.
In the first Monday of every month, members attend a meeting of the "Friends of the Library" in the local library to plan out a schedule. So far the association has earned money for the library by having Thanksgiving and summer vacation events for young children. They have also made programs for adults by setting up craft classes and other interesting classes. This has allowed the members of the P.T.A to become familiar with community members. Through this bonding, they can feel more at home in their community as well as to introduce their children to the world of books and literature. Last Sunday there was an event hosted by the Women’s Club. There was a craft show and members of the club sold snacks in the cafeteria. They decided to use the earned money for academic scholarship. I feel there is more meaning i the participation itself rather than the earning of money. As I listen to the elderly tell their stories and experiences to their children and grandchildren, I can see the beauty in their lives. It seems to me that perhaps having children, watching them grow and have children of their own is ultimately a common thing but a necessity for expressing beauty in life.
천상의 도시 시애틀 2010
재미한국학교협의회의 제 28회 학술대회가 시애틀 하이야트호텔에서 있었다. 오래전 이곳 루터런 대학교 기숙사에서 열렸던 14회 대회에 참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연륜만치 세월의 강흐름 속에 한국의 문화예술도 흘러왔을 것이란 생각에 젖어 보았다.
강사들도 세대 교차가 이루어지고 한국학교 졸업생이 교사가 되어 대회에 참석한 경우도 눈에 띄었다.디지탈세대답게 시청각재료를 파워포인트로 보여주는 강의방법도 일반화 되었다.한국학교에서 문화와 예술을 27년동안 가르쳐왔지만 국력과 함께 문화의식도 몰라보게 성장한 세계속의 한국미를 재발견한다는 생각으로 배운다는 자세로 강의을 들으면서 미국에
사는 한인 예술가들도 대회에 참석하여 전시회를 열며 함께 하는 전시기획을 구상도 떠올랐다. 이민사가 깊어져듯이 한국의 역사와 전통이 한국인 정체성이 배어난 작가의 작품으로 한국학교 교사들과 함께 나누며 공감하는 종합 예술 한마당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보았다.
학술대회기간 3일 내내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었다.
벨뷰 박물관이 커뮤니티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매년 여는 페스티발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4위로 선정 되었듯이 자연경관과 교육환경이 좋으며 취업이 잘되는 곳이듯이 모든 행사의 입장료가 무료였다. 박물관에 가서 여러 장르의 작품들도 감상을 하였다.
에어콘 찬공기에서 나와 걸으며 콧가에 스치는 신선한 향기 공기는 구름 한점 없는투명한 파란 깊은강 처럼 하늘과 설산에서 실어온 바람줄기와 맑은 햇살 아래 피어난 꽃들의 화려한 색상은 거리의 축제에 나온 이들과 아트 페어로 찬란한 여름의 빛을 뿜었다.
인공 실내에서 피곤하였던 심신은 천연의 공기에 어느덧 풀리며 오감이 충족되는 충만감으로 가득찼다.
호텔의 벽면에는 순수 미술 대작들로 설치 되었으며 선물가게 옆에 디지탈 갤러리가 흥미로았다.24시간 숙박하는 이들에게 열려있는 갤러리 창문으로 영상매체로 작가들 이미지를 보여주며 밖에 둔 테이블 위에 관심이 가는 작품을 기록하는 종이가 있었다.
판매 유통과정으로 직원 없이도 이루어지는 시장성 호텔 퍼블릭 아트 마켓팅이 흥미로았다.
서부쪽 예술작품이 회화보다 도자기와 유리공예가 많은 것은 지형과 기후에서 주는 영향인 것 같다. 현대미술에 장르의 구분이 없어졌지만 벨뷰박물관과 아트 페어 이미 오래전 인디언들은 생활 속에서 리빙아트를 해온 것 이다.
천연 자원 자연이 주는 흙, 모래. 나무. 가죽. 깃털. 풀로 의식주를 해결 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어진 예술품들이 박물관에 진열이 되었다.
뉴욕에서 볼 수 없는 전시를 관람 하면서 시애틀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삼면이 바다인 항구 도시 조선업 항공산업 공업도시에서 최첨단 IT 산업 도시로 주어졌지만 수억년의 자연의 향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물과 숲의 천상의 도시.
산의 제왕 남성처럼 다가온 일년 내내 눈으로 덮힌 레이니어 설산의 정기와 올림피아 산줄기 산맥이 여성의 부드러운 선 정상에서 피어난 이름 모를 풀꽃과 노니는 사슴들을 보면서 다정다감한 모성애로 느껴져 왔다.
시애틀 시내로 들어오기 위해서 페리호를 탔을때 지는 석양의 붉은 빛이 콜롬비아강 수면위에 비추며 설산에서 실어온 바람과 강바람이 온몸을 휘감으며 강줄기가 뱃길에 일어난 하얀 물줄기는 실타래를 엮어서 만든 설치 작품으로 보여 주었다.
천상의 도시 시애틀의 산과 강 자연의 대 협주곡이 울려펴지며 마음을 전률 시켰다.
하늘도 보이지 않는 숲속가를 거닐며 몇세기를 거쳐온 숲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디언 추장의 말이 귓가를 울렸다..
우리는 땅의 한 부분 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 이다
이 땅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가 이 땅의 일부 일 뿐….
우주적인 세계관 인디언들의 자연관에서 그들의 예술품들 시공을 초월한 아름다운 시어들을 읽을수 있었던 시애틀에서의 잠못이루는 나날들이었다.
A long, long summer vacation has started. The parents’ homework is to make plans for their kids so that their summers will be fruitful and productive. In order to supplement their studies on the major subjects, parents have to read up on information about summer camp, traveling,etc., which makes them very nervous.
The genuine meaning of a vacation is a training period for an education on human nature at home and in the society. Having an active school life at the beginning of a new semester in September depends on how kids spent their long holiday.
Visiting museums in NY and NJ requires on hour of driving but it goes a long way in building good character in children and instilling beautiful memories for them and the rest of the family.
After preparing a simple lunch for a picnic, you can catch a glimpse of some sculptures standing in several places in the midst of vast nature along the Hudson River Valley driveway in NY and while passing the Woodbury outlet and unoccupied county road in Rt.32.
After taking a look at the visitor 's map, you can make a pilgrim age to discover fine art. With the thick, green fields and unidentified wild flowers in the background, you can be a pilgrim on a mission to discover objects of fine art under the vast blue sky. By looking at nature and art in harmony, you will feel and attain a level of highest perfection.
In the work "The Wall That Went for a Walk" by Andy Goldworthy, the stonewall touching the lake in the open air and other abstract sculptures represent the images of the artist.
The works by a British artist that express the wonders of nature is worth showing to the children. When our eyes meet the works done on falling leaves, ice, snow, wood,water, and stones, we realize that they contain marvelous secrets accumulated over hundreds and millions of years on the earth. We realize that sculptures can capture this wonder.
It is also a good idea to show the work on waiting for UFOs by the Korean artist Pak Nam-Jun. It can be a wonderful opportunity to have a conversation with the children about what the work means, informing them that he is a famous Korean artist.
How about taking a walk with your children? You can stimulate how they think and plan their future so they will have a sense of where they are headed more than their parents did. The use of variety and abstract art in sculpture applies the scientific technology of the twentieth century in modem art history.
On the way back from such a trip, you can choose some books that are related to works that are exhibited in museums, spend a summer day being surrounded by nature, etc. and the whole family can appreciate fine arts all the more.
On a day when the stars are shining in the night sky in some country setting, you can expect to have luck by watching a shooting star, and talk about a beautiful summer dream, hoping to catch a glimpse of a real phenomenon between heaven and earth, just like a story.
Children can have a July day when art and life coexist. Then the memory of the most wonderful and beautiful summer vacation can remain in the heart forever as living art.
Importance of Participating in One's Community 2010
In every town in America, a school and Parent Teacher's Association (P.T.A) exist. If you are a parent of a child attending school, then it is your duty and right to join the P.T.A.
Every Wednesday at lunch time, a P.T.A member is chosen as the "class mother" to help with the pizza menu. By distributing pizza in a class of twenty kids or so, the mother can become familiar with her child's classmates and be able to see her child through a more objective point of view. This leads to a more active participation of the mother in the child's school activities that allows her to understand what is going on in school as well as to understand her child better.
In the first Monday of every month, members attend a meeting of the "Friends of the Library" in the local library to plan out a schedule. So far the association has earned money for the library by having Thanksgiving and summer vacation events for young children. They have also made programs for adults by setting up craft classes and other interesting classes. This has allowed the members of the P.T.A to become familiar with community members. Through this bonding, they can feel more at home in their community as well as to introduce their children to the world of books and literature. Last Sunday there was an event hosted by the Women’s Club. There was a craft show and members of the club sold snacks in the cafeteria. They decided to use the earned money for academic scholarship. I feel there is more meaning i the participation itself rather than the earning of money. As I listen to the elderly tell their stories and experiences to their children and grandchildren, I can see the beauty in their lives. It seems to me that perhaps having children, watching them grow and have children of their own is ultimately a common thing but a necessity for expressing beauty in life.
천상의 도시 시애틀 2010
재미한국학교협의회의 제 28회 학술대회가 시애틀 하이야트호텔에서 있었다. 오래전 이곳 루터런 대학교 기숙사에서 열렸던 14회 대회에 참가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 연륜만치 세월의 강흐름 속에 한국의 문화예술도 흘러왔을 것이란 생각에 젖어 보았다.
강사들도 세대 교차가 이루어지고 한국학교 졸업생이 교사가 되어 대회에 참석한 경우도 눈에 띄었다.디지탈세대답게 시청각재료를 파워포인트로 보여주는 강의방법도 일반화 되었다.한국학교에서 문화와 예술을 27년동안 가르쳐왔지만 국력과 함께 문화의식도 몰라보게 성장한 세계속의 한국미를 재발견한다는 생각으로 배운다는 자세로 강의을 들으면서 미국에
사는 한인 예술가들도 대회에 참석하여 전시회를 열며 함께 하는 전시기획을 구상도 떠올랐다. 이민사가 깊어져듯이 한국의 역사와 전통이 한국인 정체성이 배어난 작가의 작품으로 한국학교 교사들과 함께 나누며 공감하는 종합 예술 한마당이 되는 날을 기대해 보았다.
학술대회기간 3일 내내 아트페어가 열리고 있었다.
벨뷰 박물관이 커뮤니티 예술가를 지원하기 위해 매년 여는 페스티발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 4위로 선정 되었듯이 자연경관과 교육환경이 좋으며 취업이 잘되는 곳이듯이 모든 행사의 입장료가 무료였다. 박물관에 가서 여러 장르의 작품들도 감상을 하였다.
에어콘 찬공기에서 나와 걸으며 콧가에 스치는 신선한 향기 공기는 구름 한점 없는투명한 파란 깊은강 처럼 하늘과 설산에서 실어온 바람줄기와 맑은 햇살 아래 피어난 꽃들의 화려한 색상은 거리의 축제에 나온 이들과 아트 페어로 찬란한 여름의 빛을 뿜었다.
인공 실내에서 피곤하였던 심신은 천연의 공기에 어느덧 풀리며 오감이 충족되는 충만감으로 가득찼다.
호텔의 벽면에는 순수 미술 대작들로 설치 되었으며 선물가게 옆에 디지탈 갤러리가 흥미로았다.24시간 숙박하는 이들에게 열려있는 갤러리 창문으로 영상매체로 작가들 이미지를 보여주며 밖에 둔 테이블 위에 관심이 가는 작품을 기록하는 종이가 있었다.
판매 유통과정으로 직원 없이도 이루어지는 시장성 호텔 퍼블릭 아트 마켓팅이 흥미로았다.
서부쪽 예술작품이 회화보다 도자기와 유리공예가 많은 것은 지형과 기후에서 주는 영향인 것 같다. 현대미술에 장르의 구분이 없어졌지만 벨뷰박물관과 아트 페어 이미 오래전 인디언들은 생활 속에서 리빙아트를 해온 것 이다.
천연 자원 자연이 주는 흙, 모래. 나무. 가죽. 깃털. 풀로 의식주를 해결 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어진 예술품들이 박물관에 진열이 되었다.
뉴욕에서 볼 수 없는 전시를 관람 하면서 시애틀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삼면이 바다인 항구 도시 조선업 항공산업 공업도시에서 최첨단 IT 산업 도시로 주어졌지만 수억년의 자연의 향기를 그대로 유지하는 물과 숲의 천상의 도시.
산의 제왕 남성처럼 다가온 일년 내내 눈으로 덮힌 레이니어 설산의 정기와 올림피아 산줄기 산맥이 여성의 부드러운 선 정상에서 피어난 이름 모를 풀꽃과 노니는 사슴들을 보면서 다정다감한 모성애로 느껴져 왔다.
시애틀 시내로 들어오기 위해서 페리호를 탔을때 지는 석양의 붉은 빛이 콜롬비아강 수면위에 비추며 설산에서 실어온 바람과 강바람이 온몸을 휘감으며 강줄기가 뱃길에 일어난 하얀 물줄기는 실타래를 엮어서 만든 설치 작품으로 보여 주었다.
천상의 도시 시애틀의 산과 강 자연의 대 협주곡이 울려펴지며 마음을 전률 시켰다.
하늘도 보이지 않는 숲속가를 거닐며 몇세기를 거쳐온 숲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디언 추장의 말이 귓가를 울렸다..
우리는 땅의 한 부분 이고 땅은 우리의 한 부분 이다
이 땅은 우리의 소유가 아니라 우리가 이 땅의 일부 일 뿐….
우주적인 세계관 인디언들의 자연관에서 그들의 예술품들 시공을 초월한 아름다운 시어들을 읽을수 있었던 시애틀에서의 잠못이루는 나날들이었다.
매화꽃 향기가 찻잔에.. 2008
춘삼월의 꽃샘 추위가 가는 겨울 끝자락을 보는 듯 하다.
바람은 차가워도 햇살은 봄 기운이 스며있다. 해마다 오는 봄이건만 매 해 설레임으로 다가오게 된다.
유난히 지난 겨울이 따스하였기에 집 근처 길목가에 피어난 홍매화를 산책할 때 마다 보는 즐거움이 더해갔다.
겨울비에 젖어 함초롬히 연분홍빛을 머금은 꽃 송이가 늦추위 강풍과 폭설이 내리던 날에도 눈 덮인 매화는
꽃망울을 터뜨리며 청아하고 단아한 고고한 기품을 뿜으며 피어나 있었다.
대 보름날 휘영청 달 밝은 날 달빛아래 바람결에 스치는 매화 향을 맡으며 지난 날 애송했던 시가 떠올랐다.
매화 꽃 다 진 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 하나 영창에 비치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 방에 내 홀로 눈을 감아라.
비단 옷 감기듯이 사늘한 바람결에 떠도는 맑은 향기 암암한 옛 양지라.
아리따운 사랑이 다시 오는 듯 보내고 그리는 정도 싫지 않다 하여라
조치훈 <매화송>
집에 돌아와 찻잔에 녹차를 우리어 기다리며 읊어본 시의 정취에 감미로움의 잠기게 되었다.
연둣빛 녹차에 지리산자락 섬진강 맑은 강물줄기 따라 구례 매화마을에서 딴 홍매화 백 매가 든 투명한 유리병에 든 매화차를 꺼내었다.
찻잔에 물을 따르며 찻물줄기에 꽃잎이 젖어 피어 오른다.
새하얀 꽃망울 은은한 향이 피어 오르며 입가에 고이니 청향이 입 안에 스민다.
홑 곁의 매화 꽃잎이 백자 잔에서 춤추듯 피어 오르기 시작한다. 두 손에 찻잔을 감아 향과 색을 즐기며 입 안에 감싸는
매화 향에 자연과의 일치점, 교감으로 마음의 안정을 가지게 되었다. 그윽한 향은……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을 지배한다……라는 것을 알게 하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만질 수도 없지만 영원히 기억의 창고에 추억 상자에 담겨진 잊을 수 없는 향을 우리는 기억을 하지 않는가?
매화 향을 쟈스민 향과 알몬드 향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지만 홍매의 앙증한 잎과 백매의 은은함도 다 다른 운치가 있다.
추위에 견디며 눈 속에 피는 꽃이기에 순결, 정숙 하다고 옛 어른들이 칭송하며 그림의 화제로 하였듯이 봄의 전경에 어우러진
이른 봄 피는 맑고 깨끗한 향이기에 골목길 어귀에 피어난 매화는 나의 발길을 딛고 시선을 머물게 했다. 찻잔에 담아 띄워 마시며
풀잎의 내음과 어우러져 피어난 매화 향의 신비함으로 우주적 교감과 동화되는 나와의 만남이었다.
씨앗이 함께…… 피고 맺는 차나무처럼 2006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그린티 하우스 창 밖의 봄 정경은 항상 새롭다. 겨우내 보여주던 앙상한 가로수 나무 가지마다 파릇파릇한 잎새들이 피어나더니 어느 사이 푸르른 잎들로 바뀐 채 봄 맞이하듯 그 자리에 서 있다.
길 건너편 타운 파크에 개나리가 어우러져 피어나고 간간히 보랏빛 꽃송이들이 정원 잔디 사이로 아른아른 피어 오르기도 한다.
따스한 녹차 한 잔에 봄 향기를 담아 마시니 봄 음과 차 향이 스며들며 지난 번에 다녀왔던 정기 어린 지리산 자락 양지 바른 산비탈에 야트막하게 펼쳐져 있던 야생 차 밭이 그리움인 듯 찻잔에 피어난다. 그때는 이른 봄날이었지. 화개장터로 유명했던 경상남도 화개면에 위치한 차의 성지에서 며칠을 보낼 수 있었다. 차 밭 풍경들을 가슴속에 새겨 놓으면서 새벽마다 오르내리던 그곳의 차나무들이 지금쯤은 푸르른 잎새들로 돋아나 햇차를 만들기에 아낙네들의 손길이 한참 바쁘겠지.
차나무는 단풍도 낙엽도 인연이 없는 사시사철 푸른색을 띠는 다년생 상록수로 동백나무 과에 속한다고 한다. 가을에서 초겨울에 걸쳐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의 청순한 꽃을 피우고 난 다음 해엔 공기 돌로 쓰기에 좋은 하트 모양의 단단한 씨를 만들어낸다. 한 나무에 꽃과 씨앗이 함께 피고 맺는 실화상봉수 라고 해서 오래 전 조상들은 가족들 화목과 화합을 상징하는 의미로 혼사 때 봉채로 차 씨를 주고 심었다 한다.
씨앗에서 새싹이 트고 싹이 자라 줄기가 잎을 피우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으로 회귀해가는 우주의 섭리가 차 씨에 담긴 생의 굴레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친정 부모가 시집가는 딸에게 차 씨를 건네주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여성의 미덕으로 일컬어지는 마음씨, 맵씨, 솜씨, 말씨와 대를 잇는 자손 씨를 함께 주고 싶은 마음을 대신하지 않았을까.
1500년 전 삼국사기에 역사의 문헌으로 기록된 한국의 전통 덖음 수제 차가 고려 때 꽃을 피우더니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한 동안 맥이 끊어진 듯 하다가 초의 선사와 다산 정약용을 거쳐 다시 이어지면서 우리 전통 문화 찾기 운동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은 참 다행이다. 전통 차에 대한 관심과 함께 차인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차 문화가 종합적인 우리 전통 문화로서 자리매김하고 매번 한국 방문 때 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물질적으로만 잘 사는 한국이 아니라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찾고 고유한 미풍양속을 되살려가면서 역사적 고증과 전통 문화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차를 생활화하면서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나는 과연 한국문화에 대해 무엇을 알고 가르치는가?” 때때로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한다. 차 생활은 이러한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는 계기도 되어 주지만 내 창작 작업에도 많은 영감과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기쁨은 나만이 누리는 것 보다 남과 함께 나누어야만 더욱 커지는 것이 아닐까. 언제부턴가 미국 땅에도 우리 차 씨가 심어지고 싹이 터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커뮤니티 센터에서 다애 차 시간을 가지면서 외국인보다도 더 차에 대해서 문외한 한국인들이 주위에 많은 것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는데 이들이 요즘 미디어를 통하여 차의 효능과 약용 건강식품으로서의 차의 가치를 발견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회원들이 처음 차를 대하면서 물어보는 질문은 대동 소이하기에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미리 통계적으로 나온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여러 곳에서 차 시연 행사를 보여주며 제목은 아예 다예(茶藝)로 정하고 외국인들과 2세들에게는 The Art of Tea Time으로 하기로 했다. 차는 우리의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종합 예술이기에 듣거나 보기만 하여서는 안되고 직접 마시면서 색, 향, 미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차를 우려내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이러한 시간이야말로 그 자체가 우리의 오감이 감지할 수 있는 퍼포밍 아트가 아닐까. 그 속에서 모두가 하나가 되어 순 청 온 공의 우리 차 정신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마음 수행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진정한 차인이 되겠지.
천연 염색 손바느질로 지은 한복의 단아한 선, 차 문화 전성기 때 빚어진 비취색의 고려 상감 청자와 하얀 빛을 내뿜는 조선백자, 현대적 감각에 손색이 없는 분청자기로 된 찻잔에 정성스럽게 차를 따르며 두 손 모아 찻잔을 감싸고 마시는 단아한 모습. 나무 조각처럼 다듬어진 차시와 걸름망 등 차 도구들이 차 상 위에 올려져 있는 정돈된 모습들은 아름답다. 계절에 따라 피는 꽃을 옮겨 심은 도자기, 떡과 다식을 담는 그릇들, 차의 정신 세계를 심상에 담아 표현한 선화 같은 시와 그림, 잔잔하게 흐르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하는 명상음악인 다악, 그 어느 것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이 모두가 함께 하면서 은은한 전통 녹차의 향으로 마음을 적시기에 처음 차를 대하는 사람이라도 동 서양 모두가 다 너른 한 마당 지구촌에 차 벗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는지.
한국 차 문화를 이렇게 편하게 보여줄 수 있게 하는 것은 한국 차가 일본 차와 달리 다도라기보다는 다반사처럼 일상에서 늘 마시던 생활 차였기 때문일 것이다. 500년 역사에 불과한 일본 차 문화는 다도로 꾸며지며 종교 의식처럼 행해지고 있는 것을 본다. 그린 티가 차 애호가들에게 일본 차의 대명사처럼 인식 되고 있는 것도 현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차가 일본으로 전파되고 우리나라 도공들이 일본 도자 문화의 원조가 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 고유의 전통 문화 유산을 가르치고, 한 편으로는 가르치기 위해서 배우면서 그리운 한국의 모습들을 되살려가고 싶다. 우리 이민 1세와 2세가 함께 차를 마시면서 차의 따스함과 향기에 함께 젖어 들면서 한 나무에 꽃과 씨앗이 함께 달리는 차 나무처럼 하나가 되어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을 화합과 조화로 바꾸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유로움은 그저 주어지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진정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지금 이 순간, 남들의 시간에서 빠져 나와 내 시간 속으로 들어와서 차 한잔 마주하며 내면의 자아와 만날 수 있는 그러한 차를 나누고 싶다.
차 한잔의 여유로움 2006
차를 주제로 정하여 전시를 준비하였다.
마시고 우려낸 차잎을 종이에 붓고 담그고 다시 붓고 색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색감을 우려내었다. 스며든 종이에 배인 흔적들, 물길에 그어지는 우연의 형상들이 붓질보다 더한 섬세함이 이어져서 젖었을 때와 마르고 난 다음에는 또 다른 면들이 이어져 간다. 종이는 차잎과 물을 다 빨아 들이고 한달 두달 스며든 차잎들에 종이는 틈새가 벌어져 갈라지고 딱딱해진 면들이 일어서서 단단하게 굳어져 선을 이루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차를 마시며 화폭을 바라보며 다시 찻물을 부으며 마음을 보아 담으려고 명상을 하였다. 따스한 찻잔과 다악 연주의 대금소리 선율과 달빛이 창가에 비추었을 때 차+선=다선일체(茶禪一體)를 가지게 하였다.
많은 분들이 글, 그림중 하나도 하기가 힘든데 둘을 하기가 힘들지 않느냐 묻기도 하지만, 시+화=시화일체(詩畵一體), 선조들은 이미 하지를 않았던가? 문자와 선은 둘이 아니고 하나인 것이다.
달빛 차
달빛이 차잔에 내려와 머문다.
한줄기 노오란 영롱한 빛이 담겨져
아련함을 적시어져 밝혀주고 있다.
하아얀 푸르스름한 백사 차잔에 달빛을
머금고 차향이 달 아래 흐르는 구름처럼
피어오르더니 하나가 되어 한모금의 차가
영혼을 달빛으로 물들이고 빛으로 발하고 있다.
그~~~날…
그렇게………
차잔에 떨어진 그리움으로 배어난 달빛 조각을
멀리있는 그리운 님에게 띄어 실고 싶었다.
-달빛을 마신 어느 저녁날.
혼자 마시는 찻잔에 차의 10가지 덕목을 되새기며 정성으로 차를 우려내어서 찻잔속에 심상을 비추어 보곤 하였다. 자가치유로 진정한 참 나를 만나게 해주고 혼자 마시기에 침묵 속에서 내면 속에 나와 대화를 하게 헤준다.
차는 글과 그림을 하나로 이어져 만들어 주는 것이다. 차는 이상적인 정신세계를 다선일미(茶線一味)로 오감을 충족시켜서 심신이 고요한 여유 속으로 창작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하여 재료를 찾으러 산과 강으로 다니며 눈에 들어와 발 밑에 떨어져 주어진 흙, 모래, 나뭇잎, 새털, 조개, 나무껍질들을 모아서 부치고 오리고 차 잎으로 물을 들이고 재창조 작업을 하였다. 풀 한포기 돌맹이 하나 스쳐지나가는 바람… 매순간 그 모든 것은 나에게 소중한 인연이기에 받아 들이고 영감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운우지정(雲雨地情), 흘러가는 구름과 빗줄기를 바라보며 자연의 소리를 교감으로 하늘과 땅을 초록과 파랑으로 채색하여 그 속에 어우러지는 부어서 말린 차 잎들이 엉키어져서 인간 군상들이 춤을 추듯 자유자재의 모습들처럼 보여진다.
차를 끊임없이 마시며 비우며 붇고 말리며 칠하면서 정진하여 화제를 화두로 빔, 줌, 앎을 차도록 깨닫고자 한 것이다.
전자와 시대 사라지듯 보이는 종이에 자풍화수를 차 물로 물들이고 종이=나무 자연이기에 모듯 것을 다 받아들이며 조화를 이룬다. 누렇게 퇴색된 고서화에 세월이 녹아내린 정감이 깃들어지듯이 차 물이 배인 종이에는 자연염색의 부드러운 따스함이 깃들여진다.
싱그러운 햇차의 차 향처럼 비 온뒤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차를 마시며 기도하듯 원을 모아서 찻잔에 담아 마음을 닦는 것이다. 일상의 나날들 무미 건조함을 한.잔.차 그 여유로움에 젖어 들어 차 주제 전시를 하면서 사랑하는 차인으로 다시 태어나 차사랑을 나누고 싶은 마음을 차향에 실려 보내고 싶었다…
Relaxation with a Cup of Tea 2005
I prepared an exhibition on the subject of “tea.” I tried to create the natural color by using old tea,
and not by using any colors from paint tubes. I repeated the process of pouring left over tea leaves on paper
to creating a natural color. The stain left on the paper leaves unexpected lines and shapes that are much more
organic than marks made by a brush.
I preserved paper for a couple of months until the paper thoroughly absorbed juice from the tea leaves.
The marks and cracks were formed by the leaves left on the paper. I meditate upon my artwork, while drinking tea
and pouring it on my work, to contemplate what is on my mind. In this moment while drinking warm tea, I am listening
to Korean traditional music, and looking at the moonlight coming through the window, I feel the tea and Sun (Zen) become one.
Many people think that becoming a poet and painter at the same time is difficult but I believe, in Korean tradition,
our ancestors were always customed to paintings and added a poem to complement it. There is no difference between
a line in a painting and a letter in a poem.
Moonlight Tea Moonlight comes down and stays in a cup of tea.
Yellow colored translucent light shines the cup.
A bluish white cup of tea bears moonlight and the tea fumes form clouds
and embrace the moon in there. A sip of tea permeates my soul and transforms
myself to moonlight glowing in the dark.
That day…..
Like that………
With longing fallen in a cup of tea, I sent a piece of the moon to my lover living far far away.
I always meditate upon my mind and remember the ten virtues of tea whenever I drink tea alone.
It is the moment of self-cure meaning that I meet with my true self.
Tea makes writing and painting harmonized together. The act of drinking tea raises five senses
and evokes the power of creation in serenity of mind and body.
The process of creating various forms of art works, in my case, starts with gathering things, like dirt,
sand, leaf, bird-feather, shell, and tree burke, found in mountains and rivers. Once I gather the materials,
I mix them together, cut, and dye with tea juice to create new forms of art. I believe that the materials I found
are related to my karma, therefore, there is nothing I can throw away. I see nature and listen to the sound.
The tea leaves mingled with the found objects become human figures dancing freely on the canvas.
While drinking and working with tea, I realize the profound meaning of life: Praying, Giving, and Understanding.
Although paper seems to take a less important part in the current milieu since the electronic industry has been
rapidly developed, I insist to use paper to express the meaning of four great aggregates: earth, water, fire, and air.
I carry nature to my art works for creating harmony between human and nature. Like old books that have been
faded through the passage of time, my work, stained with tea juice, creates soft and warm feeling by natural dye.
I meditate through tea either by drinking or making art with it. I hope to live like bright sunshine after pouring
rain or like newly cropped tea leaves. In relaxation with a cup of tea, eliminating the meaningless of tedious ordinary life,
I prepared an exhibition to be reborn and to share my love toward tea with people.
I always meditate upon my mind and remember the ten virtues of tea whenever I drink tea alone. It is the moment of self-cure meaning that I meet with my true self. Tea makes writing and painting harmonized together. The act of drinking tea raises five senses and evokes the power of creation in serenity of mind and body. The process of creating various forms of art works, in my case, starts with gathering things, like dirt, sand, leaf, bird-feather, shell, and tree burke, found in mountains and rivers. Once I gather the materials, I mix them together, cut, and dye with tea juice to create new forms of art. I believe that the materials I found are related to my karma, therefore, there is nothing I can throw away. I see nature and listen to the sound. The tea leaves mingled with the found objects become human figures dancing freely on the canvas. While drinking and working with tea,
I realize the profound meaning of life: Praying, Giving, and Understanding.
Although paper seems to take a less important part in the current milieu since the electronic industry has been rapidly developed, I insist to use paper
to express the meaning of four great aggregates: earth, water, fire, and air. I carry nature to my art works for creating harmony between human and nature.
Like old books that have been faded through the passage of time, my work, stained with tea juice, creates soft and warm feeling by natural dye.
I meditate through tea either by drinking or making art with it. I hope to live like bright sunshine after pouring rain or like newly cropped tea leaves.
In relaxation with a cup of tea, eliminating the meaningless of tedious ordinary life, I prepared an exhibition to be reborn and to share my love toward tea with people.
밤 하늘의 은색 오솔길 은하수…… 2005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 지구의 지붕 동, 서의 고개 연결을 잇는 훈자.
해발 8백M 만년설이 덮인 산들로 둘러 쌓인 절경 속의 마을 멀리서 장엄한 히말라야 산이 버티고 있다. 이글즈 네스트 산장에서 광활한 밤하늘을 바라본다. 칠흙 같은 어두운 밤 하늘에 수 없이 많은 별들이 깔려서 어둠 속에 빛을 발하는 눈 덮힌 산에 얹혀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별들을 바라보기는 처음이다.
고산지대의 이름 모를 들꽃들과 하늘거리며 피어난 코스모스와 맑은 공기 속에 은은한 꽃 향기가 바람에 실려 코끝을 스쳐온다. 산 위에서 눈이 녹아 흐르는 설수가 인더스 강가로 흐르는 물소리가 음률처럼 밤의 적막과 함께 우주의 숨결로 함께 내 몸을 휘감는다.
저녁 식사 때 미네랄 물병에 담겨 나와 생수인줄 알고 마신 훈자 워터가 아닌 훈자와인의 알코올의 도수가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 약간의 취기가 이 밤의 정취를 더해 주는 것 같다. 법으로 술이 금지된 파키스탄이지만 이처럼 깊은 산속 해가 지고나면 온도가 떨어져 강 추위와 길고 긴 밤을 산을 지키는 산악인들의 선조들이 만들어 낸 것이 와인이었다.
발코니에 서서 바라보다가 의자에 앉아서 별자리를 헤아려 본다.
하늘의 신화 별자리 전설 속의 주인공들의 형상들이 속삭이듯 나를 내려보는 듯 하다.
은하수는 영혼들이 천상으로 가는 길처럼 무수히 많은 별들로 이어진 별 다리가 이어져 있다. 고즈넉한 달빛은 어둠에 묻힌 대지 위를 비추며 산장의 밤은 깊어만 가는데……
8세기 삶을 사는 주민들과 새천년이 시작되는 21세기와 그들에게 무슨 변화가 있을까?
천지창조의 6일동안 하나님은 첫 날 빛과 어둠, 물, 창공, 해, 달, 생명, 남, 여를 만들었다는데 그 빛과 어둠을 주는 태양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 아니던가?
갈릴레오 시대에도 천문 한지식을 가진 자들은 예언자라하며 노트라다무스도 위대한 점성가였다. 그 우주를 향한 인간들의 무한한 도전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인듯싶다. 우주의 도시 달 세계 도시 계획은 1969년 달 상륙을 하였을 때 지하 자원의 공급처로 정복하였다. 꿈을 주던 별과 밤 하늘의 낭만은 다시 열리는 새천년은 풀 수 없는 신비를 품고 우주 시대로 열리고 시간의 강은 역사 속으로 흐르고 있다. 동, 서 문화와 양식을 초월하는 공통점은 하늘 위 미지공간에 대한 찬미는 영원하리라 본다.
산에서 태어나 산에 묻히는 이들에게는 천문학과 우주 정보 과학의 시대와 무관한 사계절과 시간을, 하늘을 바라보며 가슴으로 느끼며 자연인 생활에 깊은 진리를 지, 풍, 화, 수의 끊임없는 되풀이 우주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자연은 믿으라는 말이 없다. 다만 보여주고 줄 뿐이다.
찬란하게 별들은 빛나고 우주의 신비 속에 잠겨 있을 때 정적을 깨며 들리는 코란의 독경 소리가 파도소리처럼 들린다. 그 누구인가 대지에 이마를 대고 기도를 드리고 있나 보다……
높은 고도 이글즈 네스트 산장에서 다가오는 2000년의 꿈을 밤 하늘에 수 놓아 보았다.
한 여름의 ‘야외 조각 전시장’ 2005
길고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학부모들의 숙제는 자녀들이 방학을 보람되고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계획들을 하게 된다. 부족한 학과 공부 보충과 썸머 캠프, 여행 등으로 다양하게 주어지는 정보로 인하여 불안 심리를 조성하기도 한다.
진정한 의미의 방학은 학교 생활에서 못 다한 인성 교육을 가정과 사회에서 익히는 기간이다.
9월의 개학을 앞두고 긴 휴식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따라 활기찬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
NY와 NJ 에서 한 시간 거리에 가 볼 수 있는 박물관과 유적지를 하루쯤 시간을 내어 가 보는 것은 가족 유대 관계와 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추억으로 남아서 그들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간단한 피크닉 준비를 하여서 드라이브 하기 좋은 NY의 Hudson River Valley를 따라 가면서 우드베리 상가를 지나서 Rt.32의 한가한 시골길을 지나면 Storm King Art Center 가 있다. 거대한 자연과 더불어 곳 곳에 서 있는 조각들을 만나게 된다.
방문객 지도를 보면서 아이들과 예술품의 순례를 떠나보는 것이다. 무성한 초록의 벌판과 이름 모를 야생화를 배경으로 푸른 하늘을 담고 서 있는 예술품을 대할 때의 그 감동은 자연과 예술이 일치하여 보여주는 극치 감을 갖게 한다.
Andy Goldworthy(The Wall that Went for a Walk)의 작품은 돌로 쌓아 올린 담이 호수를 끼고 연결 되어서 야외 장소에서 천연 자원으로 작가의 이미지를 표현한 추상 조각이 눈앞에 펼쳐 진다. 영국 작가로서 모든 자연의 소재로 조각을 하는데 아이들에게 꼭 보여 줘야 할 작품이기도 하다. 낙엽, 얼음, 눈, 나무, 물, 돌 등으로 작업한 것을 보면 수 억년 되는 지구의 신비로운 비밀을 담고 있으며 조각이란 이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한국인 작가 백남준 씨의 작품 Waiting for UFO도 보여줄 만 하다.
세계 속의 한국 예술인임을 알리며 작품이 의도하는 것을 이야기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양한 재료의 사용과 현대 미술사 20c 후반 과학 첨단 기술을 이용한 추상 조각을 부모들 보다 앞선 감각을 지닌 자녀들의 미래 지향적 새로운 사고 방식을 듣기도 하면서 잔디밭을 거닐어 본다.
돌아가는 길에 뮤지엄에 들러서 전시된 작품의 책과 선물을 사면서 대 자연과 예술품 그리고 가족들과의 사랑 속에서 이 여름날의 하루를 보내며. . .
그날 밤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세어 보는 것, 그러다가 사라져가는 유성의 별을 보게 되는 행운을 기대하며 하늘과 땅 사이에서 벌어지는 그 모든 현상을 책 속의 어린 왕자의 눈으로 보려 가슴으로 이야기 하는 한 여름날의 꿈을 아이들과 가져본다.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단 하루의 여름방학의 선물이 되어서 영원히 마음속에 살아남는 Living Art가 예술과 생활의 공존을 요구하는 그런 날을 가져보는 7월의 어느 하루를 부모들과 함께 해 보는 시간들을 아이들은 진정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한국 미의 세계화
미국 속에 한국 여성의 미
나이가 들어가면서 미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다가온다. 중년 40대 이후의 얼굴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우리는 흔히들 듣고 말하여 왔다. 이제는 얼굴만이 아니라 체형마저도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되어 온 것이다. 지구촌 여성들은 동, 서양을 막론하고 정보화 시대에 일일 문화권에서 미의 관념도 기준화 되어지고 있다. 마른 체형보다 한국의 여성의 미는 살이 좀 있고 다소곳하며 한복을 입어도 그 몸매가 두드러지지 않고 자태가 어우러지듯이, 자기 표현 주장보다는 순종을 미적으로 유교문화권에서 주어지는 여성상이었다. 지금은 그 예전에 우리들 부모님이 바라는 여성의 미는 사라져가고. . . 산업 문화에서 요구하는 활달하며 솔직한 표현과 키가 크고 롱다리에 늘씬한 동서양의 기준이 없어지고 그 미의 기준도 동일화 되어가고 있다. 지나친 식이요법으로 인한 영양실조가 10대들의 사회문제가 되어가고 있으며 그들의 기준도 상업광고, 잡지에서 보여주는 모델들의 비 정상적인 마른 체형이 우상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미는 무엇인가?
가끔 샤핑을 하다가 우연히 거울에 비춰지는 모습에 화들짝 놀라는 일이 종종 있다. 비교감각에 세뇌되어 “내가 왜 이렇게 작을까?” 느끼며 이 납작하고 평편한 얼굴, 노르스름한 얼굴로 인해 자신을 비하시키곤 한다. 이유는 역시 우리는 서양의 미 기준가치에 익숙해져 온 탓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인을 요구하면서 한국문화를 전달 시키기에 앞서 우리의 것을 알려야 하는 것이다. 일본의 시웨이도 화장품의 모델을 보면 가부끼 전통 일본연극에 나오는 듯한 이미지를 연상케 하며 미국인들에게 환상적인 효과를 느끼게 한다. 많은 한국 화장품 기업체도 세계시장에 성공하려면 한국 여성 특유만의 전통미를 고수시켜야 하는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이 새삼 가슴 깊게 다가온다. 96년 가을 패션을 보면 70년대로 다시 돌아간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유행은 돌고 돌듯이 옛 것 속에 새것을 찾아내는 작업을 디자이너들은 연구하며 상업화하는 것이다. 그 당시와는 다른 선의 형태를 추구하면서 대중들을 유혹하며 다가온다. 헤어 디자이너 역시 머리의 따라 인상이 달라지듯 집의 지붕처럼 매우 중요한 몫을 하는 것이다. 더 많은 혼돈과 갈등이 주어지기도 한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기에 앞서 건강한 모발영양과 상태에 따라서 청결이 우선인 것이다. 가끔 길에서 동양삼국 여성을 구분하기에는 머리형태에서 구분하여 본다.
대부분 중국인들은 머리를 자주 감지 않고 기름기가 잔뜩 낀 머리의 여성들이 눈에 띄고, 일본 여성들은 나이에 따라 일정한 머리모양을 하는 것을 나는 눈 여겨 본다. 결혼한 여성의 단발머리와 퍼머 머리, 노인들의 짧은 퍼머 머리들로 한결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요즘은 훨씬 다양해졌지만 통계적으로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다.
획일화된 멋 속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기에 과감하게 부분가발, 악세서리도 필요하고 정기적인 전문가의 조언에 따르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의 머리 모양이라든지 잡지를 눈여겨보며 센스 있는 표현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관심과 노력이 자신의 미에 대한 책임의식이다. 중년의 나태함과 무력증을 립스틱 하나에 해소하듯 헤어스타일의 새 변신이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것을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미장원에 다녀옴으로써 느끼는 기분전환의 가치는 사치와 시간낭비가 아니라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즐기는 시대가 온 것이다.
씨실 날실 그리고 인연, 2005
생활 속에서 다가오는 갖가지 인연들을 잔잔하게 펼쳐보았다. 시간과 공간, 경사와 위사, 혹은 씨실과 날실의 교차점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인연 또는 만남들은 나를 끊임없이 깨어나게 한다. 그 깨어남을 역시 나의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혼합재료를 사용하여 표현하여 보았다. 마음 가는 대로, 손 끝이 닿는 대로 그리고 질료가 주어지는 대로 작업했다.
작업은 언제나 그렇듯이 절대 고독을 요구했고, 나는 고독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매일 매일 한결같이 작업했다. 그 고독은 심지어는 내재된 갈등 조차도 예술로 승화시켜 주었고, 그 과정을 나는 때로는 실험적으로, 때로는 모험적으로 헤쳐 나갔다.
일단 작업에 몰입하면 나는 무아가 되어 나를 억누르던 번잡함과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흙, 바람, 물, 나무줄기, 모래, 차 잎 등 내가 사용했던 질료들은 캔버스 위에서 살아 있는 것처럼 감고 꼬고 잇고 엮고 붙이고 가르고 긁고 파고 뿌리기를 거듭하며 반복의 리듬을 전해주는 것이다.
도법 자연…… 도란 자연을 닮아가는 것. 그래서 자연을 우리는 대경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연의 대 경전을 읽기 위하여 나는 눈을 떠야 했다. 뜬 눈으로 나는 내 주변의 풍경을 관조하고 응시하며 매 순간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했다.
나에게 다가오는 인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니 자연을 보는 눈이 열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열린 시야를 나의 창작세계로 옮겨와 작업에 몰입하였다. 그 속에서 나는 밝음과 어두움, 허상과 실상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새벽녘 푸르른 빛으로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유월의 나뭇가지들 사이로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차 한 잔을 마주하며, 차 향으로 마음을 피우며, 나는 제단 앞에서 의식을 올리듯 영감과 이미지를 화폭에 담았다. 내 삶 속에 일어났던 수 많은 인연과 만남들이 한 올 한 올 이어지며 조화와 형상이 드러났다. 그것은 나에게는 관념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터득하며 관문을 통과해가는 여정이었다. 매 순간 깨어 있음, 그것은 나에게 이처럼 많은 것을 선사해주는 것이었다.
춘삼월의 꽃샘 추위가 가는 겨울 끝자락을 보는 듯 하다.
바람은 차가워도 햇살은 봄 기운이 스며있다. 해마다 오는 봄이건만 매 해 설레임으로 다가오게 된다.
유난히 지난 겨울이 따스하였기에 집 근처 길목가에 피어난 홍매화를 산책할 때 마다 보는 즐거움이 더해갔다.
겨울비에 젖어 함초롬히 연분홍빛을 머금은 꽃 송이가 늦추위 강풍과 폭설이 내리던 날에도 눈 덮인 매화는
꽃망울을 터뜨리며 청아하고 단아한 고고한 기품을 뿜으며 피어나 있었다.
대 보름날 휘영청 달 밝은 날 달빛아래 바람결에 스치는 매화 향을 맡으며 지난 날 애송했던 시가 떠올랐다.
매화 꽃 다 진 밤에 호젓이 달이 밝다.
구부러진 가지 하나 영창에 비치나니 아리따운 사람을 멀리 보내고 빈 방에 내 홀로 눈을 감아라.
비단 옷 감기듯이 사늘한 바람결에 떠도는 맑은 향기 암암한 옛 양지라.
아리따운 사랑이 다시 오는 듯 보내고 그리는 정도 싫지 않다 하여라
조치훈 <매화송>
집에 돌아와 찻잔에 녹차를 우리어 기다리며 읊어본 시의 정취에 감미로움의 잠기게 되었다.
연둣빛 녹차에 지리산자락 섬진강 맑은 강물줄기 따라 구례 매화마을에서 딴 홍매화 백 매가 든 투명한 유리병에 든 매화차를 꺼내었다.
찻잔에 물을 따르며 찻물줄기에 꽃잎이 젖어 피어 오른다.
새하얀 꽃망울 은은한 향이 피어 오르며 입가에 고이니 청향이 입 안에 스민다.
홑 곁의 매화 꽃잎이 백자 잔에서 춤추듯 피어 오르기 시작한다. 두 손에 찻잔을 감아 향과 색을 즐기며 입 안에 감싸는
매화 향에 자연과의 일치점, 교감으로 마음의 안정을 가지게 되었다. 그윽한 향은…… 보이지 않는 것은 보이는 것을 지배한다……라는 것을 알게 하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만질 수도 없지만 영원히 기억의 창고에 추억 상자에 담겨진 잊을 수 없는 향을 우리는 기억을 하지 않는가?
매화 향을 쟈스민 향과 알몬드 향에 비유하는 사람도 있지만 홍매의 앙증한 잎과 백매의 은은함도 다 다른 운치가 있다.
추위에 견디며 눈 속에 피는 꽃이기에 순결, 정숙 하다고 옛 어른들이 칭송하며 그림의 화제로 하였듯이 봄의 전경에 어우러진
이른 봄 피는 맑고 깨끗한 향이기에 골목길 어귀에 피어난 매화는 나의 발길을 딛고 시선을 머물게 했다. 찻잔에 담아 띄워 마시며
풀잎의 내음과 어우러져 피어난 매화 향의 신비함으로 우주적 교감과 동화되는 나와의 만남이었다.
씨앗이 함께…… 피고 맺는 차나무처럼 2006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그린티 하우스 창 밖의 봄 정경은 항상 새롭다. 겨우내 보여주던 앙상한 가로수 나무 가지마다 파릇파릇한 잎새들이 피어나더니 어느 사이 푸르른 잎들로 바뀐 채 봄 맞이하듯 그 자리에 서 있다.
길 건너편 타운 파크에 개나리가 어우러져 피어나고 간간히 보랏빛 꽃송이들이 정원 잔디 사이로 아른아른 피어 오르기도 한다.
따스한 녹차 한 잔에 봄 향기를 담아 마시니 봄 음과 차 향이 스며들며 지난 번에 다녀왔던 정기 어린 지리산 자락 양지 바른 산비탈에 야트막하게 펼쳐져 있던 야생 차 밭이 그리움인 듯 찻잔에 피어난다. 그때는 이른 봄날이었지. 화개장터로 유명했던 경상남도 화개면에 위치한 차의 성지에서 며칠을 보낼 수 있었다. 차 밭 풍경들을 가슴속에 새겨 놓으면서 새벽마다 오르내리던 그곳의 차나무들이 지금쯤은 푸르른 잎새들로 돋아나 햇차를 만들기에 아낙네들의 손길이 한참 바쁘겠지.
차나무는 단풍도 낙엽도 인연이 없는 사시사철 푸른색을 띠는 다년생 상록수로 동백나무 과에 속한다고 한다. 가을에서 초겨울에 걸쳐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의 청순한 꽃을 피우고 난 다음 해엔 공기 돌로 쓰기에 좋은 하트 모양의 단단한 씨를 만들어낸다. 한 나무에 꽃과 씨앗이 함께 피고 맺는 실화상봉수 라고 해서 오래 전 조상들은 가족들 화목과 화합을 상징하는 의미로 혼사 때 봉채로 차 씨를 주고 심었다 한다.
씨앗에서 새싹이 트고 싹이 자라 줄기가 잎을 피우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으로 회귀해가는 우주의 섭리가 차 씨에 담긴 생의 굴레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친정 부모가 시집가는 딸에게 차 씨를 건네주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여성의 미덕으로 일컬어지는 마음씨, 맵씨, 솜씨, 말씨와 대를 잇는 자손 씨를 함께 주고 싶은 마음을 대신하지 않았을까.
1500년 전 삼국사기에 역사의 문헌으로 기록된 한국의 전통 덖음 수제 차가 고려 때 꽃을 피우더니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한 동안 맥이 끊어진 듯 하다가 초의 선사와 다산 정약용을 거쳐 다시 이어지면서 우리 전통 문화 찾기 운동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은 참 다행이다. 전통 차에 대한 관심과 함께 차인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차 문화가 종합적인 우리 전통 문화로서 자리매김하고 매번 한국 방문 때 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물질적으로만 잘 사는 한국이 아니라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찾고 고유한 미풍양속을 되살려가면서 역사적 고증과 전통 문화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차를 생활화하면서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나는 과연 한국문화에 대해 무엇을 알고 가르치는가?” 때때로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한다. 차 생활은 이러한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는 계기도 되어 주지만 내 창작 작업에도 많은 영감과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기쁨은 나만이 누리는 것 보다 남과 함께 나누어야만 더욱 커지는 것이 아닐까. 언제부턴가 미국 땅에도 우리 차 씨가 심어지고 싹이 터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커뮤니티 센터에서 다애 차 시간을 가지면서 외국인보다도 더 차에 대해서 문외한 한국인들이 주위에 많은 것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는데 이들이 요즘 미디어를 통하여 차의 효능과 약용 건강식품으로서의 차의 가치를 발견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회원들이 처음 차를 대하면서 물어보는 질문은 대동 소이하기에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미리 통계적으로 나온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여러 곳에서 차 시연 행사를 보여주며 제목은 아예 다예(茶藝)로 정하고 외국인들과 2세들에게는 The Art of Tea Time으로 하기로 했다. 차는 우리의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종합 예술이기에 듣거나 보기만 하여서는 안되고 직접 마시면서 색, 향, 미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차를 우려내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이러한 시간이야말로 그 자체가 우리의 오감이 감지할 수 있는 퍼포밍 아트가 아닐까. 그 속에서 모두가 하나가 되어 순 청 온 공의 우리 차 정신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마음 수행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진정한 차인이 되겠지.
천연 염색 손바느질로 지은 한복의 단아한 선, 차 문화 전성기 때 빚어진 비취색의 고려 상감 청자와 하얀 빛을 내뿜는 조선백자, 현대적 감각에 손색이 없는 분청자기로 된 찻잔에 정성스럽게 차를 따르며 두 손 모아 찻잔을 감싸고 마시는 단아한 모습. 나무 조각처럼 다듬어진 차시와 걸름망 등 차 도구들이 차 상 위에 올려져 있는 정돈된 모습들은 아름답다. 계절에 따라 피는 꽃을 옮겨 심은 도자기, 떡과 다식을 담는 그릇들, 차의 정신 세계를 심상에 담아 표현한 선화 같은 시와 그림, 잔잔하게 흐르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하는 명상음악인 다악, 그 어느 것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이 모두가 함께 하면서 은은한 전통 녹차의 향으로 마음을 적시기에 처음 차를 대하는 사람이라도 동 서양 모두가 다 너른 한 마당 지구촌에 차 벗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는지.
한국 차 문화를 이렇게 편하게 보여줄 수 있게 하는 것은 한국 차가 일본 차와 달리 다도라기보다는 다반사처럼 일상에서 늘 마시던 생활 차였기 때문일 것이다. 500년 역사에 불과한 일본 차 문화는 다도로 꾸며지며 종교 의식처럼 행해지고 있는 것을 본다. 그린 티가 차 애호가들에게 일본 차의 대명사처럼 인식 되고 있는 것도 현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차가 일본으로 전파되고 우리나라 도공들이 일본 도자 문화의 원조가 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 고유의 전통 문화 유산을 가르치고, 한 편으로는 가르치기 위해서 배우면서 그리운 한국의 모습들을 되살려가고 싶다. 우리 이민 1세와 2세가 함께 차를 마시면서 차의 따스함과 향기에 함께 젖어 들면서 한 나무에 꽃과 씨앗이 함께 달리는 차 나무처럼 하나가 되어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을 화합과 조화로 바꾸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유로움은 그저 주어지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진정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지금 이 순간, 남들의 시간에서 빠져 나와 내 시간 속으로 들어와서 차 한잔 마주하며 내면의 자아와 만날 수 있는 그러한 차를 나누고 싶다.
차 한잔의 여유로움 2006
차를 주제로 정하여 전시를 준비하였다.
마시고 우려낸 차잎을 종이에 붓고 담그고 다시 붓고 색을 칠하는 것이 아니라 색감을 우려내었다. 스며든 종이에 배인 흔적들, 물길에 그어지는 우연의 형상들이 붓질보다 더한 섬세함이 이어져서 젖었을 때와 마르고 난 다음에는 또 다른 면들이 이어져 간다. 종이는 차잎과 물을 다 빨아 들이고 한달 두달 스며든 차잎들에 종이는 틈새가 벌어져 갈라지고 딱딱해진 면들이 일어서서 단단하게 굳어져 선을 이루었다.
하루에도 몇번씩 차를 마시며 화폭을 바라보며 다시 찻물을 부으며 마음을 보아 담으려고 명상을 하였다. 따스한 찻잔과 다악 연주의 대금소리 선율과 달빛이 창가에 비추었을 때 차+선=다선일체(茶禪一體)를 가지게 하였다.
많은 분들이 글, 그림중 하나도 하기가 힘든데 둘을 하기가 힘들지 않느냐 묻기도 하지만, 시+화=시화일체(詩畵一體), 선조들은 이미 하지를 않았던가? 문자와 선은 둘이 아니고 하나인 것이다.
달빛 차
달빛이 차잔에 내려와 머문다.
한줄기 노오란 영롱한 빛이 담겨져
아련함을 적시어져 밝혀주고 있다.
하아얀 푸르스름한 백사 차잔에 달빛을
머금고 차향이 달 아래 흐르는 구름처럼
피어오르더니 하나가 되어 한모금의 차가
영혼을 달빛으로 물들이고 빛으로 발하고 있다.
그~~~날…
그렇게………
차잔에 떨어진 그리움으로 배어난 달빛 조각을
멀리있는 그리운 님에게 띄어 실고 싶었다.
-달빛을 마신 어느 저녁날.
혼자 마시는 찻잔에 차의 10가지 덕목을 되새기며 정성으로 차를 우려내어서 찻잔속에 심상을 비추어 보곤 하였다. 자가치유로 진정한 참 나를 만나게 해주고 혼자 마시기에 침묵 속에서 내면 속에 나와 대화를 하게 헤준다.
차는 글과 그림을 하나로 이어져 만들어 주는 것이다. 차는 이상적인 정신세계를 다선일미(茶線一味)로 오감을 충족시켜서 심신이 고요한 여유 속으로 창작을 일깨워 주는 것이다.
다양한 시도를 하기 위하여 재료를 찾으러 산과 강으로 다니며 눈에 들어와 발 밑에 떨어져 주어진 흙, 모래, 나뭇잎, 새털, 조개, 나무껍질들을 모아서 부치고 오리고 차 잎으로 물을 들이고 재창조 작업을 하였다. 풀 한포기 돌맹이 하나 스쳐지나가는 바람… 매순간 그 모든 것은 나에게 소중한 인연이기에 받아 들이고 영감으로 표현하고자 하였다. 운우지정(雲雨地情), 흘러가는 구름과 빗줄기를 바라보며 자연의 소리를 교감으로 하늘과 땅을 초록과 파랑으로 채색하여 그 속에 어우러지는 부어서 말린 차 잎들이 엉키어져서 인간 군상들이 춤을 추듯 자유자재의 모습들처럼 보여진다.
차를 끊임없이 마시며 비우며 붇고 말리며 칠하면서 정진하여 화제를 화두로 빔, 줌, 앎을 차도록 깨닫고자 한 것이다.
전자와 시대 사라지듯 보이는 종이에 자풍화수를 차 물로 물들이고 종이=나무 자연이기에 모듯 것을 다 받아들이며 조화를 이룬다. 누렇게 퇴색된 고서화에 세월이 녹아내린 정감이 깃들어지듯이 차 물이 배인 종이에는 자연염색의 부드러운 따스함이 깃들여진다.
싱그러운 햇차의 차 향처럼 비 온뒤 눈부시게 빛나는 햇살처럼 그렇게 살고 싶다는 소망을 차를 마시며 기도하듯 원을 모아서 찻잔에 담아 마음을 닦는 것이다. 일상의 나날들 무미 건조함을 한.잔.차 그 여유로움에 젖어 들어 차 주제 전시를 하면서 사랑하는 차인으로 다시 태어나 차사랑을 나누고 싶은 마음을 차향에 실려 보내고 싶었다…
Relaxation with a Cup of Tea 2005
I prepared an exhibition on the subject of “tea.” I tried to create the natural color by using old tea,
and not by using any colors from paint tubes. I repeated the process of pouring left over tea leaves on paper
to creating a natural color. The stain left on the paper leaves unexpected lines and shapes that are much more
organic than marks made by a brush.
I preserved paper for a couple of months until the paper thoroughly absorbed juice from the tea leaves.
The marks and cracks were formed by the leaves left on the paper. I meditate upon my artwork, while drinking tea
and pouring it on my work, to contemplate what is on my mind. In this moment while drinking warm tea, I am listening
to Korean traditional music, and looking at the moonlight coming through the window, I feel the tea and Sun (Zen) become one.
Many people think that becoming a poet and painter at the same time is difficult but I believe, in Korean tradition,
our ancestors were always customed to paintings and added a poem to complement it. There is no difference between
a line in a painting and a letter in a poem.
Moonlight Tea Moonlight comes down and stays in a cup of tea.
Yellow colored translucent light shines the cup.
A bluish white cup of tea bears moonlight and the tea fumes form clouds
and embrace the moon in there. A sip of tea permeates my soul and transforms
myself to moonlight glowing in the dark.
That day…..
Like that………
With longing fallen in a cup of tea, I sent a piece of the moon to my lover living far far away.
I always meditate upon my mind and remember the ten virtues of tea whenever I drink tea alone.
It is the moment of self-cure meaning that I meet with my true self.
Tea makes writing and painting harmonized together. The act of drinking tea raises five senses
and evokes the power of creation in serenity of mind and body.
The process of creating various forms of art works, in my case, starts with gathering things, like dirt,
sand, leaf, bird-feather, shell, and tree burke, found in mountains and rivers. Once I gather the materials,
I mix them together, cut, and dye with tea juice to create new forms of art. I believe that the materials I found
are related to my karma, therefore, there is nothing I can throw away. I see nature and listen to the sound.
The tea leaves mingled with the found objects become human figures dancing freely on the canvas.
While drinking and working with tea, I realize the profound meaning of life: Praying, Giving, and Understanding.
Although paper seems to take a less important part in the current milieu since the electronic industry has been
rapidly developed, I insist to use paper to express the meaning of four great aggregates: earth, water, fire, and air.
I carry nature to my art works for creating harmony between human and nature. Like old books that have been
faded through the passage of time, my work, stained with tea juice, creates soft and warm feeling by natural dye.
I meditate through tea either by drinking or making art with it. I hope to live like bright sunshine after pouring
rain or like newly cropped tea leaves. In relaxation with a cup of tea, eliminating the meaningless of tedious ordinary life,
I prepared an exhibition to be reborn and to share my love toward tea with people.
I always meditate upon my mind and remember the ten virtues of tea whenever I drink tea alone. It is the moment of self-cure meaning that I meet with my true self. Tea makes writing and painting harmonized together. The act of drinking tea raises five senses and evokes the power of creation in serenity of mind and body. The process of creating various forms of art works, in my case, starts with gathering things, like dirt, sand, leaf, bird-feather, shell, and tree burke, found in mountains and rivers. Once I gather the materials, I mix them together, cut, and dye with tea juice to create new forms of art. I believe that the materials I found are related to my karma, therefore, there is nothing I can throw away. I see nature and listen to the sound. The tea leaves mingled with the found objects become human figures dancing freely on the canvas. While drinking and working with tea,
I realize the profound meaning of life: Praying, Giving, and Understanding.
Although paper seems to take a less important part in the current milieu since the electronic industry has been rapidly developed, I insist to use paper
to express the meaning of four great aggregates: earth, water, fire, and air. I carry nature to my art works for creating harmony between human and nature.
Like old books that have been faded through the passage of time, my work, stained with tea juice, creates soft and warm feeling by natural dye.
I meditate through tea either by drinking or making art with it. I hope to live like bright sunshine after pouring rain or like newly cropped tea leaves.
In relaxation with a cup of tea, eliminating the meaningless of tedious ordinary life, I prepared an exhibition to be reborn and to share my love toward tea with people.
밤 하늘의 은색 오솔길 은하수…… 2005
파키스탄 북부 산악지대 지구의 지붕 동, 서의 고개 연결을 잇는 훈자.
해발 8백M 만년설이 덮인 산들로 둘러 쌓인 절경 속의 마을 멀리서 장엄한 히말라야 산이 버티고 있다. 이글즈 네스트 산장에서 광활한 밤하늘을 바라본다. 칠흙 같은 어두운 밤 하늘에 수 없이 많은 별들이 깔려서 어둠 속에 빛을 발하는 눈 덮힌 산에 얹혀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별들을 바라보기는 처음이다.
고산지대의 이름 모를 들꽃들과 하늘거리며 피어난 코스모스와 맑은 공기 속에 은은한 꽃 향기가 바람에 실려 코끝을 스쳐온다. 산 위에서 눈이 녹아 흐르는 설수가 인더스 강가로 흐르는 물소리가 음률처럼 밤의 적막과 함께 우주의 숨결로 함께 내 몸을 휘감는다.
저녁 식사 때 미네랄 물병에 담겨 나와 생수인줄 알고 마신 훈자 워터가 아닌 훈자와인의 알코올의 도수가 목줄기를 타고 내려가 약간의 취기가 이 밤의 정취를 더해 주는 것 같다. 법으로 술이 금지된 파키스탄이지만 이처럼 깊은 산속 해가 지고나면 온도가 떨어져 강 추위와 길고 긴 밤을 산을 지키는 산악인들의 선조들이 만들어 낸 것이 와인이었다.
발코니에 서서 바라보다가 의자에 앉아서 별자리를 헤아려 본다.
하늘의 신화 별자리 전설 속의 주인공들의 형상들이 속삭이듯 나를 내려보는 듯 하다.
은하수는 영혼들이 천상으로 가는 길처럼 무수히 많은 별들로 이어진 별 다리가 이어져 있다. 고즈넉한 달빛은 어둠에 묻힌 대지 위를 비추며 산장의 밤은 깊어만 가는데……
8세기 삶을 사는 주민들과 새천년이 시작되는 21세기와 그들에게 무슨 변화가 있을까?
천지창조의 6일동안 하나님은 첫 날 빛과 어둠, 물, 창공, 해, 달, 생명, 남, 여를 만들었다는데 그 빛과 어둠을 주는 태양도 지구에서 가장 가까운 별이 아니던가?
갈릴레오 시대에도 천문 한지식을 가진 자들은 예언자라하며 노트라다무스도 위대한 점성가였다. 그 우주를 향한 인간들의 무한한 도전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인듯싶다. 우주의 도시 달 세계 도시 계획은 1969년 달 상륙을 하였을 때 지하 자원의 공급처로 정복하였다. 꿈을 주던 별과 밤 하늘의 낭만은 다시 열리는 새천년은 풀 수 없는 신비를 품고 우주 시대로 열리고 시간의 강은 역사 속으로 흐르고 있다. 동, 서 문화와 양식을 초월하는 공통점은 하늘 위 미지공간에 대한 찬미는 영원하리라 본다.
산에서 태어나 산에 묻히는 이들에게는 천문학과 우주 정보 과학의 시대와 무관한 사계절과 시간을, 하늘을 바라보며 가슴으로 느끼며 자연인 생활에 깊은 진리를 지, 풍, 화, 수의 끊임없는 되풀이 우주의 질서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다. 자연은 믿으라는 말이 없다. 다만 보여주고 줄 뿐이다.
찬란하게 별들은 빛나고 우주의 신비 속에 잠겨 있을 때 정적을 깨며 들리는 코란의 독경 소리가 파도소리처럼 들린다. 그 누구인가 대지에 이마를 대고 기도를 드리고 있나 보다……
높은 고도 이글즈 네스트 산장에서 다가오는 2000년의 꿈을 밤 하늘에 수 놓아 보았다.
한 여름의 ‘야외 조각 전시장’ 2005
길고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학부모들의 숙제는 자녀들이 방학을 보람되고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계획들을 하게 된다. 부족한 학과 공부 보충과 썸머 캠프, 여행 등으로 다양하게 주어지는 정보로 인하여 불안 심리를 조성하기도 한다.
진정한 의미의 방학은 학교 생활에서 못 다한 인성 교육을 가정과 사회에서 익히는 기간이다.
9월의 개학을 앞두고 긴 휴식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따라 활기찬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
NY와 NJ 에서 한 시간 거리에 가 볼 수 있는 박물관과 유적지를 하루쯤 시간을 내어 가 보는 것은 가족 유대 관계와 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추억으로 남아서 그들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간단한 피크닉 준비를 하여서 드라이브 하기 좋은 NY의 Hudson River Valley를 따라 가면서 우드베리 상가를 지나서 Rt.32의 한가한 시골길을 지나면 Storm King Art Center 가 있다. 거대한 자연과 더불어 곳 곳에 서 있는 조각들을 만나게 된다.
방문객 지도를 보면서 아이들과 예술품의 순례를 떠나보는 것이다. 무성한 초록의 벌판과 이름 모를 야생화를 배경으로 푸른 하늘을 담고 서 있는 예술품을 대할 때의 그 감동은 자연과 예술이 일치하여 보여주는 극치 감을 갖게 한다.
Andy Goldworthy(The Wall that Went for a Walk)의 작품은 돌로 쌓아 올린 담이 호수를 끼고 연결 되어서 야외 장소에서 천연 자원으로 작가의 이미지를 표현한 추상 조각이 눈앞에 펼쳐 진다. 영국 작가로서 모든 자연의 소재로 조각을 하는데 아이들에게 꼭 보여 줘야 할 작품이기도 하다. 낙엽, 얼음, 눈, 나무, 물, 돌 등으로 작업한 것을 보면 수 억년 되는 지구의 신비로운 비밀을 담고 있으며 조각이란 이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한국인 작가 백남준 씨의 작품 Waiting for UFO도 보여줄 만 하다.
세계 속의 한국 예술인임을 알리며 작품이 의도하는 것을 이야기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양한 재료의 사용과 현대 미술사 20c 후반 과학 첨단 기술을 이용한 추상 조각을 부모들 보다 앞선 감각을 지닌 자녀들의 미래 지향적 새로운 사고 방식을 듣기도 하면서 잔디밭을 거닐어 본다.
돌아가는 길에 뮤지엄에 들러서 전시된 작품의 책과 선물을 사면서 대 자연과 예술품 그리고 가족들과의 사랑 속에서 이 여름날의 하루를 보내며. . .
그날 밤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세어 보는 것, 그러다가 사라져가는 유성의 별을 보게 되는 행운을 기대하며 하늘과 땅 사이에서 벌어지는 그 모든 현상을 책 속의 어린 왕자의 눈으로 보려 가슴으로 이야기 하는 한 여름날의 꿈을 아이들과 가져본다.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단 하루의 여름방학의 선물이 되어서 영원히 마음속에 살아남는 Living Art가 예술과 생활의 공존을 요구하는 그런 날을 가져보는 7월의 어느 하루를 부모들과 함께 해 보는 시간들을 아이들은 진정 바라고 있을 것이다.
한국 미의 세계화
미국 속에 한국 여성의 미
나이가 들어가면서 미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다가온다. 중년 40대 이후의 얼굴은 자신의 책임이라고 우리는 흔히들 듣고 말하여 왔다. 이제는 얼굴만이 아니라 체형마저도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되어 온 것이다. 지구촌 여성들은 동, 서양을 막론하고 정보화 시대에 일일 문화권에서 미의 관념도 기준화 되어지고 있다. 마른 체형보다 한국의 여성의 미는 살이 좀 있고 다소곳하며 한복을 입어도 그 몸매가 두드러지지 않고 자태가 어우러지듯이, 자기 표현 주장보다는 순종을 미적으로 유교문화권에서 주어지는 여성상이었다. 지금은 그 예전에 우리들 부모님이 바라는 여성의 미는 사라져가고. . . 산업 문화에서 요구하는 활달하며 솔직한 표현과 키가 크고 롱다리에 늘씬한 동서양의 기준이 없어지고 그 미의 기준도 동일화 되어가고 있다. 지나친 식이요법으로 인한 영양실조가 10대들의 사회문제가 되어가고 있으며 그들의 기준도 상업광고, 잡지에서 보여주는 모델들의 비 정상적인 마른 체형이 우상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과연 우리의 미는 무엇인가?
가끔 샤핑을 하다가 우연히 거울에 비춰지는 모습에 화들짝 놀라는 일이 종종 있다. 비교감각에 세뇌되어 “내가 왜 이렇게 작을까?” 느끼며 이 납작하고 평편한 얼굴, 노르스름한 얼굴로 인해 자신을 비하시키곤 한다. 이유는 역시 우리는 서양의 미 기준가치에 익숙해져 온 탓일 것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한국인을 요구하면서 한국문화를 전달 시키기에 앞서 우리의 것을 알려야 하는 것이다. 일본의 시웨이도 화장품의 모델을 보면 가부끼 전통 일본연극에 나오는 듯한 이미지를 연상케 하며 미국인들에게 환상적인 효과를 느끼게 한다. 많은 한국 화장품 기업체도 세계시장에 성공하려면 한국 여성 특유만의 전통미를 고수시켜야 하는 것이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말이 새삼 가슴 깊게 다가온다. 96년 가을 패션을 보면 70년대로 다시 돌아간 것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유행은 돌고 돌듯이 옛 것 속에 새것을 찾아내는 작업을 디자이너들은 연구하며 상업화하는 것이다. 그 당시와는 다른 선의 형태를 추구하면서 대중들을 유혹하며 다가온다. 헤어 디자이너 역시 머리의 따라 인상이 달라지듯 집의 지붕처럼 매우 중요한 몫을 하는 것이다. 더 많은 혼돈과 갈등이 주어지기도 한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기에 앞서 건강한 모발영양과 상태에 따라서 청결이 우선인 것이다. 가끔 길에서 동양삼국 여성을 구분하기에는 머리형태에서 구분하여 본다.
대부분 중국인들은 머리를 자주 감지 않고 기름기가 잔뜩 낀 머리의 여성들이 눈에 띄고, 일본 여성들은 나이에 따라 일정한 머리모양을 하는 것을 나는 눈 여겨 본다. 결혼한 여성의 단발머리와 퍼머 머리, 노인들의 짧은 퍼머 머리들로 한결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요즘은 훨씬 다양해졌지만 통계적으로 그렇게 보여지는 것이다.
획일화된 멋 속에서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기에 과감하게 부분가발, 악세서리도 필요하고 정기적인 전문가의 조언에 따르기도 하며 다른 사람들의 머리 모양이라든지 잡지를 눈여겨보며 센스 있는 표현을 시도해 보는 것이다.
관심과 노력이 자신의 미에 대한 책임의식이다. 중년의 나태함과 무력증을 립스틱 하나에 해소하듯 헤어스타일의 새 변신이 생활의 활력소가 되는 것을 한번쯤은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미장원에 다녀옴으로써 느끼는 기분전환의 가치는 사치와 시간낭비가 아니라 여성은 물론 남성들도 즐기는 시대가 온 것이다.
씨실 날실 그리고 인연, 2005
생활 속에서 다가오는 갖가지 인연들을 잔잔하게 펼쳐보았다. 시간과 공간, 경사와 위사, 혹은 씨실과 날실의 교차점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인연 또는 만남들은 나를 끊임없이 깨어나게 한다. 그 깨어남을 역시 나의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혼합재료를 사용하여 표현하여 보았다. 마음 가는 대로, 손 끝이 닿는 대로 그리고 질료가 주어지는 대로 작업했다.
작업은 언제나 그렇듯이 절대 고독을 요구했고, 나는 고독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매일 매일 한결같이 작업했다. 그 고독은 심지어는 내재된 갈등 조차도 예술로 승화시켜 주었고, 그 과정을 나는 때로는 실험적으로, 때로는 모험적으로 헤쳐 나갔다.
일단 작업에 몰입하면 나는 무아가 되어 나를 억누르던 번잡함과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흙, 바람, 물, 나무줄기, 모래, 차 잎 등 내가 사용했던 질료들은 캔버스 위에서 살아 있는 것처럼 감고 꼬고 잇고 엮고 붙이고 가르고 긁고 파고 뿌리기를 거듭하며 반복의 리듬을 전해주는 것이다.
도법 자연…… 도란 자연을 닮아가는 것. 그래서 자연을 우리는 대경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연의 대 경전을 읽기 위하여 나는 눈을 떠야 했다. 뜬 눈으로 나는 내 주변의 풍경을 관조하고 응시하며 매 순간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했다.
나에게 다가오는 인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니 자연을 보는 눈이 열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열린 시야를 나의 창작세계로 옮겨와 작업에 몰입하였다. 그 속에서 나는 밝음과 어두움, 허상과 실상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새벽녘 푸르른 빛으로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유월의 나뭇가지들 사이로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차 한 잔을 마주하며, 차 향으로 마음을 피우며, 나는 제단 앞에서 의식을 올리듯 영감과 이미지를 화폭에 담았다. 내 삶 속에 일어났던 수 많은 인연과 만남들이 한 올 한 올 이어지며 조화와 형상이 드러났다. 그것은 나에게는 관념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터득하며 관문을 통과해가는 여정이었다. 매 순간 깨어 있음, 그것은 나에게 이처럼 많은 것을 선사해주는 것이었다.
한국 미의 세계화 미국 속에 한국 여성의 미. 2005
나이가 들어가면서 미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다가온다. 중년 40대 이후의 얼굴은 자신의 책임이라고우리는 흔히들 듣고 말하여 왔다. 이제는 얼굴만이 아니라 체형마저도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되어 온것이다. 지구촌 여성들은 동, 서양을 막론하고 정보화 시대에 일일 문화권에서 미의 관념도 기준화 되어지고 있다. 마른 체형보다 한국의 여성의 미는 살이 좀 있고 다소곳하며 한복을 입어도 그 몸매가 두드러지지 않고 자태가 어우러지듯이, 자기 표현 주장보다는 순종을 미적으로 유교문화권에서 주어지는여성상이었다. 지금은 그 예전에 우리들 부모님이 바라는 여성의 미는 사라져가고. . . 산업 문화에서요구하는 활달하며 솔직한 표현과 키가 크고 롱다리에 늘씬한 동서양의 기준이 없어지고 그 미의 기준도 동일화 되어가고 있다. 지나친 식이요법으로 인한 영양실조가 10대들의 사회문제가 되어가고 있으며 그들의 기준도 상업광고, 잡지에서 보여주는 모델들의 비 정상적인 마른 체형이 우상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을 속에 피어나는 맨해튼의 차 향 2005
푸르고 드높은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물감을 뿌린 듯 단풍으로 물든 숲길을 들어서니 풍경화 속으로 미끄러지듯이 자동차는 팰리세이드 파크웨이로 들어섰다.
이 길은 20여 년 전과 변함없이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데 딸 아이 리나는 어느덧 NYC의 대학생이 되어 A.C.U(동양문화단체)에서 마련한 차 시연에 나를 초청하기에 이르렀다.
스쳐 지나가는 상념들, 어려서부터 리나와 함께 한 멀티컬쳐 프로그램과 인터내셔널 데이의 문화 행사들이 떠오른다. 한복을 입고 한국 음식을 선보이고 학교와 도서실, 타운에서 한국 춤을 배워서 추고 태권도를 시범하던 아이가 벌써 대학생이 되다니……
G.W. 브리지를 지나 회색 빌딩 숲 맨해튼에 들어서니 허드슨 강의 물결이 금빛 햇살을 뿌려 놓은 듯 반짝이다가 물 속으로 잠기며 강물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찬 서리를 맞으며 피어난 하얀 들꽃 송이처럼 하늘거리며 춤추는 물결 너머 저만치 자유의 여신상이 횃불이 아니라 찻잔을 들고 있는 듯 하다.
마침 퇴근 시간이라 각양각색의 인종과 언어가 물결치는 메트로폴리탄 맨해튼, 세계 문화의 시장, 오늘 이곳에서 한국 차 회가 열린다.
문화란 일상 생활 속에 배인, 세대와 세대 사이를 이어주는 유기적 관계, 고리이기에 전통 문화와 접목된 차가 꽃꽂이 하듯 기후와 지형이 다른 이 미국 땅에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미국 이민 백주년 행사가 많이 있지만 한민족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담기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을 이민 2세들에게 전해주어야만 그들이 다민족 다문화 속에서 코리안 어메리칸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기에……
찻자리는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시간 2005
리나와 약속 장소에서 만나 머셔 스트릿의 오래된 학교 빌딩 5층에 올라서니 중국 부엌의 설치와 중국 솥과 왁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전시하고 몇 개의 왁이 진열되어 있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있는 중국 요리처럼 음식 문화는 역사의 깊이를 생활 속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오기 시작하여 차상을 차리고 가져온 그림과 책자를 펼치고 물을 끓이면서 ‘도다송’ 이라는 다악을 틀어서 차를 맞이하는 분위기를 방 안에 흐르게 하였다.
한국 다과를 준비하고, 학생들이 차분하게 자리에 앉기 시작하여 영어로 된 한국 전통 차 마시는 법과 시 한 편을 나누어 주었다. 30여 명이 넘는 그들은 이미 소호와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찻집들의 젠 스타일 인테리어와 스타벅스 커피보다 차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젓가락으로 회를 먹고 타일랜드 면을 즐기며 중국 옷과 티벳 귀걸이, 동남아산 구슬 가방을 들고 다니며 인도풍의 스카프를 두르고 지구촌 문화를 즐기는 포스트 모던의 세대 해체된 문화를 고유한 전통을 자의 스타일로 접목시킬 줄 아는 것이다.
이들에게 동양 삼국 차의 다른 점을 설명하였다. 중국 차는 향을, 일본 차는 색을 한국 차는 맛을 중시한다는 것. 차의 색, 향, 미와 함께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기에 원형은 사라지지 않고 변형 되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 차를 마셔본 외국인들이 한결 같이 ‘마일드 앤 소프트’ 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정성으로 불길을 조절한 덖음 수제차의 진가를 누구나 맛으로 아는 모양이다.
집에서 부모님이 차를 한다는 한 학생이 왜 찻잔이 작고 손잡이가 없느냐는 질문을 한다. 커피 브레이크 타임 문화는 손에 머그잔을 들고 한 손에는 종이를 들고 다니면서 식은 커피를 마시며 일을 하지만, 차는 일단은 앉아서 두 손으로 잔을 잡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차분하게 심신을 찻잔 속에 담아 자아를 내려다 보게 하는 것이라 대답했다.
명상의 단계는 아니더라도 사색과 관조를 찻잔에 차를 담아 비우고 다시 채우고 다시 담기를 반복하는 그 속에 모든 인생사를 담는 것이다.
담고 비우고, 오고 가고, 피고 지고…… 자연의 순리 형상계를 스스로가 차 한 잔을 마주하면서 퍼포먼스를 하는 것, 그것이 차다.
“빨리 빨리”로 이민 경제를 자리 잡았으니 이제는 느림의 미학 즉 “천천히 좀 더 천천히”로 느슨하고 여유로운 한가함을 시간 속에 담아보자는 것이다.
선, 다, 일, 미. 찻잔과 함께 자신의 자화상 어제, 오늘, 내일을 담아서 스스로가 무엇이며 진정 무엇을 위하여 질주 하였는가?
그리고 무엇을 남겨둘 것인가?
찻잔 속에서 그 지나간 시간을 찾으며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것이다.
차 회가 끝났어도 계속 오는 학생들, 다음 프로그램에 기타 콘서트가 있었다.
뒷정리를 하는데 기타 반주의 음률과 아프리카 드럼 소리가 어울려 들린다.
늦게 온 학생들에게 차를 주고 개인적으로 차를 묻는 이들과 어릴 때 보았던 친구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인사하러 와 반갑게 사진을 찍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훌쩍 이 자리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미국에 와서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인가를…… 차 한 잔 마시
왔다가 가는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것인가?
무엇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인가를…… 토양이 다른 이국 땅에서 뿌리를 내린 부모들이 새싹이 솟아오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 밑거름이 되어주는 것은 정체성의 자양분, 전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내년 봄에 다시 차 회를 열기로 하고 헤어지는 데 아치형 창으로 멀리 석양에 붉게 물들어가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어둠 속에서 네온 사인의 빛을 뿜어내고 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뉴욕 맨해튼의 밤이 깊어간다.
향은 보이지도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지만 영원히 우리들 기억과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차향의 그윽함이 학생들 모두에게 스며 들기를 허드슨 강물이 흘러 흘러 가듯이 차 향도 실려서 이어져 가기를 바라며……
점으로 돌아가는 깊어가는 가을 숲길에서 노랗게 빛을 내며 처연히 떠 있는 달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바라보며 달빛 차 찻잔을 달에 그려 보았다.
허드슨 강에 한류가 흐른다 2005
뉴욕 업스테이트 북 쪽 피어몬 강가에 서서 허드슨 강 줄기를 바라본다. 짙어가는 가을 날 갈대밭 수풀 사이로 이는 소슬 바람과 푸르른 하늘과 붉게 물들어가는 베어마운틴을 배경으로 강물은 흐르고 있다.
아스라히 저 편 신기루처럼 바라 보이는 맨하탄 섬이 고층 마천루 회색 숲들이 스카이 라인을 이루어 현대 건축미를 발한다. 100년 전 뉴요커들은 배를 타고 이 강을 건너고 다녔는데 타판지 브릿지가 구름 위에 실린 듯 보인다.
개인용 경비행기가 소음을 내며 날아가며 그 아래 돛단배가 강물 위로 실려간다. 하얀 갈매기 떼들이 강변에서 먼 산을 보는 듯 무리지어 있으며 오리들이 강 가에 두둥실 떠서 노닐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 문명에 무관한 강가의 풍경이다.
문화란, 강물처럼 흘러 흘러서 이어져 가는 것. 한류의 물꼬가 트여서 지구 저 편에서 흐르고 있지 않는가…… 23년 째 한국 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쳐 온 지금의 나와 지난 날의 나를 반추하여 보았다. 문화의 공식인 언어+음식으로 일상의 생활에서 녹아내려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의 끈이 되어 다민족인 미국은 각 나라마다 고유 문화 방식이 있으며 정체성 있는 사람만이 주류 사회에서 인정을 받게 된다. 21세기는 문화전쟁시대이다. CQ, 문화지능지수 다민족 문화를 아는 사람이 지구촌 일일 문화권을 넘나들 수 있다. 폭 넓은 사고력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꿈 꿀 수가 있다.
뉴욕은 다양한 다민족의 문화를 보고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도시이기에 우리 아이들은 어느 나라 아이들 보다도 다민족 문화를 보고 듣고 접하여 체험으로 한국의 전통 고유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한다. 세계는 지금 웰빙 문화로 오가닉 푸드, 인스턴트 커피문화 보다는 차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디지털 세대이지만 자신들의 정신적인 건강을 위하여 자연을 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뉴욕 대학 A.C.U(동양문화학생회)에서 뉴욕 농수산 협회의 후원으로 두 차례 한국 음식과 전통 차를 선보일 기회를 갖고 한국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동 북부 교사 협의회와 여러 한국 학교에서 차 문화, 역사, 차 시연을 강의 하기도 하였다.
여러 단체에서 한국 전통 문화에 예전보다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한류의 열풍이 서서히 불어 오는 것 같다. 버겐 커뮤니티 칼리지의 여름 학기 틴에이져 아트 페스티발에서 한국 매듭을 처음으로 강의할 기회를 가졌다. 남녀 구분 없이 많은 고등학생들이 한국 매듭을 맺어보고 흥미로워 하며 내년에도 매듭 강의 요청을 받았다. 미국에서도 처음 선을 보인 매듭에 미술 교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린티 하우스를 운영 하면서 회원들에게 한국 문화 교실을 열게 되었다.
시, 서, 화, 다 회원들이 서예와 동양화 전시를 하면서 부모님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녀들이 한국의 문화를 배우게 되었다. 문학반에서는 시화전을 내년 봄에 준비 하기 위해서 매 주 수요일 마다 차와 함께 시를 낭독하며 공부를 한다.
첼시 갤러리에서 열린 AWAA(동양여성작가)의 전시회에 차 시연을 퍼포밍 아트로 하였다. 그림을 배경으로 돗자리에 앉아 한복을 입고 은은한 대금소리, 백자와 목기 다관에 담긴 다과, 녹차의 향이 어우러진 한국 전통 종합 예술을 한 눈에 보고 듣고 마시며 느낄 수 있는 차 시연을 시도 해 보았다. 많은 관람객들과 함께 나눈 뜻 깊은 자리였다.
이렇게 다민족의 뉴요커들은 고유하며 다양한 각 나라의 문화를 포용하고 수용하여 여러 분야에서 미 합중국만의 어메리칸 드림을 실현한다.
문화를 배우고 나누며 홀로 아닌 더불어 손잡고 나아가기 위해서 한국의 것을 알아야 타민족의 문화도 받아 들이며 이해하게 되어 폭 넓은 사고로 자랑스러운 코리안 어메리칸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지난 시간을 뒤돌아 보니 나를 찾는 긴 과정의 여정에서 한국 학교를 통해 한국 문화로 정체성 있는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배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을 속에 피어나는 맨해튼의 차 향 2004
푸르고 드높은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물감을 뿌린 듯 단풍으로 물든 숲길을 들어서니 풍경화 속으로 미끄러지듯이 자동차는 팰리세이드 파크웨이로 들어섰다.
이 길은 20여 년 전과 변함없이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데 딸 아이 리나는 어느덧 NYC의 대학생이 되어 A.C.U(동양문화단체)에서 마련한 차 시연에 나를 초청하기에 이르렀다.
스쳐 지나가는 상념들, 어려서부터 리나와 함께 한 멀티컬쳐 프로그램과 인터내셔널 데이의 문화 행사들이 떠오른다. 한복을 입고 한국 음식을 선보이고 학교와 도서실, 타운에서 한국 춤을 배워서 추고 태권도를 시범하던 아이가 벌써 대학생이 되다니……
G.W. 브리지를 지나 회색 빌딩 숲 맨해튼에 들어서니 허드슨 강의 물결이 금빛 햇살을 뿌려 놓은 듯 반짝이다가 물 속으로 잠기며 강물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찬 서리를 맞으며 피어난 하얀 들꽃 송이처럼 하늘거리며 춤추는 물결 너머 저만치 자유의 여신상이 횃불이 아니라 찻잔을 들고 있는 듯 하다.
마침 퇴근 시간이라 각양각색의 인종과 언어가 물결치는 메트로폴리탄 맨해튼, 세계 문화의 시장, 오늘 이곳에서 한국 차 회가 열린다.
문화란 일상 생활 속에 배인, 세대와 세대 사이를 이어주는 유기적 관계, 고리이기에 전통 문화와 접목된 차가 꽃꽂이 하듯 기후와 지형이 다른 이 미국 땅에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미국 이민 백주년 행사가 많이 있지만 한민족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담기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을 이민 2세들에게 전해주어야만 그들이 다민족 다문화 속에서 코리안 어메리칸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기에……
찻자리는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시간
리나와 약속 장소에서 만나 머셔 스트릿의 오래된 학교 빌딩 5층에 올라서니 중국 부엌의 설치와 중국 솥과 왁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전시하고 몇 개의 왁이 진열되어 있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있는 중국 요리처럼 음식 문화는 역사의 깊이를 생활 속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오기 시작하여 차상을 차리고 가져온 그림과 책자를 펼치고 물을 끓이면서 ‘도다송’ 이라는 다악을 틀어서 차를 맞이하는 분위기를 방 안에 흐르게 하였다.
한국 다과를 준비하고, 학생들이 차분하게 자리에 앉기 시작하여 영어로 된 한국 전통 차 마시는 법과 시 한 편을 나누어 주었다. 30여 명이 넘는 그들은 이미 소호와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찻집들의 젠 스타일 인테리어와 스타벅스 커피보다 차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젓가락으로 회를 먹고 타일랜드 면을 즐기며 중국 옷과 티벳 귀걸이, 동남아산 구슬 가방을 들고 다니며 인도풍의 스카프를 두르고 지구촌 문화를 즐기는 포스트 모던의 세대 해체된 문화를 고유한 전통을 자의 스타일로 접목시킬 줄 아는 것이다.
이들에게 동양 삼국 차의 다른 점을 설명하였다. 중국 차는 향을, 일본 차는 색을 한국 차는 맛을 중시한다는 것. 차의 색, 향, 미와 함께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기에 원형은 사라지지 않고 변형 되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 차를 마셔본 외국인들이 한결 같이 ‘마일드 앤 소프트’ 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정성으로 불길을 조절한 덖음 수제차의 진가를 누구나 맛으로 아는 모양이다.
집에서 부모님이 차를 한다는 한 학생이 왜 찻잔이 작고 손잡이가 없느냐는 질문을 한다. 커피 브레이크 타임 문화는 손에 머그잔을 들고 한 손에는 종이를 들고 다니면서 식은 커피를 마시며 일을 하지만, 차는 일단은 앉아서 두 손으로 잔을 잡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차분하게 심신을 찻잔 속에 담아 자아를 내려다 보게 하는 것이라 대답했다.
명상의 단계는 아니더라도 사색과 관조를 찻잔에 차를 담아 비우고 다시 채우고 다시 담기를 반복하는 그 속에 모든 인생사를 담는 것이다.
담고 비우고, 오고 가고, 피고 지고…… 자연의 순리 형상계를 스스로가 차 한 잔을 마주하면서 퍼포먼스를 하는 것, 그것이 차다.
“빨리 빨리”로 이민 경제를 자리 잡았으니 이제는 느림의 미학 즉 “천천히 좀 더 천천히”로 느슨하고 여유로운 한가함을 시간 속에 담아보자는 것이다.
선, 다, 일, 미. 찻잔과 함께 자신의 자화상 어제, 오늘, 내일을 담아서 스스로가 무엇이며 진정 무엇을 위하여 질주 하였는가?
그리고 무엇을 남겨둘 것인가?
찻잔 속에서 그 지나간 시간을 찾으며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것이다.
차 회가 끝났어도 계속 오는 학생들, 다음 프로그램에 기타 콘서트가 있었다.
뒷정리를 하는데 기타 반주의 음률과 아프리카 드럼 소리가 어울려 들린다.
늦게 온 학생들에게 차를 주고 개인적으로 차를 묻는 이들과 어릴 때 보았던 친구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인사하러 와 반갑게 사진을 찍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훌쩍 이 자리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미국에 와서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인가를…… 차 한 잔 마시
왔다가 가는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것인가?
무엇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인가를…… 토양이 다른 이국 땅에서 뿌리를 내린 부모들이 새싹이 솟아오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 밑거름이 되어주는 것은 정체성의 자양분, 전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내년 봄에 다시 차 회를 열기로 하고 헤어지는 데 아치형 창으로 멀리 석양에 붉게 물들어가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어둠 속에서 네온 사인의 빛을 뿜어내고 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뉴욕 맨해튼의 밤이 깊어간다.
향은 보이지도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지만 영원히 우리들 기억과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차향의 그윽함이 학생들 모두에게 스며 들기를 허드슨 강물이 흘러 흘러 가듯이 차 향도 실려서 이어져 가기를 바라며……
점으로 돌아가는 깊어가는 가을 숲길에서 노랗게 빛을 내며 처연히 떠 있는 달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바라보며 달빛 차 찻잔을 달에 그려 보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미에 대한 인식이 새롭게 다가온다. 중년 40대 이후의 얼굴은 자신의 책임이라고우리는 흔히들 듣고 말하여 왔다. 이제는 얼굴만이 아니라 체형마저도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되어 온것이다. 지구촌 여성들은 동, 서양을 막론하고 정보화 시대에 일일 문화권에서 미의 관념도 기준화 되어지고 있다. 마른 체형보다 한국의 여성의 미는 살이 좀 있고 다소곳하며 한복을 입어도 그 몸매가 두드러지지 않고 자태가 어우러지듯이, 자기 표현 주장보다는 순종을 미적으로 유교문화권에서 주어지는여성상이었다. 지금은 그 예전에 우리들 부모님이 바라는 여성의 미는 사라져가고. . . 산업 문화에서요구하는 활달하며 솔직한 표현과 키가 크고 롱다리에 늘씬한 동서양의 기준이 없어지고 그 미의 기준도 동일화 되어가고 있다. 지나친 식이요법으로 인한 영양실조가 10대들의 사회문제가 되어가고 있으며 그들의 기준도 상업광고, 잡지에서 보여주는 모델들의 비 정상적인 마른 체형이 우상화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가을 속에 피어나는 맨해튼의 차 향 2005
푸르고 드높은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물감을 뿌린 듯 단풍으로 물든 숲길을 들어서니 풍경화 속으로 미끄러지듯이 자동차는 팰리세이드 파크웨이로 들어섰다.
이 길은 20여 년 전과 변함없이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데 딸 아이 리나는 어느덧 NYC의 대학생이 되어 A.C.U(동양문화단체)에서 마련한 차 시연에 나를 초청하기에 이르렀다.
스쳐 지나가는 상념들, 어려서부터 리나와 함께 한 멀티컬쳐 프로그램과 인터내셔널 데이의 문화 행사들이 떠오른다. 한복을 입고 한국 음식을 선보이고 학교와 도서실, 타운에서 한국 춤을 배워서 추고 태권도를 시범하던 아이가 벌써 대학생이 되다니……
G.W. 브리지를 지나 회색 빌딩 숲 맨해튼에 들어서니 허드슨 강의 물결이 금빛 햇살을 뿌려 놓은 듯 반짝이다가 물 속으로 잠기며 강물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찬 서리를 맞으며 피어난 하얀 들꽃 송이처럼 하늘거리며 춤추는 물결 너머 저만치 자유의 여신상이 횃불이 아니라 찻잔을 들고 있는 듯 하다.
마침 퇴근 시간이라 각양각색의 인종과 언어가 물결치는 메트로폴리탄 맨해튼, 세계 문화의 시장, 오늘 이곳에서 한국 차 회가 열린다.
문화란 일상 생활 속에 배인, 세대와 세대 사이를 이어주는 유기적 관계, 고리이기에 전통 문화와 접목된 차가 꽃꽂이 하듯 기후와 지형이 다른 이 미국 땅에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미국 이민 백주년 행사가 많이 있지만 한민족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담기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을 이민 2세들에게 전해주어야만 그들이 다민족 다문화 속에서 코리안 어메리칸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기에……
찻자리는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시간 2005
리나와 약속 장소에서 만나 머셔 스트릿의 오래된 학교 빌딩 5층에 올라서니 중국 부엌의 설치와 중국 솥과 왁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전시하고 몇 개의 왁이 진열되어 있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있는 중국 요리처럼 음식 문화는 역사의 깊이를 생활 속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오기 시작하여 차상을 차리고 가져온 그림과 책자를 펼치고 물을 끓이면서 ‘도다송’ 이라는 다악을 틀어서 차를 맞이하는 분위기를 방 안에 흐르게 하였다.
한국 다과를 준비하고, 학생들이 차분하게 자리에 앉기 시작하여 영어로 된 한국 전통 차 마시는 법과 시 한 편을 나누어 주었다. 30여 명이 넘는 그들은 이미 소호와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찻집들의 젠 스타일 인테리어와 스타벅스 커피보다 차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젓가락으로 회를 먹고 타일랜드 면을 즐기며 중국 옷과 티벳 귀걸이, 동남아산 구슬 가방을 들고 다니며 인도풍의 스카프를 두르고 지구촌 문화를 즐기는 포스트 모던의 세대 해체된 문화를 고유한 전통을 자의 스타일로 접목시킬 줄 아는 것이다.
이들에게 동양 삼국 차의 다른 점을 설명하였다. 중국 차는 향을, 일본 차는 색을 한국 차는 맛을 중시한다는 것. 차의 색, 향, 미와 함께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기에 원형은 사라지지 않고 변형 되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 차를 마셔본 외국인들이 한결 같이 ‘마일드 앤 소프트’ 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정성으로 불길을 조절한 덖음 수제차의 진가를 누구나 맛으로 아는 모양이다.
집에서 부모님이 차를 한다는 한 학생이 왜 찻잔이 작고 손잡이가 없느냐는 질문을 한다. 커피 브레이크 타임 문화는 손에 머그잔을 들고 한 손에는 종이를 들고 다니면서 식은 커피를 마시며 일을 하지만, 차는 일단은 앉아서 두 손으로 잔을 잡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차분하게 심신을 찻잔 속에 담아 자아를 내려다 보게 하는 것이라 대답했다.
명상의 단계는 아니더라도 사색과 관조를 찻잔에 차를 담아 비우고 다시 채우고 다시 담기를 반복하는 그 속에 모든 인생사를 담는 것이다.
담고 비우고, 오고 가고, 피고 지고…… 자연의 순리 형상계를 스스로가 차 한 잔을 마주하면서 퍼포먼스를 하는 것, 그것이 차다.
“빨리 빨리”로 이민 경제를 자리 잡았으니 이제는 느림의 미학 즉 “천천히 좀 더 천천히”로 느슨하고 여유로운 한가함을 시간 속에 담아보자는 것이다.
선, 다, 일, 미. 찻잔과 함께 자신의 자화상 어제, 오늘, 내일을 담아서 스스로가 무엇이며 진정 무엇을 위하여 질주 하였는가?
그리고 무엇을 남겨둘 것인가?
찻잔 속에서 그 지나간 시간을 찾으며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것이다.
차 회가 끝났어도 계속 오는 학생들, 다음 프로그램에 기타 콘서트가 있었다.
뒷정리를 하는데 기타 반주의 음률과 아프리카 드럼 소리가 어울려 들린다.
늦게 온 학생들에게 차를 주고 개인적으로 차를 묻는 이들과 어릴 때 보았던 친구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인사하러 와 반갑게 사진을 찍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훌쩍 이 자리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미국에 와서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인가를…… 차 한 잔 마시
왔다가 가는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것인가?
무엇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인가를…… 토양이 다른 이국 땅에서 뿌리를 내린 부모들이 새싹이 솟아오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 밑거름이 되어주는 것은 정체성의 자양분, 전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내년 봄에 다시 차 회를 열기로 하고 헤어지는 데 아치형 창으로 멀리 석양에 붉게 물들어가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어둠 속에서 네온 사인의 빛을 뿜어내고 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뉴욕 맨해튼의 밤이 깊어간다.
향은 보이지도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지만 영원히 우리들 기억과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차향의 그윽함이 학생들 모두에게 스며 들기를 허드슨 강물이 흘러 흘러 가듯이 차 향도 실려서 이어져 가기를 바라며……
점으로 돌아가는 깊어가는 가을 숲길에서 노랗게 빛을 내며 처연히 떠 있는 달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바라보며 달빛 차 찻잔을 달에 그려 보았다.
허드슨 강에 한류가 흐른다 2005
뉴욕 업스테이트 북 쪽 피어몬 강가에 서서 허드슨 강 줄기를 바라본다. 짙어가는 가을 날 갈대밭 수풀 사이로 이는 소슬 바람과 푸르른 하늘과 붉게 물들어가는 베어마운틴을 배경으로 강물은 흐르고 있다.
아스라히 저 편 신기루처럼 바라 보이는 맨하탄 섬이 고층 마천루 회색 숲들이 스카이 라인을 이루어 현대 건축미를 발한다. 100년 전 뉴요커들은 배를 타고 이 강을 건너고 다녔는데 타판지 브릿지가 구름 위에 실린 듯 보인다.
개인용 경비행기가 소음을 내며 날아가며 그 아래 돛단배가 강물 위로 실려간다. 하얀 갈매기 떼들이 강변에서 먼 산을 보는 듯 무리지어 있으며 오리들이 강 가에 두둥실 떠서 노닐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고도로 발달된 현대 문명에 무관한 강가의 풍경이다.
문화란, 강물처럼 흘러 흘러서 이어져 가는 것. 한류의 물꼬가 트여서 지구 저 편에서 흐르고 있지 않는가…… 23년 째 한국 학교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가르쳐 온 지금의 나와 지난 날의 나를 반추하여 보았다. 문화의 공식인 언어+음식으로 일상의 생활에서 녹아내려 세대와 세대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의 끈이 되어 다민족인 미국은 각 나라마다 고유 문화 방식이 있으며 정체성 있는 사람만이 주류 사회에서 인정을 받게 된다. 21세기는 문화전쟁시대이다. CQ, 문화지능지수 다민족 문화를 아는 사람이 지구촌 일일 문화권을 넘나들 수 있다. 폭 넓은 사고력으로 보다 나은 미래를 꿈 꿀 수가 있다.
뉴욕은 다양한 다민족의 문화를 보고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세계 최고의 도시이기에 우리 아이들은 어느 나라 아이들 보다도 다민족 문화를 보고 듣고 접하여 체험으로 한국의 전통 고유 문화를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한다. 세계는 지금 웰빙 문화로 오가닉 푸드, 인스턴트 커피문화 보다는 차를 선호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디지털 세대이지만 자신들의 정신적인 건강을 위하여 자연을 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뉴욕 대학 A.C.U(동양문화학생회)에서 뉴욕 농수산 협회의 후원으로 두 차례 한국 음식과 전통 차를 선보일 기회를 갖고 한국 학생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동 북부 교사 협의회와 여러 한국 학교에서 차 문화, 역사, 차 시연을 강의 하기도 하였다.
여러 단체에서 한국 전통 문화에 예전보다 더욱 큰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한류의 열풍이 서서히 불어 오는 것 같다. 버겐 커뮤니티 칼리지의 여름 학기 틴에이져 아트 페스티발에서 한국 매듭을 처음으로 강의할 기회를 가졌다. 남녀 구분 없이 많은 고등학생들이 한국 매듭을 맺어보고 흥미로워 하며 내년에도 매듭 강의 요청을 받았다. 미국에서도 처음 선을 보인 매듭에 미술 교사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
그린티 하우스를 운영 하면서 회원들에게 한국 문화 교실을 열게 되었다.
시, 서, 화, 다 회원들이 서예와 동양화 전시를 하면서 부모님들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자녀들이 한국의 문화를 배우게 되었다. 문학반에서는 시화전을 내년 봄에 준비 하기 위해서 매 주 수요일 마다 차와 함께 시를 낭독하며 공부를 한다.
첼시 갤러리에서 열린 AWAA(동양여성작가)의 전시회에 차 시연을 퍼포밍 아트로 하였다. 그림을 배경으로 돗자리에 앉아 한복을 입고 은은한 대금소리, 백자와 목기 다관에 담긴 다과, 녹차의 향이 어우러진 한국 전통 종합 예술을 한 눈에 보고 듣고 마시며 느낄 수 있는 차 시연을 시도 해 보았다. 많은 관람객들과 함께 나눈 뜻 깊은 자리였다.
이렇게 다민족의 뉴요커들은 고유하며 다양한 각 나라의 문화를 포용하고 수용하여 여러 분야에서 미 합중국만의 어메리칸 드림을 실현한다.
문화를 배우고 나누며 홀로 아닌 더불어 손잡고 나아가기 위해서 한국의 것을 알아야 타민족의 문화도 받아 들이며 이해하게 되어 폭 넓은 사고로 자랑스러운 코리안 어메리칸으로 자리매김을 하게 된다.
지난 시간을 뒤돌아 보니 나를 찾는 긴 과정의 여정에서 한국 학교를 통해 한국 문화로 정체성 있는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한국 문화를 가르치는 것이 배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가을 속에 피어나는 맨해튼의 차 향 2004
푸르고 드높은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물감을 뿌린 듯 단풍으로 물든 숲길을 들어서니 풍경화 속으로 미끄러지듯이 자동차는 팰리세이드 파크웨이로 들어섰다.
이 길은 20여 년 전과 변함없이 가을을 맞이하고 있는데 딸 아이 리나는 어느덧 NYC의 대학생이 되어 A.C.U(동양문화단체)에서 마련한 차 시연에 나를 초청하기에 이르렀다.
스쳐 지나가는 상념들, 어려서부터 리나와 함께 한 멀티컬쳐 프로그램과 인터내셔널 데이의 문화 행사들이 떠오른다. 한복을 입고 한국 음식을 선보이고 학교와 도서실, 타운에서 한국 춤을 배워서 추고 태권도를 시범하던 아이가 벌써 대학생이 되다니……
G.W. 브리지를 지나 회색 빌딩 숲 맨해튼에 들어서니 허드슨 강의 물결이 금빛 햇살을 뿌려 놓은 듯 반짝이다가 물 속으로 잠기며 강물 위에서 춤을 추고 있다. 찬 서리를 맞으며 피어난 하얀 들꽃 송이처럼 하늘거리며 춤추는 물결 너머 저만치 자유의 여신상이 횃불이 아니라 찻잔을 들고 있는 듯 하다.
마침 퇴근 시간이라 각양각색의 인종과 언어가 물결치는 메트로폴리탄 맨해튼, 세계 문화의 시장, 오늘 이곳에서 한국 차 회가 열린다.
문화란 일상 생활 속에 배인, 세대와 세대 사이를 이어주는 유기적 관계, 고리이기에 전통 문화와 접목된 차가 꽃꽂이 하듯 기후와 지형이 다른 이 미국 땅에서 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미국 이민 백주년 행사가 많이 있지만 한민족으로서의 긍지와 자부심이 담기고 예술적 가치가 있는 것을 이민 2세들에게 전해주어야만 그들이 다민족 다문화 속에서 코리안 어메리칸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기에……
찻자리는 잃어버린 자아를 찾는 시간
리나와 약속 장소에서 만나 머셔 스트릿의 오래된 학교 빌딩 5층에 올라서니 중국 부엌의 설치와 중국 솥과 왁이 만들어져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전시하고 몇 개의 왁이 진열되어 있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있는 중국 요리처럼 음식 문화는 역사의 깊이를 생활 속에서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들이 오기 시작하여 차상을 차리고 가져온 그림과 책자를 펼치고 물을 끓이면서 ‘도다송’ 이라는 다악을 틀어서 차를 맞이하는 분위기를 방 안에 흐르게 하였다.
한국 다과를 준비하고, 학생들이 차분하게 자리에 앉기 시작하여 영어로 된 한국 전통 차 마시는 법과 시 한 편을 나누어 주었다. 30여 명이 넘는 그들은 이미 소호와 이스트 빌리지에 있는 찻집들의 젠 스타일 인테리어와 스타벅스 커피보다 차를 선호한다고 말한다.
젓가락으로 회를 먹고 타일랜드 면을 즐기며 중국 옷과 티벳 귀걸이, 동남아산 구슬 가방을 들고 다니며 인도풍의 스카프를 두르고 지구촌 문화를 즐기는 포스트 모던의 세대 해체된 문화를 고유한 전통을 자의 스타일로 접목시킬 줄 아는 것이다.
이들에게 동양 삼국 차의 다른 점을 설명하였다. 중국 차는 향을, 일본 차는 색을 한국 차는 맛을 중시한다는 것. 차의 색, 향, 미와 함께 문화는 위에서 아래로 흘러가기에 원형은 사라지지 않고 변형 되는 것이라고 한다.
한국 차를 마셔본 외국인들이 한결 같이 ‘마일드 앤 소프트’ 라고 표현하는 것을 보면 정성으로 불길을 조절한 덖음 수제차의 진가를 누구나 맛으로 아는 모양이다.
집에서 부모님이 차를 한다는 한 학생이 왜 찻잔이 작고 손잡이가 없느냐는 질문을 한다. 커피 브레이크 타임 문화는 손에 머그잔을 들고 한 손에는 종이를 들고 다니면서 식은 커피를 마시며 일을 하지만, 차는 일단은 앉아서 두 손으로 잔을 잡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차분하게 심신을 찻잔 속에 담아 자아를 내려다 보게 하는 것이라 대답했다.
명상의 단계는 아니더라도 사색과 관조를 찻잔에 차를 담아 비우고 다시 채우고 다시 담기를 반복하는 그 속에 모든 인생사를 담는 것이다.
담고 비우고, 오고 가고, 피고 지고…… 자연의 순리 형상계를 스스로가 차 한 잔을 마주하면서 퍼포먼스를 하는 것, 그것이 차다.
“빨리 빨리”로 이민 경제를 자리 잡았으니 이제는 느림의 미학 즉 “천천히 좀 더 천천히”로 느슨하고 여유로운 한가함을 시간 속에 담아보자는 것이다.
선, 다, 일, 미. 찻잔과 함께 자신의 자화상 어제, 오늘, 내일을 담아서 스스로가 무엇이며 진정 무엇을 위하여 질주 하였는가?
그리고 무엇을 남겨둘 것인가?
찻잔 속에서 그 지나간 시간을 찾으며 잃어버린 자아를 찾아가는 것이다.
차 회가 끝났어도 계속 오는 학생들, 다음 프로그램에 기타 콘서트가 있었다.
뒷정리를 하는데 기타 반주의 음률과 아프리카 드럼 소리가 어울려 들린다.
늦게 온 학생들에게 차를 주고 개인적으로 차를 묻는 이들과 어릴 때 보았던 친구의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어 인사하러 와 반갑게 사진을 찍으며 타임머신을 타고 훌쩍 이 자리에 서 있는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미국에 와서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은 것은 무엇인가를…… 차 한 잔 마시
왔다가 가는 그들에게 무엇을 가르쳐 줄 것인가?
무엇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인가를…… 토양이 다른 이국 땅에서 뿌리를 내린 부모들이 새싹이 솟아오르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게 하기 위해서 밑거름이 되어주는 것은 정체성의 자양분, 전총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
내년 봄에 다시 차 회를 열기로 하고 헤어지는 데 아치형 창으로 멀리 석양에 붉게 물들어가는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이 어둠 속에서 네온 사인의 빛을 뿜어내고 있다.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 뉴욕 맨해튼의 밤이 깊어간다.
향은 보이지도 만질 수도 볼 수도 없지만 영원히 우리들 기억과 가슴 속에 남아 있다. 차향의 그윽함이 학생들 모두에게 스며 들기를 허드슨 강물이 흘러 흘러 가듯이 차 향도 실려서 이어져 가기를 바라며……
점으로 돌아가는 깊어가는 가을 숲길에서 노랗게 빛을 내며 처연히 떠 있는 달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바라보며 달빛 차 찻잔을 달에 그려 보았다.
씨실 날실 그리고 인연 2004
생활 속에서 다가오는 갖가지 인연들을 잔잔하게 펼쳐보았다. 시간과 공간, 경사와 위사, 혹은 씨실과 날실의 교차점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인연 또는 만남들은 나를 끊임없이 깨어나게 한다. 그 깨어남을 역시 나의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혼합재료를 사용하여 표현하여 보았다. 마음 가는 대로, 손 끝이 닿는 대로 그리고 질료가 주어지는 대로 작업했다.
작업은 언제나 그렇듯이 절대 고독을 요구했고, 나는 고독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매일 매일 한결같이 작업했다. 그 고독은 심지어는 내재된 갈등 조차도 예술로 승화시켜 주었고, 그 과정을 나는 때로는 실험적으로, 때로는 모험적으로 헤쳐 나갔다.
일단 작업에 몰입하면 나는 무아가 되어 나를 억누르던 번잡함과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흙, 바람, 물, 나무줄기, 모래, 차 잎 등 내가 사용했던 질료들은 캔버스 위에서 살아 있는 것처럼 감고 꼬고 잇고 엮고 붙이고 가르고 긁고 파고 뿌리기를 거듭하며 반복의 리듬을 전해주는 것이다.
도법 자연…… 도란 자연을 닮아가는 것. 그래서 자연을 우리는 대경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연의 대 경전을 읽기 위하여 나는 눈을 떠야 했다. 뜬 눈으로 나는 내 주변의 풍경을 관조하고 응시하며 매 순간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했다.
나에게 다가오는 인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니 자연을 보는 눈이 열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열린 시야를 나의 창작세계로 옮겨와 작업에 몰입하였다. 그 속에서 나는 밝음과 어두움, 허상과 실상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새벽녘 푸르른 빛으로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유월의 나뭇가지들 사이로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차 한 잔을 마주하며, 차 향으로 마음을 피우며, 나는 제단 앞에서 의식을 올리듯 영감과 이미지를 화폭에 담았다. 내 삶 속에 일어났던 수 많은 인연과 만남들이 한 올 한 올 이어지며 조화와 형상이 드러났다. 그것은 나에게는 관념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터득하며 관문을 통과해가는 여정이었다. 매 순간 깨어 있음, 그것은 나에게 이처럼 많은 것을 선사해주는 것이었다.
꽃, 씨앗이 함께…… 피고 맺는 차나무처럼 2004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그린티 하우스 창 밖의 봄 정경은 항상 새롭다. 겨우내 보여주던 앙상한 가로수 나무 가지마다 파릇파릇한 잎새들이 피어나더니 어느 사이 푸르른 잎들로 바뀐 채 봄 맞이하듯 그 자리에 서 있다.
길 건너편 타운 파크에 개나리가 어우러져 피어나고 간간히 보랏빛 꽃송이들이 정원 잔디 사이로 아른아른 피어 오르기도 한다.
따스한 녹차 한 잔에 봄 향기를 담아 마시니 봄 음과 차 향이 스며들며 지난 번에 다녀왔던 정기 어린 지리산 자락 양지 바른 산비탈에 야트막하게 펼쳐져 있던 야생 차 밭이 그리움인 듯 찻잔에 피어난다. 그때는 이른 봄날이었지. 화개장터로 유명했던 경상남도 화개면에 위치한 차의 성지에서 며칠을 보낼 수 있었다. 차 밭 풍경들을 가슴속에 새겨 놓으면서 새벽마다 오르내리던 그곳의 차나무들이 지금쯤은 푸르른 잎새들로 돋아나 햇차를 만들기에 아낙네들의 손길이 한참 바쁘겠지.
차나무는 단풍도 낙엽도 인연이 없는 사시사철 푸른색을 띠는 다년생 상록수로 동백나무 과에 속한다고 한다. 가을에서 초겨울에 걸쳐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의 청순한 꽃을 피우고 난 다음 해엔 공기 돌로 쓰기에 좋은 하트 모양의 단단한 씨를 만들어낸다. 한 나무에 꽃과 씨앗이 함께 피고 맺는 실화상봉수 라고 해서 오래 전 조상들은 가족들 화목과 화합을 상징하는 의미로 혼사 때 봉채로 차 씨를 주고 심었다 한다.
씨앗에서 새싹이 트고 싹이 자라 줄기가 잎을 피우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으로 회귀해가는 우주의 섭리가 차 씨에 담긴 생의 굴레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친정 부모가 시집가는 딸에게 차 씨를 건네주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여성의 미덕으로 일컬어지는 마음씨, 맵씨, 솜씨, 말씨와 대를 잇는 자손 씨를 함께 주고 싶은 마음을 대신하지 않았을까.
1500년 전 삼국사기에 역사의 문헌으로 기록된 한국의 전통 덖음 수제 차가 고려 때 꽃을 피우더니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한 동안 맥이 끊어진 듯 하다가 초의 선사와 다산 정약용을 거쳐 다시 이어지면서 우리 전통 문화 찾기 운동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은 참 다행이다. 전통 차에 대한 관심과 함께 차인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차 문화가 종합적인 우리 전통 문화로서 자리매김하고 매번 한국 방문 때 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물질적으로만 잘 사는 한국이 아니라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찾고 고유한 미풍양속을 되살려가면서 역사적 고증과 전통 문화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차를 생활화하면서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나는 과연 한국문화에 대해 무엇을 알고 가르치는가?” 때때로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한다. 차 생활은 이러한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는 계기도 되어 주지만 내 창작 작업에도 많은 영감과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기쁨은 나만이 누리는 것 보다 남과 함께 나누어야만 더욱 커지는 것이 아닐까. 언제부턴가 미국 땅에도 우리 차 씨가 심어지고 싹이 터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커뮤니티 센터에서 다애 차 시간을 가지면서 외국인보다도 더 차에 대해서 문외한 한국인들이 주위에 많은 것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는데 이들이 요즘 미디어를 통하여 차의 효능과 약용 건강식품으로서의 차의 가치를 발견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회원들이 처음 차를 대하면서 물어보는 질문은 대동 소이하기에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미리 통계적으로 나온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여러 곳에서 차 시연 행사를 보여주며 제목은 아예 다예(茶藝)로 정하고 외국인들과 2세들에게는 The Art of Tea Time으로 하기로 했다. 차는 우리의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종합 예술이기에 듣거나 보기만 하여서는 안되고 직접 마시면서 색, 향, 미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차를 우려내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이러한 시간이야말로 그 자체가 우리의 오감이 감지할 수 있는 퍼포밍 아트가 아닐까. 그 속에서 모두가 하나가 되어 순 청 온 공의 우리 차 정신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마음 수행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진정한 차인이 되겠지.
천연 염색 손바느질로 지은 한복의 단아한 선, 차 문화 전성기 때 빚어진 비취색의 고려 상감 청자와 하얀 빛을 내뿜는 조선백자, 현대적 감각에 손색이 없는 분청자기로 된 찻잔에 정성스럽게 차를 따르며 두 손 모아 찻잔을 감싸고 마시는 단아한 모습. 나무 조각처럼 다듬어진 차시와 걸름망 등 차 도구들이 차 상 위에 올려져 있는 정돈된 모습들은 아름답다. 계절에 따라 피는 꽃을 옮겨 심은 도자기, 떡과 다식을 담는 그릇들, 차의 정신 세계를 심상에 담아 표현한 선화 같은 시와 그림, 잔잔하게 흐르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하는 명상음악인 다악, 그 어느 것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이 모두가 함께 하면서 은은한 전통 녹차의 향으로 마음을 적시기에 처음 차를 대하는 사람이라도 동 서양 모두가 다 너른 한 마당 지구촌에 차 벗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는지.
한국 차 문화를 이렇게 편하게 보여줄 수 있게 하는 것은 한국 차가 일본 차와 달리 다도라기보다는 다반사처럼 일상에서 늘 마시던 생활 차였기 때문일 것이다. 500년 역사에 불과한 일본 차 문화는 다도로 꾸며지며 종교 의식처럼 행해지고 있는 것을 본다. 그린 티가 차 애호가들에게 일본 차의 대명사처럼 인식 되고 있는 것도 현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차가 일본으로 전파되고 우리나라 도공들이 일본 도자 문화의 원조가 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 고유의 전통 문화 유산을 가르치고, 한 편으로는 가르치기 위해서 배우면서 그리운 한국의 모습들을 되살려가고 싶다. 우리 이민 1세와 2세가 함께 차를 마시면서 차의 따스함과 향기에 함께 젖어 들면서 한 나무에 꽃과 씨앗이 함께 달리는 차 나무처럼 하나가 되어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을 화합과 조화로 바꾸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유로움은 그저 주어지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진정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지금 이 순간, 남들의 시간에서 빠져 나와 내 시간 속으로 들어와서 차 한잔 마주하며 내면의 자아와 만날 수 있는 그러한 차를 나누고 싶다.
차와 그림이 있는 풍경 2004
차와 인연을 맺은 지도 5년 남짓하다.
서울서 친구의 화실에서 작설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하던 기억이 첫 차향의 기억이다.
개인전을 앞두고 주제를 “심” 마음으로 정하고 그림 속에 심상을 담기 위해서 새벽마다 깨어나 차와 새벽정기의 맑은 기운과 함께 명상에 전념할 수 있었다.
자신의 내면과의 만남을 위해 진정한 자유인으로 자유의 의지를 화폭에 담게 될 때의 기쁨을 우연의 소산인 찻잔 시리즈를 통해서 표현한 것이 이번 전시회였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세계를 또 다른 차원의 승화된 정신 세계로 차+선이 만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도 할 수 있었다.
차는 땅에서 난 밭의 산물이기에 초식 동물인 인간들에게 태초의 젖줄이기에 영혼을 밝혀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며 번민과 갈등을 우려낸 찻물로 녹아 내리게 한다.
차는 심신을 이롭게 하여 일상의 활력소를 찾게 하기에 이상적인 음료수인 것이다. 한 잔의 차가 온 우주를 담고 입 안 가득히 차 향이 퍼져 나갈 때 차와 나는 하나가 된듯 은은하게 번져나간다.
그 기운으로 깊은 사색의 명상으로 혼신의 열정을 붓 끝에 담아 모으려고 차를 마시고 또 우리고 찻잔에 담아 그리고 칠했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며 그리움/기다림/외로움의 차도를 어렴풋하게 나마 느끼게 되고 차 잎의 연둣빛 찻물과 우전 차의 고운 새순 연녹색을 가죽에 칠하며 그 흔적의 시간을 점으로 찍어 형상화 시켰다.
차의 색, 향, 미를 느끼며 찻잔 다기의 형태 안에서 흙, 불, 물, 바람, 자연 소산의 영원성을 발견하고 인간의 섬세한 감성 세계와 심미안적 안목이 만나는 자리가 이루어진 곳에서 창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차가 주는 여유 속에서 지나온 삶의 쓰고 시린 기억을 꿈처럼 달고 구수한 맛으로 변화될 때까지 마셔가며 차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해맑고 순수하며 선하며 예를 지닌 부드러운 감성의 인격으로 차향처럼 그윽하게 풍기는 아름다운 빛을 지닌 성품을 지니고 싶다.
맑고 향기로운 차 향기처럼……
차와의 인연은 필연으로 나의 그림 창작 세계 속으로 늘 같이하는 시간 속으로 들어 왔듯이 감상자들에게도 차 향이 배어나 그 향내가 묻어나 느껴져 교감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바램을 차를 마시며 가져 보았다.
시작도 끝도 없는…… 원 2004
또 하나의 전시회가 나를 지나갔다. 이번 전시회는 뉴저지 Parker Gallery에서 2003년 12월 10일부터 2004년 1월 10일 까지 한 달 동안 많은 관람객들이 이 전시회를 방문하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태초에 원으로 내재된 나의 심상을 여러 가지 사물들의 변형 이미지나 오브제로 재 창조한 작품들을 전시하였다. 그리고 관람객들은 그 작품들을 각자의 시각과 느낌으로 감상하고 해석하고 이해하였다.
예술 작품은 일단 관람객에게 공개되면 그 때부터는 그 작품의 의미가 고스란히 감상자의 몫이라는 것이 현대미술의 새로운 시각이다. 따라서 나는 많은 분들이 많은 견해를 보여주신 것만으로도 작가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더군다나 21세기에 들어서며 현대 미술은 작가의 내면적 동기를 상징적인 형상과 색채를 통하여 추상적인 구상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컴퓨터나 레이저, 비디오 등 매체적 구분이나 구상 비구상 등 장르적 구분도 무의미해져 버렸으니 이제 작품의 의미에 대한 해석과 의견은 다양하면 할수록 즐거워지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나에게 있어 창작은 내 주변의 사물들에 대한 상징적 감정 이입을 통하여 가장 먼저 동기가 부여되며, 이와 같은 모티브를 기점으로 내면의 나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나는 구도적 정신을 갖고 창작에 몰입하게 된다. 이번 전시회도 이러한 산고의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작품들이었다.
“사각형의 캔버스에 그려진 원과 그 원의 바깥으로 뻗어나간 선들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나에게 물었다.
나에게 있어서 원의 의미는 생명이자 생명의 씨앗이다. 생명은 새순에서 시작하여 낙엽으로 회귀하며 끝없이 윤회한다. 점과 선은 시간과 칠정(희, 노, 애, 락, 애, 오, 욕)을 상징하며 화폭의 중심에 위치한 생명의 원을 중심으로 시작도 끝도 없이 윤회하는 무시무종의 생명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나는 눈에 보이는 사물 보다는 보이지 않는 내적 체험을 내 작품의 주요한 테마로 표현하기 때문에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삶의 고뇌에 대한 승화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곤 한다. 고통은 창작의 목적은 아니지만, 고통이 없이는 예술을 얻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이와 같은 아픈 과정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며 영감(inspiration)을 얻을 수 있는 눈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 원초적 본능과 자아 그리고 초 자아가 어우러져 작가의 인생관을 형성하듯이 미적 관조는 감각기관의 기능을 열어주며 무의식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바로 이러한 각성이 창작의 근본적인 추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마음 속에서 환기되었던 갖가지 형상들은 생에 있어서 가장 높은 단계의 미로 승화하여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하는 작품들은 기계문명의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다가가 그들에게 잊혀진 혹은 숨겨진 자아를 다시 만나고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다. 현대사회가 메말라 갈수록 예술가가 더욱 필요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현대 미술은 사각과 원의 조화와 변형이 주된 소재이다. 나 역시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사각형의 캔버스에 각양각색의 원으로 기하학적 조화를 시도하였다. 이 같은 사각과 원의 조화는 그러나 수세기 전 동양의 철학사상에서 이미 발현되어 전래되어온 세계관이다. 자고로 선인들은 예로부터 천원지방,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고 가르치지 않았던가.
우주 만물의 원리가 원 에서 시작되어 물음표로 이어져 물결로 나아가 세모, 네모 그리고 부정형 등 온갖 모습으로 재현되며 사람들은 그 각각의 형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조화로운 세상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요컨대 조화를 값지게 만드는 것은 다름인 것이다.
생명은 삼라만상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끊임없는 과정이다. 나는 진리의 상징인 원의 다양한 변주를 통하여 삼라만상의 유기적 관계와 천원지방으로 요약되는 우주적 형상 속에서 느껴지는 생명체의 움직임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바쁜 가운데 나의 이 전시회에 들러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이 봄에 피어난 꽃 향기를 실어 보내고 싶다.
차와 그림이 있는 풍경 2003
차와 인연을 맺은 지도 5년 남짓하다.
서울서 친구의 화실에서 작설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하던 기억이 첫 차향의 기억이다.
개인전을 앞두고 주제를 “심” 마음으로 정하고 그림 속에 심상을 담기 위해서 새벽마다 깨어나 차와 새벽정기의 맑은 기운과 함께 명상에 전념할 수 있었다.
자신의 내면과의 만남을 위해 진정한 자유인으로 자유의 의지를 화폭에 담게 될 때의 기쁨을 우연의 소산인 찻잔 시리즈를 통해서 표현한 것이 이번 전시회였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세계를 또 다른 차원의 승화된 정신 세계로 차+선이 만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도 할 수 있었다.
차는 땅에서 난 밭의 산물이기에 초식 동물인 인간들에게 태초의 젖줄이기에 영혼을 밝혀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며 번민과 갈등을 우려낸 찻물로 녹아 내리게 한다.
차는 심신을 이롭게 하여 일상의 활력소를 찾게 하기에 이상적인 음료수인 것이다. 한 잔의 차가 온 우주를 담고 입 안 가득히 차 향이 퍼져 나갈 때 차와 나는 하나가 된듯 은은하게 번져나간다.
그 기운으로 깊은 사색의 명상으로 혼신의 열정을 붓 끝에 담아 모으려고 차를 마시고 또 우리고 찻잔에 담아 그리고 칠했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며 그리움/기다림/외로움의 차도를 어렴풋하게 나마 느끼게 되고 차 잎의 연둣빛 찻물과 우전 차의 고운 새순 연녹색을 가죽에 칠하며 그 흔적의 시간을 점으로 찍어 형상화 시켰다.
차의 색, 향, 미를 느끼며 찻잔 다기의 형태 안에서 흙, 불, 물, 바람, 자연 소산의 영원성을 발견하고 인간의 섬세한 감성 세계와 심미안적 안목이 만나는 자리가 이루어진 곳에서 창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차가 주는 여유 속에서 지나온 삶의 쓰고 시린 기억을 꿈처럼 달고 구수한 맛으로 변화될 때까지 마셔가며 차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해맑고 순수하며 선하며 예를 지닌 부드러운 감성의 인격으로 차향처럼 그윽하게 풍기는 아름다운 빛을 지닌 성품을 지니고 싶다.
맑고 향기로운 차 향기처럼……
차와의 인연은 필연으로 나의 그림 창작 세계 속으로 늘 같이하는 시간 속으로 들어 왔듯이 감상자들에게도 차 향이 배어나 그 향내가 묻어나 느껴져 교감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바램을 차를 마시며 가져 보았다.
한 여름의 ‘야외 조각 전시장’ 2003
길고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학부모들의 숙제는 자녀들이 방학을 보람되고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계획들을 하게 된다. 부족한 학과 공부 보충과 썸머 캠프, 여행 등으로 다양하게 주어지는 정보로 인하여 불안 심리를 조성하기도 한다.
진정한 의미의 방학은 학교 생활에서 못 다한 인성 교육을 가정과 사회에서 익히는 기간이다.
9월의 개학을 앞두고 긴 휴식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따라 활기찬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
NY와 NJ 에서 한 시간 거리에 가 볼 수 있는 박물관과 유적지를 하루쯤 시간을 내어 가 보는 것은 가족 유대 관계와 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추억으로 남아서 그들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간단한 피크닉 준비를 하여서 드라이브 하기 좋은 NY의 Hudson River Valley를 따라 가면서 우드베리 상가를 지나서 Rt.32의 한가한 시골길을 지나면 Storm King Art Center 가 있다. 거대한 자연과 더불어 곳 곳에 서 있는 조각들을 만나게 된다.
방문객 지도를 보면서 아이들과 예술품의 순례를 떠나보는 것이다. 무성한 초록의 벌판과 이름 모를 야생화를 배경으로 푸른 하늘을 담고 서 있는 예술품을 대할 때의 그 감동은 자연과 예술이 일치하여 보여주는 극치 감을 갖게 한다.
Andy Goldworthy(The Wall that Went for a Walk)의 작품은 돌로 쌓아 올린 담이 호수를 끼고 연결 되어서 야외 장소에서 천연 자원으로 작가의 이미지를 표현한 추상 조각이 눈앞에 펼쳐 진다. 영국 작가로서 모든 자연의 소재로 조각을 하는데 아이들에게 꼭 보여 줘야 할 작품이기도 하다. 낙엽, 얼음, 눈, 나무, 물, 돌 등으로 작업한 것을 보면 수 억년 되는 지구의 신비로운 비밀을 담고 있으며 조각이란 이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한국인 작가 백남준 씨의 작품 Waiting for UFO도 보여줄 만 하다.
세계 속의 한국 예술인임을 알리며 작품이 의도하는 것을 이야기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양한 재료의 사용과 현대 미술사 20c 후반 과학 첨단 기술을 이용한 추상 조각을 부모들 보다 앞선 감각을 지닌 자녀들의 미래 지향적 새로운 사고 방식을 듣기도 하면서 잔디밭을 거닐어 본다.
돌아가는 길에 뮤지엄에 들러서 전시된 작품의 책과 선물을 사면서 대 자연과 예술품 그리고 가족들과의 사랑 속에서 이 여름날의 하루를 보내며. . .
그날 밤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세어 보는 것, 그러다가 사라져가는 유성의 별을 보게 되는 행운을 기대하며 하늘과 땅 사이에서 벌어지는 그 모든 현상을 책 속의 어린 왕자의 눈으로 보려 가슴으로 이야기 하는 한 여름날의 꿈을 아이들과 가져본다.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단 하루의 여름방학의 선물이 되어서 영원히 마음속에 살아남는 Living Art가 예술과 생활의 공존을 요구하는 그런 날을 가져보는 7월의 어느 하루를 부모들과 함께 해 보는 시간들을 아이들은 진정 바라고 있을 것이다.
마음의 눈으로 보는 자연 2000
새해가 시작 되었다.
창가의 풍경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는데 새 숫자만이 주어졌다. 어디서 변화의 의미를 받아 들이는가?
겨울의 세찬 바람, 푸르른 하늘 아래 버티고 서 있는 앙상한 나목에 새 둥지가 가지에 달려 있다. 다람쥐는 긴 꼬리를 날쌔게 움직이며 오르내리고 있다. 햇살은 언 대지를 감싸듯 비추고 있다. 다가오는 봄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새 천년에는 첨단과학의 산물, 미디어의 혁명, 인터넷 상의 한 점으로 지구촌은 일일문화권으로 들어가 가상공간에서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며 국가관이 무너지고 지구 안의 공간 시대에서 지구 밖 우주를 향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인간들의 감성은 자아성찰을 통하여 문명의 노예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사고의 영역을 찾아야 한다. 정치, 경제, 군사, 문화 기능의 다원화 속에서 개개인의 특성을 인정하는 다원주의에서 제각기 하나의 벽을 만들고 있다. 도시 속에서 쳇바퀴 돌 듯 현대인들은 문명의 이기 속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어가는 것은 무엇일까?
대 자연은 경전이며 인생의 교과서 이기에 그 모든 의문점은 눈 앞에 전개되는 자연 속에서 깨닫고 진리를 탐구하여야 한다.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생의 굴레 속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는 것이다.
괴로움이나 고통도 자신의 향상을 위한 계기로 도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열심히 갈고 닦는 마음공부는 기계문명이 준 개인적인 욕구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과거를 볼 수 있는 혜안을 뜨게 한다. 멀리 보고 크게 생각하는 여유는 광활한 우주의 숨결 그 공간을 보게 하는 것이다.
자기 훈련의 결과로 흐르는 물처럼 달관한 삶을 추구하며 자연 속에서 관조와 사색만이 현대인들의 진정한 명상의 휴식을 갖게 한다. 예전에도 그러했듯이 새로운 것은 없다. 모든 것은 계속 된다. 자연의 순환계는 시작도 끝도 없이 변하고 돌고 만유의 생성이 되어간다.
윤회의 무한성을 보여준다.
사고의 영역이 넓어지고 나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지배 질서 속에서 더 무한한 자연의 법칙을 배우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지배 질서 속에서 더 무한한 자연의 법칙을 배우는 것이다.
우주적 시선의 발생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그 전환점을 새해에 갖고 싶다. 고전 속에서 현대를 보고 어제의 실수를 오늘의 경험으로 터득해 가는 과정의 연속이 아니던가. 21세기는 시각적, 문화적으로 변화무쌍한 사이버 공간 속에 수십억의 신경 세포가 정보의 홍수 속을 헤엄친다. 마인드 바이러스가 침범하여 생각의 방향을 조정하며 생활의 압력을 이기는 그 원대한 힘과 초연해지는 무한한 잠재력의 원동력은 자연 그 속에 있다.
새 천년이 열리고 세대가 교차되어 시공이 달라져도 영원한 신의 명 작품인 자연은 빛, 색채, 소리 그 모든 것을 창가의 풍경 속에 담아 내 앞에 주어졌다.
짧은 여행, 다시 내 자리로 2000
다음날 아침 갤러리에서 알렉산드라 대사 부인의 작품을 보기 위해 서둘러 일어났다. 정원에선 흰 나비 한 마리가 팔랑거리며 날고 있다. 이국 멀리서 본 나비는 환상적인 의미로 나에게 다가온다. 독일 대사관 부인의 점심 초대로 한 나절을 대사관에서 보냈다.
알렉산드라 부인의 스튜디오는 여러 종류의 종이와 작품들이 쌓여있다.
대사 부인은 프랑스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인테리어에 대한 미적 감각이 뛰어나다. 집 안을 꾸민 여러 장식들이 보통 이상임을 알 수 있었다.
큰 항아리에 꽂은 꽃과 여러 나라의 민예품 콜렉션이 집안을 꾸미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구입한 조선시대 민화가 거실에 걸려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 기왓장과 기모노도 조각처럼 복도에 진열되어 있다. 알렌산드라는 다시 태어나면 동양인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한다. 내 얼굴 선이 곱고 아름답다며 나에게 젊어 보이는 이유를 묻기도 했다.
파란색의 매니큐어가 칠해진 엄지손톱과 구겨진듯한 블라우스를 입고있는 대사 부인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나이를 초월하고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예술가들의 특권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적 정신이 젊음의 비결이 아니겠는가.
대사부인은 작품구상을 위하여 찍은 사진들과 책자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전공은 조각이라고 한다.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구입한 구슬로 만든 목걸이를 보여주어 나도 간단한 실로 맺는 한국매듭을 가르쳐 주었다.
오래 만나지 않아도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은 한 순간 서로 통하는 교감이 이루어지는 법이다. 추구하는 세계가 같으면 피부색이 다르고 나라가 달라도 쉽게 가까워지는가 보다. 미국에 오면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 내일이면 떠나야 한다. 여러 곳에서 산 민속품들이 너무 많아 한 가방 가득하다. 공항에서 철저한 짐 수색과 신상조사를 받았지만 별 일은 없었다. 무수히 많은 날들이 지나고 이렇게 다시 비행기에 오르니 그 동안 지나쳐 온 여행지가 환등기처럼 스쳐 지나간다.
파키스탄의 역사, 종교, 문화, 예술을 배웠다는 느낌보다 파키스탄을 알았고 이곳이 남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집으로 돌아가서도 이곳에 대한 책을 읽고 공부한다면 이 여행의 진가가 나타날 것이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파키스탄의 매력은 무엇일까?
도시 곳곳에 옛 것의 흔적이 배어있고 역사가 숨쉬는 듯한 모습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긴 여행의 끝에서 다시 돌아갈 내 자리를 생각해 본다.
재미 한국 학교 현황과 연수의 필요성 2000
88년도 서울 올림픽 이후 교민 사회에서 모국어 사용의 필요성과 함께 여러 기관에서 한국학교를 만들고 학생수가 증가하면서 재미 교사 협의회도 활발히 움직임을 하면서, 그 이전에 한국어 교사는 대부분 학부모가 교사가 되어 가르치던 시대는 지나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교사가 양성되었고 미국에서 필요한 교재와 수업방식을 연구하며 좀 더 효율적인 교과과정을 만들기도 하며 교사들의 시행착오의 연속, 가르치는 어려움을 거듭하면서 질적인 향상을 보였습니다. 스스로의 동기의식 없이 주말에 와서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동기부여가 큰 과제였습니다. 한국 문화유산의 좋은 점을 연구하여 학생들에게 흥미 있게 전달하기 위하여 한국어가 Identity 확립하는 연결의 매개체로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중언어를 잘하는 학생들은 다른 모든 일에도 잘하며 전문직에 봉사하며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인정받는 한국인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세대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듯이 부모나라의 전통음식과 모국어를 사용한다면 그 길이 가장 큰 자신의 뿌리를 확신하는 길이라 봅니다. 우리보다 먼저 이민정책을 시도한 중국, 일본, 유태인들도 주말학교에서 모국어를 가르치고 문화를 배우며 그들의 민족관을 키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95년 SAT 시험에서 한국어가 채택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도는 열기를 더하게 되었으며 이 시점에서 저는 더욱 더 효율적이며 자신감 있는 수업을 하기 위하여 연세어학원에서 하는 한국어 연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어는 어렵습니다!
70년 이후 현대 한국어라고 배웠듯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변하는 언어의 양상을 현지에서의 연수가 필요한 것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로 즉 살아있는 언어를 배우며 전통 있는 교육기관에서의 교구법을 배워야 하는 시점에 온 것 같습니다. 수업 참관 시간에서 자유로운 태도로 자신의 의사를 알리며 수업에 임하는 X세대 학생들, 구세대 선생님들의 단정한 몸가짐과 수 년간 경험에 걸쳐서 가꾸어진 노련하며 정확성을 지닌 말씨와 포용력 있는 인격에 매료되었으며, 신세대 선생님들의 당당한 모습과 통통 튀기는 활기찬 교수 방법에 신선한 충격도 가졌으며, 나는 이 두 세대의 중간 지점에서 두 가지 교수법을 비교 분석 절충해서 중간세대 방법론을 연구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교사이기 전 부모로써 가정에서 한국어 사용에 좀 더 고급 문장을 사용하려 하고 아이들에게 들려 주려고 합니다. 재미 교포 학생들을 보면서 나의 제자들이 다시 이곳에 와서 배울 때 언행에 손색이 없는 세계인으로 가르쳐 보고 싶은 욕심도 가져 보았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보고, 듣고, 느꼈습니다.
이제부터 나의 작업은 나의 부족한 점과 가르쳐야 할 지침을 구하며 끊임없는 자극과 도전을 받으며, 이론과 실제에 부딪히며 난이도를 좁히려고 합니다. 학생들에게 바라는 나의 작은 소망은 부모의 나라를 사랑하게 되는 열쇠가 되었으면 합니다.
선생님들 힘을 내세요!
여러 선생님들의 가르치려는 의지가 마음과 마음으로 전달되어 그 학생들이 자라서 우리의 후세들에게 우리와 같이 한국어를 전승시키는데 우리는 하나의 작은 디딤돌이 되는 역할로써 보람을 가지게 되리라 봅니다. 끝으로 연수기간 중 고르지 못한 장마 기간에도 불구하고 열성을 다하여 가르쳐주신 여러 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연세 대학교 어학당에서 교사의 훈련장으로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어서 여러 나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여러 선생님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해주심을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한지서 배우는 한민족 혼 2000
해마다 여름방학이면 타운 도서실에서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 중에서도 긴 방학 동안 책 읽기를 장려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실력 향상은 물론 저학년 아이들에게 좋은 독서습관을 기르게 하여 학부모들의 호응도가 크다.
도서관에서는 독서 시간과 병행하여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고 멤버십을 활성화하는 의미에서 공예(craft)를 가르치기도 한다.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는 분야대로 공예를 나누어 반을 편성한다. 한국 커뮤니티도 그 동안 도서관에서 한국문화 알리기의 일환으로 추석, 음식소개, 태권도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가졌었다.
올 해는 색종이 접기를 하였다.
내가 자원봉사로 가르친 반은 15명의 3학년-8학년 학생들로 구성되었었다. 3명의 고등학생 딸 친구들을 보조교사로 하여 공, 학, 나무 모양으로 접기를 하였다. 종이 접기는 창의력을 발달시키고 상상력을 키우며 평면에서 입체로 통하는 공작 놀이를 통해 손재주도 발달 시킬 수 있다.
모두들 이 색종이를 ‘오르미 페이퍼’로 알고 있기에 간단한 한지의 역사와 전통 공예품을 보여주었다.
종이는 인류문화 발달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고 동서고금의 축적된 지식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인간들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필품이다.
각 나라마다 고유의 종이문화가 있는데 색종이 접기는 일본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종이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에서 전시된 여러 종류의 종이를 보면 동남아 여러 나라(중국-일본-인도)와 유럽의 나라들(프랑스-독일)이 유명하다. 한국문화 알리기의 여러 종목 중에서 종이야말로 중요한 역사가 있음을 새삼 알 수 있다.
종이의 발명은 기원 전 2세기 중국에서 발명하여 후한의 채륜이 한국에 전하였고 담징이 일본으로 전하였다. 닥나무 껍질로 만든 닥종이의 우수함은 지금도 실증되고 있다. 금지, 장지, 화지, 환지 등도 있고 이외에도 수많은 종류의 종이도 있다.
전통기능으로 한지공예는 궁중이나 사대부 집안 일반 서민층의 민중예술로서 생활 속에 깊이 스며 있다. 받걷고리, 붓 통, 받닫이, 부채, 사무용 상자 등 길 흉사 때마다 조화로 종이 꽃을 만들었고, 선비 자체를 상징하는 화선지도 있다.
장인의 고예 예술정신이 깃든 종이가 이제는 하나의 예술문화로 길이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우리들 스스로가 한지사용을 생활화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학교마다 다문화 프로그램(multiculture program)이 있다. 이는 중요하게 다루는 교과 과정이며 미국의 다양한 인종의 문화를 배우고 알리는 학교 행사이다.
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오색한지의 얇고 가벼우며, 펼치거나 접기 쉽고 다양한 색상에 순박함과 자연의 멋이 있는 한지를 사용한 종이 접기나 공예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미국 친구들에게 선물을 할 때에도 한지를 사용한 한국적인 공예품과 카드, 포장지로 하여 알리는 것이 우리의 예술혼이 깃든 문화를 알릴 수 있다.
이제 가을이 오면 아이들과 함께 소품을 만들어 보아야겠다. 지난 시절 풀을 쒀서 창호지에 낙엽과 꽃잎을 부쳐 문 창호지를 바르던 그 기억을 더듬어보며. . .
마음을 열면 모두가 친구 2000
그녀의 이름은 시요마라, 멕시코에서 태어났다. 지금의 남편과 만나서 결혼하여 두 아이를 낳고 의사 직을 하다가 그만둔 전업 주부이다.
전형적인 멕시코 원주민의 모습이다. 작은 키와 짙은 눈썹과 쌍꺼풀 진 큰 눈매와 검은 머리, 통통한 몸매가 수줍은 듯한 미소와 함께 친근감을 더해 준다.
시요마라는 두 아들과 딸들을 두었는데, 그들과 우리아이가 같은 학년이어서 PTA에서나 타운 도서실에서 자주 만나면서 친하게 되었다.
그녀와 만난 지도 어언 8년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내가 Art를 가르치고, 반대로 그녀가 우리 아이들에게 스패니시를 가르친 지도 5년이 되었다.
방학 동안 만나지 않다가 개학을 하면서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화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우리 집에서, 목요일 오후 4시-6시는 그녀의 집에서 배우기로 했다.
서로가 갖고 있는 생각을 나누면서 자녀문제, 시사성 있는 뉴스, 타운 소식 등을 주고 받으면 우리의 우정도 한층 깊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딸 아이는 시요마라에게 배운지가 상당히 되었기에 이제 스패니시를 꽤 유창하게 하고 가끔 배우는 요리와 함께 단어 게임을 하니 놀이를 통한 학습을 하는 것이다.
나 역시 매주 새로운 Craft를 준비 하여 가르치기에 신간 서적을 통하여 아이디어를 찾는다.
어느 민족이나 지형적인 기후 영향으로 생겨나는 나름대로의 국민성이 있듯이, 그녀를 통해서 알게 된 멕시코라는 나라 역시 독특한 특성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열대성 기후에서 오는 남미 특유의 정열적이며 낭만적인 춤과 노래를 즐긴다. 마야의 역사성과 대 유적지의 신비함, 태양의 돌(아즈데카 캘린더)의 원형석 판의 신비적 우주관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특한 향료 요리와 여러 종류의 인디오 음악성이 주는 멕시코 민요를 알게 되었다.
지금의 멕시코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다소 뒤떨어지지만 그들의 문화는 예술적 가치를 충분히 담고 있다.
자녀교육으로 직장을 그만 두었을 때 갈등이 많았다며 아이들이 대학을 가면 다시 일을 가지려고 한다면서 의욕을 보인다. 일주일에 3번 정도 신선한 야채를 사기 위해 그로서리에 가며 은행, 우체국, 남편의 서류처리, 방과 후 아이들 활동 뒷바라지, 아이들을 위한 운전 등 주변의 일들이 직장 다니는 것 보다 힘들다며 이민 1세로서의 고통을 털어 놓는다.
이민 1세들은 고충이 비슷한 것 같다.
언어문제, 문화적 차이, 백인계가 주도하는 교육 환경을 비롯하여 사춘기 자녀 교육문제와 노후 대책 등 소수 이민자로서 느끼는 고충을 우리와 다같이 느끼고 있다.
우리는 동병상련의 정은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그녀는 한인 커뮤니티를 부러워한다. 그것은 몇 년 사이에 늘어난 한인 학생수에 더하여 높은 교육열과 수준을 부러워하는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한국 커뮤니티의 성장을 타 이민자도 느끼고 있다는 정거다. 히스패닉들의 괄목 할만한 증가로 21세기에는 미국의 인구분포가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그들이 중산층으로 진입하기에는 장애물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것만으로 그들을 의시봐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언제나 태양을 즐기며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를 아는 낙천적 여유는 때로는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천부적 장점이다. 우리가 과거에는 ‘은근과 끈기’, 현재에는 ‘빨리 빨리’ 문화를 갖고 있듯이. . .
우리는 용광로(melting pot)의 나라 미국 속에서 살면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타민족과의 교류도 넓어지고 점차 코스모포리탄으로 변해 간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외국인 친구와 만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서 자신들의 전통과 고유한 문화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이어져 가는 지와 역사성의 흐름을 파악하고 알아야 한다.
자녀들이 미국사회에 뿌리 내리는 데 필요한 아이덴티티를 부모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까지 와서 아이들에게 한국 친구만 사귀라고 할 필요가 조금도 없다. 그러려면 부모들부터 외국인 친구를 만날 자세와 노력, 그리고 마음을 열어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생활 속에서 다가오는 갖가지 인연들을 잔잔하게 펼쳐보았다. 시간과 공간, 경사와 위사, 혹은 씨실과 날실의 교차점에서 끊임없이 일어나는 인연 또는 만남들은 나를 끊임없이 깨어나게 한다. 그 깨어남을 역시 나의 일상 속에서 마주치는 혼합재료를 사용하여 표현하여 보았다. 마음 가는 대로, 손 끝이 닿는 대로 그리고 질료가 주어지는 대로 작업했다.
작업은 언제나 그렇듯이 절대 고독을 요구했고, 나는 고독을 온전히 받아들이며 매일 매일 한결같이 작업했다. 그 고독은 심지어는 내재된 갈등 조차도 예술로 승화시켜 주었고, 그 과정을 나는 때로는 실험적으로, 때로는 모험적으로 헤쳐 나갔다.
일단 작업에 몰입하면 나는 무아가 되어 나를 억누르던 번잡함과 의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흙, 바람, 물, 나무줄기, 모래, 차 잎 등 내가 사용했던 질료들은 캔버스 위에서 살아 있는 것처럼 감고 꼬고 잇고 엮고 붙이고 가르고 긁고 파고 뿌리기를 거듭하며 반복의 리듬을 전해주는 것이다.
도법 자연…… 도란 자연을 닮아가는 것. 그래서 자연을 우리는 대경전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자연의 대 경전을 읽기 위하여 나는 눈을 떠야 했다. 뜬 눈으로 나는 내 주변의 풍경을 관조하고 응시하며 매 순간 있는 그대로 보는 연습을 했다.
나에게 다가오는 인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나니 자연을 보는 눈이 열리는 것 같았다. 이렇게 열린 시야를 나의 창작세계로 옮겨와 작업에 몰입하였다. 그 속에서 나는 밝음과 어두움, 허상과 실상이 둘이 아닌 하나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새벽녘 푸르른 빛으로 밝아오는 하늘을 바라보며, 유월의 나뭇가지들 사이로 날아다니며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차 한 잔을 마주하며, 차 향으로 마음을 피우며, 나는 제단 앞에서 의식을 올리듯 영감과 이미지를 화폭에 담았다. 내 삶 속에 일어났던 수 많은 인연과 만남들이 한 올 한 올 이어지며 조화와 형상이 드러났다. 그것은 나에게는 관념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터득하며 관문을 통과해가는 여정이었다. 매 순간 깨어 있음, 그것은 나에게 이처럼 많은 것을 선사해주는 것이었다.
꽃, 씨앗이 함께…… 피고 맺는 차나무처럼 2004
해마다 맞는 봄이지만 그린티 하우스 창 밖의 봄 정경은 항상 새롭다. 겨우내 보여주던 앙상한 가로수 나무 가지마다 파릇파릇한 잎새들이 피어나더니 어느 사이 푸르른 잎들로 바뀐 채 봄 맞이하듯 그 자리에 서 있다.
길 건너편 타운 파크에 개나리가 어우러져 피어나고 간간히 보랏빛 꽃송이들이 정원 잔디 사이로 아른아른 피어 오르기도 한다.
따스한 녹차 한 잔에 봄 향기를 담아 마시니 봄 음과 차 향이 스며들며 지난 번에 다녀왔던 정기 어린 지리산 자락 양지 바른 산비탈에 야트막하게 펼쳐져 있던 야생 차 밭이 그리움인 듯 찻잔에 피어난다. 그때는 이른 봄날이었지. 화개장터로 유명했던 경상남도 화개면에 위치한 차의 성지에서 며칠을 보낼 수 있었다. 차 밭 풍경들을 가슴속에 새겨 놓으면서 새벽마다 오르내리던 그곳의 차나무들이 지금쯤은 푸르른 잎새들로 돋아나 햇차를 만들기에 아낙네들의 손길이 한참 바쁘겠지.
차나무는 단풍도 낙엽도 인연이 없는 사시사철 푸른색을 띠는 다년생 상록수로 동백나무 과에 속한다고 한다. 가을에서 초겨울에 걸쳐 하얀 꽃잎에 노란 꽃술의 청순한 꽃을 피우고 난 다음 해엔 공기 돌로 쓰기에 좋은 하트 모양의 단단한 씨를 만들어낸다. 한 나무에 꽃과 씨앗이 함께 피고 맺는 실화상봉수 라고 해서 오래 전 조상들은 가족들 화목과 화합을 상징하는 의미로 혼사 때 봉채로 차 씨를 주고 심었다 한다.
씨앗에서 새싹이 트고 싹이 자라 줄기가 잎을 피우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고 다시 씨앗으로 회귀해가는 우주의 섭리가 차 씨에 담긴 생의 굴레와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든다. 친정 부모가 시집가는 딸에게 차 씨를 건네주는 것으로 전통적으로 여성의 미덕으로 일컬어지는 마음씨, 맵씨, 솜씨, 말씨와 대를 잇는 자손 씨를 함께 주고 싶은 마음을 대신하지 않았을까.
1500년 전 삼국사기에 역사의 문헌으로 기록된 한국의 전통 덖음 수제 차가 고려 때 꽃을 피우더니 조선 시대를 거치면서 한 동안 맥이 끊어진 듯 하다가 초의 선사와 다산 정약용을 거쳐 다시 이어지면서 우리 전통 문화 찾기 운동으로 번져가고 있는 것은 참 다행이다. 전통 차에 대한 관심과 함께 차인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차 문화가 종합적인 우리 전통 문화로서 자리매김하고 매번 한국 방문 때 마다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차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던 것은 행복한 일이었다.
물질적으로만 잘 사는 한국이 아니라 정신적인 풍요로움을 찾고 고유한 미풍양속을 되살려가면서 역사적 고증과 전통 문화에 대한 연구들이 활발해졌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차를 생활화하면서 “한국 문화를 가르치고 있는 나는 과연 한국문화에 대해 무엇을 알고 가르치는가?” 때때로 스스로에게 물어보곤 한다. 차 생활은 이러한 질문에 스스로 답할 수 있는 계기도 되어 주지만 내 창작 작업에도 많은 영감과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기쁨은 나만이 누리는 것 보다 남과 함께 나누어야만 더욱 커지는 것이 아닐까. 언제부턴가 미국 땅에도 우리 차 씨가 심어지고 싹이 터나가기를 간절히 바라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커뮤니티 센터에서 다애 차 시간을 가지면서 외국인보다도 더 차에 대해서 문외한 한국인들이 주위에 많은 것을 보고 놀랐던 적이 있는데 이들이 요즘 미디어를 통하여 차의 효능과 약용 건강식품으로서의 차의 가치를 발견하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회원들이 처음 차를 대하면서 물어보는 질문은 대동 소이하기에 한정된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 미리 통계적으로 나온 질문들에 대한 답을 해주었다.
여러 곳에서 차 시연 행사를 보여주며 제목은 아예 다예(茶藝)로 정하고 외국인들과 2세들에게는 The Art of Tea Time으로 하기로 했다. 차는 우리의 오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종합 예술이기에 듣거나 보기만 하여서는 안되고 직접 마시면서 색, 향, 미를 체험할 수 있어야 한다. 차를 우려내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이러한 시간이야말로 그 자체가 우리의 오감이 감지할 수 있는 퍼포밍 아트가 아닐까. 그 속에서 모두가 하나가 되어 순 청 온 공의 우리 차 정신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는 마음 수행을 하다 보면 어느새 나도 진정한 차인이 되겠지.
천연 염색 손바느질로 지은 한복의 단아한 선, 차 문화 전성기 때 빚어진 비취색의 고려 상감 청자와 하얀 빛을 내뿜는 조선백자, 현대적 감각에 손색이 없는 분청자기로 된 찻잔에 정성스럽게 차를 따르며 두 손 모아 찻잔을 감싸고 마시는 단아한 모습. 나무 조각처럼 다듬어진 차시와 걸름망 등 차 도구들이 차 상 위에 올려져 있는 정돈된 모습들은 아름답다. 계절에 따라 피는 꽃을 옮겨 심은 도자기, 떡과 다식을 담는 그릇들, 차의 정신 세계를 심상에 담아 표현한 선화 같은 시와 그림, 잔잔하게 흐르면서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게 하는 명상음악인 다악, 그 어느 것도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 이 모두가 함께 하면서 은은한 전통 녹차의 향으로 마음을 적시기에 처음 차를 대하는 사람이라도 동 서양 모두가 다 너른 한 마당 지구촌에 차 벗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는지.
한국 차 문화를 이렇게 편하게 보여줄 수 있게 하는 것은 한국 차가 일본 차와 달리 다도라기보다는 다반사처럼 일상에서 늘 마시던 생활 차였기 때문일 것이다. 500년 역사에 불과한 일본 차 문화는 다도로 꾸며지며 종교 의식처럼 행해지고 있는 것을 본다. 그린 티가 차 애호가들에게 일본 차의 대명사처럼 인식 되고 있는 것도 현실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 차가 일본으로 전파되고 우리나라 도공들이 일본 도자 문화의 원조가 되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미국에 살면서 한국 고유의 전통 문화 유산을 가르치고, 한 편으로는 가르치기 위해서 배우면서 그리운 한국의 모습들을 되살려가고 싶다. 우리 이민 1세와 2세가 함께 차를 마시면서 차의 따스함과 향기에 함께 젖어 들면서 한 나무에 꽃과 씨앗이 함께 달리는 차 나무처럼 하나가 되어 세대 간의 차이와 갈등을 화합과 조화로 바꾸어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여유로움은 그저 주어지지 않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 진정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지금 이 순간, 남들의 시간에서 빠져 나와 내 시간 속으로 들어와서 차 한잔 마주하며 내면의 자아와 만날 수 있는 그러한 차를 나누고 싶다.
차와 그림이 있는 풍경 2004
차와 인연을 맺은 지도 5년 남짓하다.
서울서 친구의 화실에서 작설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하던 기억이 첫 차향의 기억이다.
개인전을 앞두고 주제를 “심” 마음으로 정하고 그림 속에 심상을 담기 위해서 새벽마다 깨어나 차와 새벽정기의 맑은 기운과 함께 명상에 전념할 수 있었다.
자신의 내면과의 만남을 위해 진정한 자유인으로 자유의 의지를 화폭에 담게 될 때의 기쁨을 우연의 소산인 찻잔 시리즈를 통해서 표현한 것이 이번 전시회였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세계를 또 다른 차원의 승화된 정신 세계로 차+선이 만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도 할 수 있었다.
차는 땅에서 난 밭의 산물이기에 초식 동물인 인간들에게 태초의 젖줄이기에 영혼을 밝혀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며 번민과 갈등을 우려낸 찻물로 녹아 내리게 한다.
차는 심신을 이롭게 하여 일상의 활력소를 찾게 하기에 이상적인 음료수인 것이다. 한 잔의 차가 온 우주를 담고 입 안 가득히 차 향이 퍼져 나갈 때 차와 나는 하나가 된듯 은은하게 번져나간다.
그 기운으로 깊은 사색의 명상으로 혼신의 열정을 붓 끝에 담아 모으려고 차를 마시고 또 우리고 찻잔에 담아 그리고 칠했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며 그리움/기다림/외로움의 차도를 어렴풋하게 나마 느끼게 되고 차 잎의 연둣빛 찻물과 우전 차의 고운 새순 연녹색을 가죽에 칠하며 그 흔적의 시간을 점으로 찍어 형상화 시켰다.
차의 색, 향, 미를 느끼며 찻잔 다기의 형태 안에서 흙, 불, 물, 바람, 자연 소산의 영원성을 발견하고 인간의 섬세한 감성 세계와 심미안적 안목이 만나는 자리가 이루어진 곳에서 창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차가 주는 여유 속에서 지나온 삶의 쓰고 시린 기억을 꿈처럼 달고 구수한 맛으로 변화될 때까지 마셔가며 차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해맑고 순수하며 선하며 예를 지닌 부드러운 감성의 인격으로 차향처럼 그윽하게 풍기는 아름다운 빛을 지닌 성품을 지니고 싶다.
맑고 향기로운 차 향기처럼……
차와의 인연은 필연으로 나의 그림 창작 세계 속으로 늘 같이하는 시간 속으로 들어 왔듯이 감상자들에게도 차 향이 배어나 그 향내가 묻어나 느껴져 교감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바램을 차를 마시며 가져 보았다.
시작도 끝도 없는…… 원 2004
또 하나의 전시회가 나를 지나갔다. 이번 전시회는 뉴저지 Parker Gallery에서 2003년 12월 10일부터 2004년 1월 10일 까지 한 달 동안 많은 관람객들이 이 전시회를 방문하였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태초에 원으로 내재된 나의 심상을 여러 가지 사물들의 변형 이미지나 오브제로 재 창조한 작품들을 전시하였다. 그리고 관람객들은 그 작품들을 각자의 시각과 느낌으로 감상하고 해석하고 이해하였다.
예술 작품은 일단 관람객에게 공개되면 그 때부터는 그 작품의 의미가 고스란히 감상자의 몫이라는 것이 현대미술의 새로운 시각이다. 따라서 나는 많은 분들이 많은 견해를 보여주신 것만으로도 작가로서 큰 보람을 느낀다. 더군다나 21세기에 들어서며 현대 미술은 작가의 내면적 동기를 상징적인 형상과 색채를 통하여 추상적인 구상으로 표현되기 때문에 컴퓨터나 레이저, 비디오 등 매체적 구분이나 구상 비구상 등 장르적 구분도 무의미해져 버렸으니 이제 작품의 의미에 대한 해석과 의견은 다양하면 할수록 즐거워지는 것이 나의 입장이다.
나에게 있어 창작은 내 주변의 사물들에 대한 상징적 감정 이입을 통하여 가장 먼저 동기가 부여되며, 이와 같은 모티브를 기점으로 내면의 나를 다시 만나게 되면서 나는 구도적 정신을 갖고 창작에 몰입하게 된다. 이번 전시회도 이러한 산고의 과정을 통해서 만들어진 작품들이었다.
“사각형의 캔버스에 그려진 원과 그 원의 바깥으로 뻗어나간 선들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사람들이 나에게 물었다.
나에게 있어서 원의 의미는 생명이자 생명의 씨앗이다. 생명은 새순에서 시작하여 낙엽으로 회귀하며 끝없이 윤회한다. 점과 선은 시간과 칠정(희, 노, 애, 락, 애, 오, 욕)을 상징하며 화폭의 중심에 위치한 생명의 원을 중심으로 시작도 끝도 없이 윤회하는 무시무종의 생명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나는 눈에 보이는 사물 보다는 보이지 않는 내적 체험을 내 작품의 주요한 테마로 표현하기 때문에 작품을 만들기 위하여 끊임없는 자기 성찰과 삶의 고뇌에 대한 승화라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겪곤 한다. 고통은 창작의 목적은 아니지만, 고통이 없이는 예술을 얻을 수 없다. 그리고 나는 이와 같은 아픈 과정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며 영감(inspiration)을 얻을 수 있는 눈이 열리게 되는 것이다.
작가의 원초적 본능과 자아 그리고 초 자아가 어우러져 작가의 인생관을 형성하듯이 미적 관조는 감각기관의 기능을 열어주며 무의식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바로 이러한 각성이 창작의 근본적인 추동력이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나의 마음 속에서 환기되었던 갖가지 형상들은 생에 있어서 가장 높은 단계의 미로 승화하여 작품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이렇게 탄생하는 작품들은 기계문명의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다가가 그들에게 잊혀진 혹은 숨겨진 자아를 다시 만나고 재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게 된다. 현대사회가 메말라 갈수록 예술가가 더욱 필요해지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현대 미술은 사각과 원의 조화와 변형이 주된 소재이다. 나 역시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사각형의 캔버스에 각양각색의 원으로 기하학적 조화를 시도하였다. 이 같은 사각과 원의 조화는 그러나 수세기 전 동양의 철학사상에서 이미 발현되어 전래되어온 세계관이다. 자고로 선인들은 예로부터 천원지방,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나다고 가르치지 않았던가.
우주 만물의 원리가 원 에서 시작되어 물음표로 이어져 물결로 나아가 세모, 네모 그리고 부정형 등 온갖 모습으로 재현되며 사람들은 그 각각의 형상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가운데 조화로운 세상이 유지되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요컨대 조화를 값지게 만드는 것은 다름인 것이다.
생명은 삼라만상의 유기적 관계 속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이루어내는 끊임없는 과정이다. 나는 진리의 상징인 원의 다양한 변주를 통하여 삼라만상의 유기적 관계와 천원지방으로 요약되는 우주적 형상 속에서 느껴지는 생명체의 움직임을 미학적으로 표현하려 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바쁜 가운데 나의 이 전시회에 들러주셨던 모든 분들에게 이 봄에 피어난 꽃 향기를 실어 보내고 싶다.
차와 그림이 있는 풍경 2003
차와 인연을 맺은 지도 5년 남짓하다.
서울서 친구의 화실에서 작설차를 마시면서 담소를 하던 기억이 첫 차향의 기억이다.
개인전을 앞두고 주제를 “심” 마음으로 정하고 그림 속에 심상을 담기 위해서 새벽마다 깨어나 차와 새벽정기의 맑은 기운과 함께 명상에 전념할 수 있었다.
자신의 내면과의 만남을 위해 진정한 자유인으로 자유의 의지를 화폭에 담게 될 때의 기쁨을 우연의 소산인 찻잔 시리즈를 통해서 표현한 것이 이번 전시회였다.
기억 속에 남아있는 세계를 또 다른 차원의 승화된 정신 세계로 차+선이 만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도 할 수 있었다.
차는 땅에서 난 밭의 산물이기에 초식 동물인 인간들에게 태초의 젖줄이기에 영혼을 밝혀주고 정신을 맑게 해주며 번민과 갈등을 우려낸 찻물로 녹아 내리게 한다.
차는 심신을 이롭게 하여 일상의 활력소를 찾게 하기에 이상적인 음료수인 것이다. 한 잔의 차가 온 우주를 담고 입 안 가득히 차 향이 퍼져 나갈 때 차와 나는 하나가 된듯 은은하게 번져나간다.
그 기운으로 깊은 사색의 명상으로 혼신의 열정을 붓 끝에 담아 모으려고 차를 마시고 또 우리고 찻잔에 담아 그리고 칠했다.
한 잔의 차를 마시며 그리움/기다림/외로움의 차도를 어렴풋하게 나마 느끼게 되고 차 잎의 연둣빛 찻물과 우전 차의 고운 새순 연녹색을 가죽에 칠하며 그 흔적의 시간을 점으로 찍어 형상화 시켰다.
차의 색, 향, 미를 느끼며 찻잔 다기의 형태 안에서 흙, 불, 물, 바람, 자연 소산의 영원성을 발견하고 인간의 섬세한 감성 세계와 심미안적 안목이 만나는 자리가 이루어진 곳에서 창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차가 주는 여유 속에서 지나온 삶의 쓰고 시린 기억을 꿈처럼 달고 구수한 맛으로 변화될 때까지 마셔가며 차인이 되어가는 것이다.
해맑고 순수하며 선하며 예를 지닌 부드러운 감성의 인격으로 차향처럼 그윽하게 풍기는 아름다운 빛을 지닌 성품을 지니고 싶다.
맑고 향기로운 차 향기처럼……
차와의 인연은 필연으로 나의 그림 창작 세계 속으로 늘 같이하는 시간 속으로 들어 왔듯이 감상자들에게도 차 향이 배어나 그 향내가 묻어나 느껴져 교감이 되어주기를 바라는 바램을 차를 마시며 가져 보았다.
한 여름의 ‘야외 조각 전시장’ 2003
길고 긴 여름방학이 시작되었다.
학부모들의 숙제는 자녀들이 방학을 보람되고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여러 가지 계획들을 하게 된다. 부족한 학과 공부 보충과 썸머 캠프, 여행 등으로 다양하게 주어지는 정보로 인하여 불안 심리를 조성하기도 한다.
진정한 의미의 방학은 학교 생활에서 못 다한 인성 교육을 가정과 사회에서 익히는 기간이다.
9월의 개학을 앞두고 긴 휴식을 어떻게 보냈는가에 따라 활기찬 학교 생활을 할 수 있다.
NY와 NJ 에서 한 시간 거리에 가 볼 수 있는 박물관과 유적지를 하루쯤 시간을 내어 가 보는 것은 가족 유대 관계와 자녀들에게 가장 좋은 추억으로 남아서 그들의 인격 형성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간단한 피크닉 준비를 하여서 드라이브 하기 좋은 NY의 Hudson River Valley를 따라 가면서 우드베리 상가를 지나서 Rt.32의 한가한 시골길을 지나면 Storm King Art Center 가 있다. 거대한 자연과 더불어 곳 곳에 서 있는 조각들을 만나게 된다.
방문객 지도를 보면서 아이들과 예술품의 순례를 떠나보는 것이다. 무성한 초록의 벌판과 이름 모를 야생화를 배경으로 푸른 하늘을 담고 서 있는 예술품을 대할 때의 그 감동은 자연과 예술이 일치하여 보여주는 극치 감을 갖게 한다.
Andy Goldworthy(The Wall that Went for a Walk)의 작품은 돌로 쌓아 올린 담이 호수를 끼고 연결 되어서 야외 장소에서 천연 자원으로 작가의 이미지를 표현한 추상 조각이 눈앞에 펼쳐 진다. 영국 작가로서 모든 자연의 소재로 조각을 하는데 아이들에게 꼭 보여 줘야 할 작품이기도 하다. 낙엽, 얼음, 눈, 나무, 물, 돌 등으로 작업한 것을 보면 수 억년 되는 지구의 신비로운 비밀을 담고 있으며 조각이란 이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한국인 작가 백남준 씨의 작품 Waiting for UFO도 보여줄 만 하다.
세계 속의 한국 예술인임을 알리며 작품이 의도하는 것을 이야기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다양한 재료의 사용과 현대 미술사 20c 후반 과학 첨단 기술을 이용한 추상 조각을 부모들 보다 앞선 감각을 지닌 자녀들의 미래 지향적 새로운 사고 방식을 듣기도 하면서 잔디밭을 거닐어 본다.
돌아가는 길에 뮤지엄에 들러서 전시된 작품의 책과 선물을 사면서 대 자연과 예술품 그리고 가족들과의 사랑 속에서 이 여름날의 하루를 보내며. . .
그날 밤 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을 세어 보는 것, 그러다가 사라져가는 유성의 별을 보게 되는 행운을 기대하며 하늘과 땅 사이에서 벌어지는 그 모든 현상을 책 속의 어린 왕자의 눈으로 보려 가슴으로 이야기 하는 한 여름날의 꿈을 아이들과 가져본다.
가장 멋지고 아름다운 단 하루의 여름방학의 선물이 되어서 영원히 마음속에 살아남는 Living Art가 예술과 생활의 공존을 요구하는 그런 날을 가져보는 7월의 어느 하루를 부모들과 함께 해 보는 시간들을 아이들은 진정 바라고 있을 것이다.
마음의 눈으로 보는 자연 2000
새해가 시작 되었다.
창가의 풍경은 예전과 다를 바가 없는데 새 숫자만이 주어졌다. 어디서 변화의 의미를 받아 들이는가?
겨울의 세찬 바람, 푸르른 하늘 아래 버티고 서 있는 앙상한 나목에 새 둥지가 가지에 달려 있다. 다람쥐는 긴 꼬리를 날쌔게 움직이며 오르내리고 있다. 햇살은 언 대지를 감싸듯 비추고 있다. 다가오는 봄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새 천년에는 첨단과학의 산물, 미디어의 혁명, 인터넷 상의 한 점으로 지구촌은 일일문화권으로 들어가 가상공간에서 서로의 정보를 교환하며 국가관이 무너지고 지구 안의 공간 시대에서 지구 밖 우주를 향하고 있다. 자연 속에서 인간들의 감성은 자아성찰을 통하여 문명의 노예에서 벗어나 보다 넓은 사고의 영역을 찾아야 한다. 정치, 경제, 군사, 문화 기능의 다원화 속에서 개개인의 특성을 인정하는 다원주의에서 제각기 하나의 벽을 만들고 있다. 도시 속에서 쳇바퀴 돌 듯 현대인들은 문명의 이기 속에서 얻은 것은 무엇이며 잃어가는 것은 무엇일까?
대 자연은 경전이며 인생의 교과서 이기에 그 모든 의문점은 눈 앞에 전개되는 자연 속에서 깨닫고 진리를 탐구하여야 한다.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생의 굴레 속에서 존재의 이유를 찾는 것이다.
괴로움이나 고통도 자신의 향상을 위한 계기로 도전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열심히 갈고 닦는 마음공부는 기계문명이 준 개인적인 욕구에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서서 과거를 볼 수 있는 혜안을 뜨게 한다. 멀리 보고 크게 생각하는 여유는 광활한 우주의 숨결 그 공간을 보게 하는 것이다.
자기 훈련의 결과로 흐르는 물처럼 달관한 삶을 추구하며 자연 속에서 관조와 사색만이 현대인들의 진정한 명상의 휴식을 갖게 한다. 예전에도 그러했듯이 새로운 것은 없다. 모든 것은 계속 된다. 자연의 순환계는 시작도 끝도 없이 변하고 돌고 만유의 생성이 되어간다.
윤회의 무한성을 보여준다.
사고의 영역이 넓어지고 나면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 인간이 만든 지배 질서 속에서 더 무한한 자연의 법칙을 배우는 것이다. 인간이 만든 지배 질서 속에서 더 무한한 자연의 법칙을 배우는 것이다.
우주적 시선의 발생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그 전환점을 새해에 갖고 싶다. 고전 속에서 현대를 보고 어제의 실수를 오늘의 경험으로 터득해 가는 과정의 연속이 아니던가. 21세기는 시각적, 문화적으로 변화무쌍한 사이버 공간 속에 수십억의 신경 세포가 정보의 홍수 속을 헤엄친다. 마인드 바이러스가 침범하여 생각의 방향을 조정하며 생활의 압력을 이기는 그 원대한 힘과 초연해지는 무한한 잠재력의 원동력은 자연 그 속에 있다.
새 천년이 열리고 세대가 교차되어 시공이 달라져도 영원한 신의 명 작품인 자연은 빛, 색채, 소리 그 모든 것을 창가의 풍경 속에 담아 내 앞에 주어졌다.
짧은 여행, 다시 내 자리로 2000
다음날 아침 갤러리에서 알렉산드라 대사 부인의 작품을 보기 위해 서둘러 일어났다. 정원에선 흰 나비 한 마리가 팔랑거리며 날고 있다. 이국 멀리서 본 나비는 환상적인 의미로 나에게 다가온다. 독일 대사관 부인의 점심 초대로 한 나절을 대사관에서 보냈다.
알렉산드라 부인의 스튜디오는 여러 종류의 종이와 작품들이 쌓여있다.
대사 부인은 프랑스에서 태어나서 그런지 인테리어에 대한 미적 감각이 뛰어나다. 집 안을 꾸민 여러 장식들이 보통 이상임을 알 수 있었다.
큰 항아리에 꽂은 꽃과 여러 나라의 민예품 콜렉션이 집안을 꾸미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구입한 조선시대 민화가 거실에 걸려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 기왓장과 기모노도 조각처럼 복도에 진열되어 있다. 알렌산드라는 다시 태어나면 동양인으로 태어나고 싶다고 한다. 내 얼굴 선이 곱고 아름답다며 나에게 젊어 보이는 이유를 묻기도 했다.
파란색의 매니큐어가 칠해진 엄지손톱과 구겨진듯한 블라우스를 입고있는 대사 부인의 모습이 이색적이다.
나이를 초월하고 자신만의 세계가 있는 예술가들의 특권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마음대로 표현할 수 있는 작가적 정신이 젊음의 비결이 아니겠는가.
대사부인은 작품구상을 위하여 찍은 사진들과 책자를 보여주면서 자신의 전공은 조각이라고 한다. 그녀가 아프리카에서 구입한 구슬로 만든 목걸이를 보여주어 나도 간단한 실로 맺는 한국매듭을 가르쳐 주었다.
오래 만나지 않아도 같은 길을 가는 사람들은 한 순간 서로 통하는 교감이 이루어지는 법이다. 추구하는 세계가 같으면 피부색이 다르고 나라가 달라도 쉽게 가까워지는가 보다. 미국에 오면 다시 만날 것을 약속하고 아쉬운 작별을 했다. 긴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이제 내일이면 떠나야 한다. 여러 곳에서 산 민속품들이 너무 많아 한 가방 가득하다. 공항에서 철저한 짐 수색과 신상조사를 받았지만 별 일은 없었다. 무수히 많은 날들이 지나고 이렇게 다시 비행기에 오르니 그 동안 지나쳐 온 여행지가 환등기처럼 스쳐 지나간다.
파키스탄의 역사, 종교, 문화, 예술을 배웠다는 느낌보다 파키스탄을 알았고 이곳이 남다르게 느껴진다는 점이 기억에 남는다. 앞으로 집으로 돌아가서도 이곳에 대한 책을 읽고 공부한다면 이 여행의 진가가 나타날 것이다. 다시 한번 가보고 싶은 파키스탄의 매력은 무엇일까?
도시 곳곳에 옛 것의 흔적이 배어있고 역사가 숨쉬는 듯한 모습은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긴 여행의 끝에서 다시 돌아갈 내 자리를 생각해 본다.
재미 한국 학교 현황과 연수의 필요성 2000
88년도 서울 올림픽 이후 교민 사회에서 모국어 사용의 필요성과 함께 여러 기관에서 한국학교를 만들고 학생수가 증가하면서 재미 교사 협의회도 활발히 움직임을 하면서, 그 이전에 한국어 교사는 대부분 학부모가 교사가 되어 가르치던 시대는 지나고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교사가 양성되었고 미국에서 필요한 교재와 수업방식을 연구하며 좀 더 효율적인 교과과정을 만들기도 하며 교사들의 시행착오의 연속, 가르치는 어려움을 거듭하면서 질적인 향상을 보였습니다. 스스로의 동기의식 없이 주말에 와서 수업에 임하는 학생들 모두에게 동기부여가 큰 과제였습니다. 한국 문화유산의 좋은 점을 연구하여 학생들에게 흥미 있게 전달하기 위하여 한국어가 Identity 확립하는 연결의 매개체로 아주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중언어를 잘하는 학생들은 다른 모든 일에도 잘하며 전문직에 봉사하며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곳에서 인정받는 한국인으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부모와 자식의 세대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듯이 부모나라의 전통음식과 모국어를 사용한다면 그 길이 가장 큰 자신의 뿌리를 확신하는 길이라 봅니다. 우리보다 먼저 이민정책을 시도한 중국, 일본, 유태인들도 주말학교에서 모국어를 가르치고 문화를 배우며 그들의 민족관을 키우는 것을 보았습니다. 95년 SAT 시험에서 한국어가 채택되면서 학부모들의 관심도는 열기를 더하게 되었으며 이 시점에서 저는 더욱 더 효율적이며 자신감 있는 수업을 하기 위하여 연세어학원에서 하는 한국어 연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한국어는 어렵습니다!
70년 이후 현대 한국어라고 배웠듯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수시로 변하는 언어의 양상을 현지에서의 연수가 필요한 것입니다. 살아있는 모든 것은 변한다는 진리로 즉 살아있는 언어를 배우며 전통 있는 교육기관에서의 교구법을 배워야 하는 시점에 온 것 같습니다. 수업 참관 시간에서 자유로운 태도로 자신의 의사를 알리며 수업에 임하는 X세대 학생들, 구세대 선생님들의 단정한 몸가짐과 수 년간 경험에 걸쳐서 가꾸어진 노련하며 정확성을 지닌 말씨와 포용력 있는 인격에 매료되었으며, 신세대 선생님들의 당당한 모습과 통통 튀기는 활기찬 교수 방법에 신선한 충격도 가졌으며, 나는 이 두 세대의 중간 지점에서 두 가지 교수법을 비교 분석 절충해서 중간세대 방법론을 연구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교사이기 전 부모로써 가정에서 한국어 사용에 좀 더 고급 문장을 사용하려 하고 아이들에게 들려 주려고 합니다. 재미 교포 학생들을 보면서 나의 제자들이 다시 이곳에 와서 배울 때 언행에 손색이 없는 세계인으로 가르쳐 보고 싶은 욕심도 가져 보았습니다. 많은 것을 배우고, 보고, 듣고, 느꼈습니다.
이제부터 나의 작업은 나의 부족한 점과 가르쳐야 할 지침을 구하며 끊임없는 자극과 도전을 받으며, 이론과 실제에 부딪히며 난이도를 좁히려고 합니다. 학생들에게 바라는 나의 작은 소망은 부모의 나라를 사랑하게 되는 열쇠가 되었으면 합니다.
선생님들 힘을 내세요!
여러 선생님들의 가르치려는 의지가 마음과 마음으로 전달되어 그 학생들이 자라서 우리의 후세들에게 우리와 같이 한국어를 전승시키는데 우리는 하나의 작은 디딤돌이 되는 역할로써 보람을 가지게 되리라 봅니다. 끝으로 연수기간 중 고르지 못한 장마 기간에도 불구하고 열성을 다하여 가르쳐주신 여러 강사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리며 연세 대학교 어학당에서 교사의 훈련장으로 좋은 기회를 마련해 주어서 여러 나라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여러 선생님을 한자리에서 만나게 해주심을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한지서 배우는 한민족 혼 2000
해마다 여름방학이면 타운 도서실에서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든다. 그 중에서도 긴 방학 동안 책 읽기를 장려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실력 향상은 물론 저학년 아이들에게 좋은 독서습관을 기르게 하여 학부모들의 호응도가 크다.
도서관에서는 독서 시간과 병행하여 아이들의 흥미를 돋우고 멤버십을 활성화하는 의미에서 공예(craft)를 가르치기도 한다.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는 분야대로 공예를 나누어 반을 편성한다. 한국 커뮤니티도 그 동안 도서관에서 한국문화 알리기의 일환으로 추석, 음식소개, 태권도 등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을 가졌었다.
올 해는 색종이 접기를 하였다.
내가 자원봉사로 가르친 반은 15명의 3학년-8학년 학생들로 구성되었었다. 3명의 고등학생 딸 친구들을 보조교사로 하여 공, 학, 나무 모양으로 접기를 하였다. 종이 접기는 창의력을 발달시키고 상상력을 키우며 평면에서 입체로 통하는 공작 놀이를 통해 손재주도 발달 시킬 수 있다.
모두들 이 색종이를 ‘오르미 페이퍼’로 알고 있기에 간단한 한지의 역사와 전통 공예품을 보여주었다.
종이는 인류문화 발달에 지대한 공헌을 하였고 동서고금의 축적된 지식을 전달하는 매체로서 인간들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생필품이다.
각 나라마다 고유의 종이문화가 있는데 색종이 접기는 일본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종이를 전문으로 파는 가게에서 전시된 여러 종류의 종이를 보면 동남아 여러 나라(중국-일본-인도)와 유럽의 나라들(프랑스-독일)이 유명하다. 한국문화 알리기의 여러 종목 중에서 종이야말로 중요한 역사가 있음을 새삼 알 수 있다.
종이의 발명은 기원 전 2세기 중국에서 발명하여 후한의 채륜이 한국에 전하였고 담징이 일본으로 전하였다. 닥나무 껍질로 만든 닥종이의 우수함은 지금도 실증되고 있다. 금지, 장지, 화지, 환지 등도 있고 이외에도 수많은 종류의 종이도 있다.
전통기능으로 한지공예는 궁중이나 사대부 집안 일반 서민층의 민중예술로서 생활 속에 깊이 스며 있다. 받걷고리, 붓 통, 받닫이, 부채, 사무용 상자 등 길 흉사 때마다 조화로 종이 꽃을 만들었고, 선비 자체를 상징하는 화선지도 있다.
장인의 고예 예술정신이 깃든 종이가 이제는 하나의 예술문화로 길이 보존할 가치가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것을 알리기 위해서는 우리들 스스로가 한지사용을 생활화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학교마다 다문화 프로그램(multiculture program)이 있다. 이는 중요하게 다루는 교과 과정이며 미국의 다양한 인종의 문화를 배우고 알리는 학교 행사이다.
반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오색한지의 얇고 가벼우며, 펼치거나 접기 쉽고 다양한 색상에 순박함과 자연의 멋이 있는 한지를 사용한 종이 접기나 공예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미국 친구들에게 선물을 할 때에도 한지를 사용한 한국적인 공예품과 카드, 포장지로 하여 알리는 것이 우리의 예술혼이 깃든 문화를 알릴 수 있다.
이제 가을이 오면 아이들과 함께 소품을 만들어 보아야겠다. 지난 시절 풀을 쒀서 창호지에 낙엽과 꽃잎을 부쳐 문 창호지를 바르던 그 기억을 더듬어보며. . .
마음을 열면 모두가 친구 2000
그녀의 이름은 시요마라, 멕시코에서 태어났다. 지금의 남편과 만나서 결혼하여 두 아이를 낳고 의사 직을 하다가 그만둔 전업 주부이다.
전형적인 멕시코 원주민의 모습이다. 작은 키와 짙은 눈썹과 쌍꺼풀 진 큰 눈매와 검은 머리, 통통한 몸매가 수줍은 듯한 미소와 함께 친근감을 더해 준다.
시요마라는 두 아들과 딸들을 두었는데, 그들과 우리아이가 같은 학년이어서 PTA에서나 타운 도서실에서 자주 만나면서 친하게 되었다.
그녀와 만난 지도 어언 8년이 되었다. 일주일에 한번씩 내가 Art를 가르치고, 반대로 그녀가 우리 아이들에게 스패니시를 가르친 지도 5년이 되었다.
방학 동안 만나지 않다가 개학을 하면서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화요일 10시부터 12시까지 우리 집에서, 목요일 오후 4시-6시는 그녀의 집에서 배우기로 했다.
서로가 갖고 있는 생각을 나누면서 자녀문제, 시사성 있는 뉴스, 타운 소식 등을 주고 받으면 우리의 우정도 한층 깊어짐을 느낄 수 있었다.
딸 아이는 시요마라에게 배운지가 상당히 되었기에 이제 스패니시를 꽤 유창하게 하고 가끔 배우는 요리와 함께 단어 게임을 하니 놀이를 통한 학습을 하는 것이다.
나 역시 매주 새로운 Craft를 준비 하여 가르치기에 신간 서적을 통하여 아이디어를 찾는다.
어느 민족이나 지형적인 기후 영향으로 생겨나는 나름대로의 국민성이 있듯이, 그녀를 통해서 알게 된 멕시코라는 나라 역시 독특한 특성이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열대성 기후에서 오는 남미 특유의 정열적이며 낭만적인 춤과 노래를 즐긴다. 마야의 역사성과 대 유적지의 신비함, 태양의 돌(아즈데카 캘린더)의 원형석 판의 신비적 우주관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독특한 향료 요리와 여러 종류의 인디오 음악성이 주는 멕시코 민요를 알게 되었다.
지금의 멕시코는 경제적- 정치적으로 다소 뒤떨어지지만 그들의 문화는 예술적 가치를 충분히 담고 있다.
자녀교육으로 직장을 그만 두었을 때 갈등이 많았다며 아이들이 대학을 가면 다시 일을 가지려고 한다면서 의욕을 보인다. 일주일에 3번 정도 신선한 야채를 사기 위해 그로서리에 가며 은행, 우체국, 남편의 서류처리, 방과 후 아이들 활동 뒷바라지, 아이들을 위한 운전 등 주변의 일들이 직장 다니는 것 보다 힘들다며 이민 1세로서의 고통을 털어 놓는다.
이민 1세들은 고충이 비슷한 것 같다.
언어문제, 문화적 차이, 백인계가 주도하는 교육 환경을 비롯하여 사춘기 자녀 교육문제와 노후 대책 등 소수 이민자로서 느끼는 고충을 우리와 다같이 느끼고 있다.
우리는 동병상련의 정은 가지고 있지만, 그래도 그녀는 한인 커뮤니티를 부러워한다. 그것은 몇 년 사이에 늘어난 한인 학생수에 더하여 높은 교육열과 수준을 부러워하는 것이다. 부지불식간에 한국 커뮤니티의 성장을 타 이민자도 느끼고 있다는 정거다. 히스패닉들의 괄목 할만한 증가로 21세기에는 미국의 인구분포가 변화할 것이라고 전망하지만, 그들이 중산층으로 진입하기에는 장애물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고 우리가 그것만으로 그들을 의시봐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도 배울 점이 있다. 언제나 태양을 즐기며 행복한 삶이 무엇인가를 아는 낙천적 여유는 때로는 단점이 되기도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천부적 장점이다. 우리가 과거에는 ‘은근과 끈기’, 현재에는 ‘빨리 빨리’ 문화를 갖고 있듯이. . .
우리는 용광로(melting pot)의 나라 미국 속에서 살면서 외국인 친구를 사귀고 타민족과의 교류도 넓어지고 점차 코스모포리탄으로 변해 간다.
그래서 우리는 더욱 외국인 친구와 만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그 가운데서 자신들의 전통과 고유한 문화가 실생활에서 어떻게 이어져 가는 지와 역사성의 흐름을 파악하고 알아야 한다.
자녀들이 미국사회에 뿌리 내리는 데 필요한 아이덴티티를 부모들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미국에까지 와서 아이들에게 한국 친구만 사귀라고 할 필요가 조금도 없다. 그러려면 부모들부터 외국인 친구를 만날 자세와 노력, 그리고 마음을 열어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신기루 같은 도시, 맨해튼 2000
뉴욕엔 가을의 우수가 도시 곳곳에 스며있다. 단풍들이 거리를 수 놓고 마천루 숲 사이로 5번가의 화려한 저택과 고풍적인 건축의 조형미가 조각품처럼 서 있다. 역사의 전통이 깃든 뒷골목의 좁은 길. 세월의 흔적은 없어도 18세기 움트던 산업문명의 체취가 서려 있다. 그 가운데서도 Central Park는 가을 햇살 아래서 유난히 도시 공간 속에서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해준다.
신세계의 선구적인 도시 뉴욕은 비약적인 발전과 더불어 “American Dream”을 눈 앞에 펼쳐 주는 곳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세계 명품들을 진열장에 장식하고 그 진가를 자랑하고 있는 거리는 오고 가는 New Yorker들의 시선을 붙잡기도 한다. 정확하고 치밀한 상술만이 New Yorker들을 살아남게 하는가? 비싼 Rent비와 함께 자본주의 상업화의 물결 속에 창조적인 상상력의 주술들이 Window속에 도사리고 있다.
고급 Boutique인 알마니, 샤넬, 겐죠, 모치노 등이 가을의 뉴 모드를 선보이고 있다. 신발가게의 뾰족한 하이힐이 50년대 미국의 Fashion을 보는 듯 하다. 엔틱 보석 가게의 영롱한 빛들이 부호들의 손길을 기다리듯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57번가의 갤러리들이 화상의 뛰어난 안목으로 Collector들의 발길을 멈추지 않게 하며 화가를 후원하게 된다.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게 하는 레스토랑이 그들만의 요리 비법을 자랑하며 환상적인 실내장식과 함께 날로 번창해지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모마 등 박물관들은 세계각국의 명품을 가지고 있다. 신흥 부자의 만족은 소유욕 과시에서 벗어나 기능함으로써 명성으로 남는다. 42번가 Broadway Show는 관광객과 각 주에서 올라온 남녀노소들에게 추억을 안겨준다. 흥행은 마치 대 기업체의 프로젝트와도 같이 젊은 배우들에게 평생 직업을 해결해준다.
섬 위에 세워진 이상적인 도시는 오늘도 마법의 성에서 요술에 걸린 듯한 예술가들의 집결이다. 그들은 Underground에서 Super star를 꿈꾸며 생존을 위한 삶의 투쟁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빈민굴 할렘가, 슬럼가는 그들만의 범죄문화를 만들어 대중 속에 파고 들며 호소하고 있다. 천국과 지옥 빈부의 격차 속에서 맨해튼의 두 얼굴을 본다. 웨스트 허드슨 강을 따라 19세기 후반 산업지구 작은 공장 창고들이었던 곳이 대공황을 계기로 예술가들의 아틀리에로 변한 그리니치가 우울한 날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온갖 이미지와 영광의 상념들을 떠올리게 한다.
1970년대부터 소호가 예술의 무대로 바뀌면서 미국문화를 만들어 세계인들이 오고 싶어하는 곳으로 변했다. 신진 작가들의 전시회와 한 벽면을 장식한 포스터는 나를 긴장케 한다. 기상천외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며 백화점 바이어들의 눈에 띄기 위해 요술을 걸 듯 반짝이는 매직 스티커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길가 모퉁이를 돌면 오픈 카페들의 의자와 흘러나오는 재즈음악의 선율, 코 끝을 스치는 커피 향이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길 건너 저편에는 알코올에 찌든 홈리스가 계단에 누워있다. 팔짱을 낀 매끈한 남자 둘이 다정하게 미소를 지으며 지나간다. 서서히 밤이 어두워져 오며 가을 바람은 스산하게 마음을 적신다. 불빛에 젖은 빌딩의 스카이라인 속에서 맨해튼의 야경을 만끽하며 사랑에 취해 노래 부르는 아베크들이 약속이나 한 듯 옷들은 검정색 물결이다.
유랑민들이 원대한 꿈을 안고 내렸던 곳이 여기였던가?
예전에도 지금도 그러했듯 신기루처럼 빛나는 도시의 섬, 맨해튼이 눈 앞에 서 있다.
꿈을 주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2000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만화를 통해 한글을 배운 475세대는 알 것이다. TV가 대중화되기 전에 만화가 얼마나 감동을 주었던 가를……
이 세대가 유년시절 당시에 즐겨 봤던 만화는 주로 순정 만화였고, 주인공은 청순 가련형의 예쁜 소녀였던 것으로 마음속에 아련히 남아있다. 나도 이 만화들을 보고 난 뒤 여주인공의 얼굴을 그리고 종이인형을 만들어 놓았던 기억이 있다. 유년시절 만화를 통하여 그림과 글을 배운 것 같다.
지금은 문화사업 덕택으로 만화가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잡고 크게 산업화 되었다. 그래서인지 만화영화의 대본은 쓰는 전문작가가 나오고 관련상품이 개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장편 만화영화 홍길동은 참으로 한국적인 만화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음은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해 학생잡지에 연재되는 만화를 보기 위해 한 달을 기다리던 시절도 있었다. 그것은 60년대의 모습이기도 했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문을 보면 맨 처음 시선이 가는 것이 4컷짜리 만화 왈순아지매, 고바우 시사 만화였다. 사람들은 이 시사만화를 통해 뉴스를 알게 되곤 했다. TV를 통해 외국만화 영화가 소개된 것은 그 보다 나중이었다.
이를 통해 위트와 유머를 배웠고, 풍부한 화면의 구성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했다. 피노키오, 백설공주, 뽀빠이, 톰과 제리는 세대차이 없이 지금까지도 인기를 끄는 만화의 고전이다.
70년대 후반부터 봇물 터지듯 들어온 일본만화, 세라복 소녀와 로보트 그림들은 어린이들의 정서에 큰 영향을 주었다. 88올림픽 때 가서야 비로소 호돌이 마크가 상징하듯 한국의 민화적 의미의 캐릭터가 나타났다. 고인돌, 삼국지, 손자병법 등 재미있는 만화들이 등장하여 만화의 춘추전국시대를 이루었다. 아기공룡 둘리는 가장 성공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이때부터 한국은 더 이상 애니메이션의 하청업 무역시장이 아니었다.
최근 읽은 만화 ‘광수 생각’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작가의 생각과 웃음이 묻어나는 여운을 남기는 만화이다.
이제 만화의 역사도 어언 100여 년에 이른다. 만화가 각 나라마다 고유한 이미지를 더 해가고 있는 추세이다. 일본은 헬로 키티라는 문구 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누리고 미국은 미키 마우스로 일상용품은 물론 고급상품에 이르기까지 큰 시장을 만들고 있다. 지난 학기 미국 초등학교 내에서 골머리를 썩다가 가져오지 못하게 교칙을 따로 만들 정도로 학생들을 열광케 한 히트 품목, 다마고치와 포켓몬은 모두 일본의 아이디어 상품이다.
세계시장을 점령하는 그들의 뛰어난 감각이 부럽기도 하지만 과연 아이들의 정서발달이나 두뇌개발에 도움을 주는지는 다시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에 비해 여름방학마다 월트 디즈니사의 만화영화 타잔과 한국의 용가리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각종 사운드와 음악을 만들어 영상시대의 과학화를 맛보게 한다.
이제 딸 아이는 헌 책방을 다니면서 오래된 만화들을 모으는 취미가 하나 더 생겼다. 그 중에서 수 십 년간 미국만화의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Archie는 십대들의 평범한 이야기라서 좋아하는 것 같다. 더러는 만화책에 은어들이 있어서 생활영어나 속어를 아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단다.
가필드도 장난감 인형 T셔츠의 인기품목으로 빼놓을 수 없다. 통통하게 살이 찐 가필드는 먹고 자고 강아지를 괴롭히는 것으로 웃음을 주며 아이들은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세대간의 차이는 실로 많은 변화를 준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쉽게 그 변화의 간격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아직 꿈을 줄 수 있는 만화 영화를 기다린다.
여름 농사물 짓기 2000
이른 봄에 야채 모종들을 한국 가게에서 사고 집 근처 nursery farm에 가서 고추, 오이, 호박, 토마토를 사면서 여러 가지 herb의 향이 스쳐온다. 여러 가지 꽃들이 각기 모양을 뽐내며 피어나고 있다.
눈길이 머무는 곳은 채송화, 해바라기, 맨드라미, 다알리아, 어려서부터 봐왔던 꽃들에게 시선이 머물면서 아련한 지난 어린시절의 여름이 떠오르는 것이다. 비가 온 뒤 땅이 젖어 있어서 호미와 괭이 삽을 들고 땅을 갈구고 나서 꽃들과 야채들을 심었다.
아침마다 밤새 얼만큼 자라났는지 인사하는 관심과 햇빛, 물이 절대적인 필수 영양분이었다. 토양에 상관 뿌리면 피고 지는 잡초가 아니기에 정성을 쏟은 만큼 애정이 가는 것이다. 농부의 마음으로 하늘을 자주 쳐다보며 비 오기를 기다리며…… 밤새 비 온 다음 날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뒷 마당에 가보면 물오른 잎들이 나에게 미소를 보내는 것 같다.
방학식 때 학교에서 아이가 가져온 플라스틱 판에 씨를 심어 나게 한 싹에서 잎이 자라서 물을 줄 때마다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산 교육 자연 학습의 중요성을 알게 하였다. 실내에서 밖에서 심었더니 뿌리를 내리고 나더니 쑥쑥 잘 자라고 너무 일찍 옮긴 싹은 시들해 지는 것이다. 아직 화분 갈이를 하기에는 어린 싹이었다.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자녀 교육의 유사점이었다. 조기 교육을 위하여 아이만이 이 넓은 땅에 남겨두고 부모의 사랑 영양분을 흠뻑 취해야 할 어린 새싹들이 낯선 땅에서 시들어 가는 것은 아닐까?
뜨거운 햇살의 여름에 하얀 꽃이 피더니 고추열매가 달리고, 호박 꽃이 수줍은 듯 넓은 잎 사이로 숨어있고 오이줄기는 긴 막대기에 넝쿨을 용수철처럼 감고 간격도 정확하게 단단히 감아가고 키 큰 토마토는 연두색 열매를 잘 받치고 있다.
마치 초고속 사진기로 찍는 장면과도 같이 어느새 자라난 것이다. 농부의 땀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평생 농사 자식 농사도 그 나이에 맞게 주어지는 기쁨을 가지리라. 식탁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매일 다르게 커가는 농작물에서 자연이 주는 교훈을 만물이 자라나는 과정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로댕의 손 2000
로댕은 말년에 로코코 풍의 대 저택에서 여생을 보냈다. 이 저택은 그가 죽은 후 국립 박물관으로 지정됐다. 기하학적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 너머 분수대 사이로 산책하는 이들이 보인다. 로댕의 조각품들이 야외에 전시되어 운치를 더한다. 창문 옆에 유명한 ‘신의 손’ 이라는 작품이 놓여있다. 덜 다듬어진 돌 덩어리 위에 두 손이 조각되어 더욱 눈에 뜨인다.
그는 평생 동안 다듬은 석고, 대리석, 청동 조각과 데생 작품 등을 국가에 기증했다. 그는 근대조각의 창시자다. 조각에 감정과 예술 혼이 깃든 작품을 만들었다. 고 전주의 전통 양식을 깨고, 차가운 돌에 눈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느낌의 흐름, 본질적인 것을 포착, 단순화하여, 내면의 미를 부여했다.
로댕은 조각을 공부하기 위해 ‘에콜 데보자르’ 라는 미술 학교에 지원했으나 세 번 떨어졌고, 살롱 전에 거부 당해 생활고도 겪었다. 무명의 가난한 조각가 시절에 만난 부인 ‘로즈 뵈레’는 53년 동안 헌신적으로 그의 곁을 지켰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이주일 전에 결혼 신고를 한 그는 부인이 숨진 1917년 같은 해에 생을 마감하고 부인 곁에 묻혔다.
운명적인 만남, 슬프고도 지독한 사랑, 카미유 클로델의 비극적인 생애도 로댕과 떼어 놓을 수 없다. 모델, 여인, 조수이기 전에 독립 작가를 열망했던 그녀는 그 당시 여성이 홀로 예술을 한다는 어려움과 소유하고 싶은 사랑 등으로 정신적 갈등을 겪어 마침내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하고 한 많은 생을 정신병원에서 끝냈다.
로댕은 그녀의 재질을 인정했으며 그녀 역시 로댕의 작업에 많은 영감과 변화를 주었다. ‘포옹’의 조각에서 보듯이 직접적이고 사랑의 표현이 담긴 작품이 바로 이때의 것이다. 사랑의 전율로 두 남녀는 안고 있다. 여자의 매끈한 허리에 손을 감고 여인은 팔로 남자의 목을 안은 채 한 손은 봉긋한 가슴에 얹어 욕망과 환희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격앙된 긴장감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로댕은 “누드는 진정한 나의 종교”라며 여성의 몸매를 찬미했다. 딱딱한 조형물에 생명력을 넣기 위해 자기 자신을 모델 안에 넣고, 예리한 관찰력으로 조각 모델을 작업실에서 걸어 다니게 하며 데생을 했다.
제자는 받지 않고 조수만을 썼다는 로댕은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그 곁에서 작품을 사진으로 찍고 도왔다.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 민국 박람회 때 모네와 합동 전시를 하며 작품을 외국에 팔기도 했다.
야외에 전시된 ‘칼레의 시인’ 앞에 섰다. 죽음 앞에 선 사형수의 모습들, 밧줄을 매고 삶에 대한 집착 사이의 방황, 정신적 고통을 느끼게 한다. 축 처진 어깨, 두 손으로 머리를 싸매는 손, 죽음 앞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군상들이다. 필생의 역작, 발자크의 상. 당시 문협회장이었던 로댕은 작품을 위하여 발자크가 살던 곳에 가서 작품 모델을 찾았다.
즐겨 입던 프록코트를 발자크가 자주 가던 양복점에 가서 맞추어 모델에게 입히고, 심혈을 기울였던 그의 조각은 당시엔 전시되지 못했다. 인간 내면을 표현한 그의 작품은 일반인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로댕은 “진실은 영원하므로 이 기념상은 언젠가는 그 가치를 인정 받을 것”이라며 기다렸다. 20년에 걸쳐 제작한 대 서사시, ‘지옥의 문’을 바라본다. 인간 군상 2백여명의 고뇌의 모습. 새 소리가 들리는 정원을 거닐며 로댕의 생애를 그려보며 작가의 집념과 창작의 위대함에 숙연해진다.
뉴욕엔 가을의 우수가 도시 곳곳에 스며있다. 단풍들이 거리를 수 놓고 마천루 숲 사이로 5번가의 화려한 저택과 고풍적인 건축의 조형미가 조각품처럼 서 있다. 역사의 전통이 깃든 뒷골목의 좁은 길. 세월의 흔적은 없어도 18세기 움트던 산업문명의 체취가 서려 있다. 그 가운데서도 Central Park는 가을 햇살 아래서 유난히 도시 공간 속에서 자연의 숨결을 느끼게 해준다.
신세계의 선구적인 도시 뉴욕은 비약적인 발전과 더불어 “American Dream”을 눈 앞에 펼쳐 주는 곳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세계 명품들을 진열장에 장식하고 그 진가를 자랑하고 있는 거리는 오고 가는 New Yorker들의 시선을 붙잡기도 한다. 정확하고 치밀한 상술만이 New Yorker들을 살아남게 하는가? 비싼 Rent비와 함께 자본주의 상업화의 물결 속에 창조적인 상상력의 주술들이 Window속에 도사리고 있다.
고급 Boutique인 알마니, 샤넬, 겐죠, 모치노 등이 가을의 뉴 모드를 선보이고 있다. 신발가게의 뾰족한 하이힐이 50년대 미국의 Fashion을 보는 듯 하다. 엔틱 보석 가게의 영롱한 빛들이 부호들의 손길을 기다리듯 화려함을 뽐내고 있다.
57번가의 갤러리들이 화상의 뛰어난 안목으로 Collector들의 발길을 멈추지 않게 하며 화가를 후원하게 된다. 미식가들의 입맛을 돋게 하는 레스토랑이 그들만의 요리 비법을 자랑하며 환상적인 실내장식과 함께 날로 번창해지고 있다.
메트로폴리탄, 모마 등 박물관들은 세계각국의 명품을 가지고 있다. 신흥 부자의 만족은 소유욕 과시에서 벗어나 기능함으로써 명성으로 남는다. 42번가 Broadway Show는 관광객과 각 주에서 올라온 남녀노소들에게 추억을 안겨준다. 흥행은 마치 대 기업체의 프로젝트와도 같이 젊은 배우들에게 평생 직업을 해결해준다.
섬 위에 세워진 이상적인 도시는 오늘도 마법의 성에서 요술에 걸린 듯한 예술가들의 집결이다. 그들은 Underground에서 Super star를 꿈꾸며 생존을 위한 삶의 투쟁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빈민굴 할렘가, 슬럼가는 그들만의 범죄문화를 만들어 대중 속에 파고 들며 호소하고 있다. 천국과 지옥 빈부의 격차 속에서 맨해튼의 두 얼굴을 본다. 웨스트 허드슨 강을 따라 19세기 후반 산업지구 작은 공장 창고들이었던 곳이 대공황을 계기로 예술가들의 아틀리에로 변한 그리니치가 우울한 날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온갖 이미지와 영광의 상념들을 떠올리게 한다.
1970년대부터 소호가 예술의 무대로 바뀌면서 미국문화를 만들어 세계인들이 오고 싶어하는 곳으로 변했다. 신진 작가들의 전시회와 한 벽면을 장식한 포스터는 나를 긴장케 한다. 기상천외한 디자이너들의 작품은 웃음을 자아내게 하며 백화점 바이어들의 눈에 띄기 위해 요술을 걸 듯 반짝이는 매직 스티커가 신선하게 다가온다.
길가 모퉁이를 돌면 오픈 카페들의 의자와 흘러나오는 재즈음악의 선율, 코 끝을 스치는 커피 향이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길 건너 저편에는 알코올에 찌든 홈리스가 계단에 누워있다. 팔짱을 낀 매끈한 남자 둘이 다정하게 미소를 지으며 지나간다. 서서히 밤이 어두워져 오며 가을 바람은 스산하게 마음을 적신다. 불빛에 젖은 빌딩의 스카이라인 속에서 맨해튼의 야경을 만끽하며 사랑에 취해 노래 부르는 아베크들이 약속이나 한 듯 옷들은 검정색 물결이다.
유랑민들이 원대한 꿈을 안고 내렸던 곳이 여기였던가?
예전에도 지금도 그러했듯 신기루처럼 빛나는 도시의 섬, 맨해튼이 눈 앞에 서 있다.
꿈을 주는 만화와 애니메이션 2000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만화를 통해 한글을 배운 475세대는 알 것이다. TV가 대중화되기 전에 만화가 얼마나 감동을 주었던 가를……
이 세대가 유년시절 당시에 즐겨 봤던 만화는 주로 순정 만화였고, 주인공은 청순 가련형의 예쁜 소녀였던 것으로 마음속에 아련히 남아있다. 나도 이 만화들을 보고 난 뒤 여주인공의 얼굴을 그리고 종이인형을 만들어 놓았던 기억이 있다. 유년시절 만화를 통하여 그림과 글을 배운 것 같다.
지금은 문화사업 덕택으로 만화가 하나의 장르처럼 자리잡고 크게 산업화 되었다. 그래서인지 만화영화의 대본은 쓰는 전문작가가 나오고 관련상품이 개발되어 인기를 끌고 있다.
초등학교 시절 장편 만화영화 홍길동은 참으로 한국적인 만화 영화였던 것으로 기억된다. 다음은 어떻게 전개될까 궁금해 학생잡지에 연재되는 만화를 보기 위해 한 달을 기다리던 시절도 있었다. 그것은 60년대의 모습이기도 했다.
70년대에 들어서면서 신문을 보면 맨 처음 시선이 가는 것이 4컷짜리 만화 왈순아지매, 고바우 시사 만화였다. 사람들은 이 시사만화를 통해 뉴스를 알게 되곤 했다. TV를 통해 외국만화 영화가 소개된 것은 그 보다 나중이었다.
이를 통해 위트와 유머를 배웠고, 풍부한 화면의 구성과 함께 상상의 나래를 펴기도 했다. 피노키오, 백설공주, 뽀빠이, 톰과 제리는 세대차이 없이 지금까지도 인기를 끄는 만화의 고전이다.
70년대 후반부터 봇물 터지듯 들어온 일본만화, 세라복 소녀와 로보트 그림들은 어린이들의 정서에 큰 영향을 주었다. 88올림픽 때 가서야 비로소 호돌이 마크가 상징하듯 한국의 민화적 의미의 캐릭터가 나타났다. 고인돌, 삼국지, 손자병법 등 재미있는 만화들이 등장하여 만화의 춘추전국시대를 이루었다. 아기공룡 둘리는 가장 성공한 캐릭터가 아니었나 싶다. 이때부터 한국은 더 이상 애니메이션의 하청업 무역시장이 아니었다.
최근 읽은 만화 ‘광수 생각’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작가의 생각과 웃음이 묻어나는 여운을 남기는 만화이다.
이제 만화의 역사도 어언 100여 년에 이른다. 만화가 각 나라마다 고유한 이미지를 더 해가고 있는 추세이다. 일본은 헬로 키티라는 문구 상품을 만들어 전 세계 학생들로부터 인기를 누리고 미국은 미키 마우스로 일상용품은 물론 고급상품에 이르기까지 큰 시장을 만들고 있다. 지난 학기 미국 초등학교 내에서 골머리를 썩다가 가져오지 못하게 교칙을 따로 만들 정도로 학생들을 열광케 한 히트 품목, 다마고치와 포켓몬은 모두 일본의 아이디어 상품이다.
세계시장을 점령하는 그들의 뛰어난 감각이 부럽기도 하지만 과연 아이들의 정서발달이나 두뇌개발에 도움을 주는지는 다시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그에 비해 여름방학마다 월트 디즈니사의 만화영화 타잔과 한국의 용가리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각종 사운드와 음악을 만들어 영상시대의 과학화를 맛보게 한다.
이제 딸 아이는 헌 책방을 다니면서 오래된 만화들을 모으는 취미가 하나 더 생겼다. 그 중에서 수 십 년간 미국만화의 남자 주인공으로 나오는 Archie는 십대들의 평범한 이야기라서 좋아하는 것 같다. 더러는 만화책에 은어들이 있어서 생활영어나 속어를 아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단다.
가필드도 장난감 인형 T셔츠의 인기품목으로 빼놓을 수 없다. 통통하게 살이 찐 가필드는 먹고 자고 강아지를 괴롭히는 것으로 웃음을 주며 아이들은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 같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세대간의 차이는 실로 많은 변화를 준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쉽게 그 변화의 간격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아직 꿈을 줄 수 있는 만화 영화를 기다린다.
여름 농사물 짓기 2000
이른 봄에 야채 모종들을 한국 가게에서 사고 집 근처 nursery farm에 가서 고추, 오이, 호박, 토마토를 사면서 여러 가지 herb의 향이 스쳐온다. 여러 가지 꽃들이 각기 모양을 뽐내며 피어나고 있다.
눈길이 머무는 곳은 채송화, 해바라기, 맨드라미, 다알리아, 어려서부터 봐왔던 꽃들에게 시선이 머물면서 아련한 지난 어린시절의 여름이 떠오르는 것이다. 비가 온 뒤 땅이 젖어 있어서 호미와 괭이 삽을 들고 땅을 갈구고 나서 꽃들과 야채들을 심었다.
아침마다 밤새 얼만큼 자라났는지 인사하는 관심과 햇빛, 물이 절대적인 필수 영양분이었다. 토양에 상관 뿌리면 피고 지는 잡초가 아니기에 정성을 쏟은 만큼 애정이 가는 것이다. 농부의 마음으로 하늘을 자주 쳐다보며 비 오기를 기다리며…… 밤새 비 온 다음 날은 설레이는 마음으로 뒷 마당에 가보면 물오른 잎들이 나에게 미소를 보내는 것 같다.
방학식 때 학교에서 아이가 가져온 플라스틱 판에 씨를 심어 나게 한 싹에서 잎이 자라서 물을 줄 때마다 즐거워하는 모습에서 산 교육 자연 학습의 중요성을 알게 하였다. 실내에서 밖에서 심었더니 뿌리를 내리고 나더니 쑥쑥 잘 자라고 너무 일찍 옮긴 싹은 시들해 지는 것이다. 아직 화분 갈이를 하기에는 어린 싹이었다. 참으로 많은 것을 깨닫게 된 것은 자녀 교육의 유사점이었다. 조기 교육을 위하여 아이만이 이 넓은 땅에 남겨두고 부모의 사랑 영양분을 흠뻑 취해야 할 어린 새싹들이 낯선 땅에서 시들어 가는 것은 아닐까?
뜨거운 햇살의 여름에 하얀 꽃이 피더니 고추열매가 달리고, 호박 꽃이 수줍은 듯 넓은 잎 사이로 숨어있고 오이줄기는 긴 막대기에 넝쿨을 용수철처럼 감고 간격도 정확하게 단단히 감아가고 키 큰 토마토는 연두색 열매를 잘 받치고 있다.
마치 초고속 사진기로 찍는 장면과도 같이 어느새 자라난 것이다. 농부의 땀의 의미를 알게 되었고 평생 농사 자식 농사도 그 나이에 맞게 주어지는 기쁨을 가지리라. 식탁에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매일 다르게 커가는 농작물에서 자연이 주는 교훈을 만물이 자라나는 과정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로댕의 손 2000
로댕은 말년에 로코코 풍의 대 저택에서 여생을 보냈다. 이 저택은 그가 죽은 후 국립 박물관으로 지정됐다. 기하학적으로 잘 가꾸어진 정원 너머 분수대 사이로 산책하는 이들이 보인다. 로댕의 조각품들이 야외에 전시되어 운치를 더한다. 창문 옆에 유명한 ‘신의 손’ 이라는 작품이 놓여있다. 덜 다듬어진 돌 덩어리 위에 두 손이 조각되어 더욱 눈에 뜨인다.
그는 평생 동안 다듬은 석고, 대리석, 청동 조각과 데생 작품 등을 국가에 기증했다. 그는 근대조각의 창시자다. 조각에 감정과 예술 혼이 깃든 작품을 만들었다. 고 전주의 전통 양식을 깨고, 차가운 돌에 눈에서 손으로 전달되는 느낌의 흐름, 본질적인 것을 포착, 단순화하여, 내면의 미를 부여했다.
로댕은 조각을 공부하기 위해 ‘에콜 데보자르’ 라는 미술 학교에 지원했으나 세 번 떨어졌고, 살롱 전에 거부 당해 생활고도 겪었다. 무명의 가난한 조각가 시절에 만난 부인 ‘로즈 뵈레’는 53년 동안 헌신적으로 그의 곁을 지켰다. 아내가 세상을 떠나기 이주일 전에 결혼 신고를 한 그는 부인이 숨진 1917년 같은 해에 생을 마감하고 부인 곁에 묻혔다.
운명적인 만남, 슬프고도 지독한 사랑, 카미유 클로델의 비극적인 생애도 로댕과 떼어 놓을 수 없다. 모델, 여인, 조수이기 전에 독립 작가를 열망했던 그녀는 그 당시 여성이 홀로 예술을 한다는 어려움과 소유하고 싶은 사랑 등으로 정신적 갈등을 겪어 마침내 가족들로부터 외면당하고 한 많은 생을 정신병원에서 끝냈다.
로댕은 그녀의 재질을 인정했으며 그녀 역시 로댕의 작업에 많은 영감과 변화를 주었다. ‘포옹’의 조각에서 보듯이 직접적이고 사랑의 표현이 담긴 작품이 바로 이때의 것이다. 사랑의 전율로 두 남녀는 안고 있다. 여자의 매끈한 허리에 손을 감고 여인은 팔로 남자의 목을 안은 채 한 손은 봉긋한 가슴에 얹어 욕망과 환희의 사랑을 느낄 수 있다. 격앙된 긴장감이 애틋하게 다가온다.
로댕은 “누드는 진정한 나의 종교”라며 여성의 몸매를 찬미했다. 딱딱한 조형물에 생명력을 넣기 위해 자기 자신을 모델 안에 넣고, 예리한 관찰력으로 조각 모델을 작업실에서 걸어 다니게 하며 데생을 했다.
제자는 받지 않고 조수만을 썼다는 로댕은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그 곁에서 작품을 사진으로 찍고 도왔다. 프랑스 혁명 100주년 기념, 민국 박람회 때 모네와 합동 전시를 하며 작품을 외국에 팔기도 했다.
야외에 전시된 ‘칼레의 시인’ 앞에 섰다. 죽음 앞에 선 사형수의 모습들, 밧줄을 매고 삶에 대한 집착 사이의 방황, 정신적 고통을 느끼게 한다. 축 처진 어깨, 두 손으로 머리를 싸매는 손, 죽음 앞의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군상들이다. 필생의 역작, 발자크의 상. 당시 문협회장이었던 로댕은 작품을 위하여 발자크가 살던 곳에 가서 작품 모델을 찾았다.
즐겨 입던 프록코트를 발자크가 자주 가던 양복점에 가서 맞추어 모델에게 입히고, 심혈을 기울였던 그의 조각은 당시엔 전시되지 못했다. 인간 내면을 표현한 그의 작품은 일반인들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로댕은 “진실은 영원하므로 이 기념상은 언젠가는 그 가치를 인정 받을 것”이라며 기다렸다. 20년에 걸쳐 제작한 대 서사시, ‘지옥의 문’을 바라본다. 인간 군상 2백여명의 고뇌의 모습. 새 소리가 들리는 정원을 거닐며 로댕의 생애를 그려보며 작가의 집념과 창작의 위대함에 숙연해진다.